거지왕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올리퍼 푀치의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가 이제 3권까지 나왔다. 멀고 먼 중세의 이야기이지만, 실존인물들과 사건을 잘 버무리고, 고증 또한 잘 되어 있어서 실감 나게 읽을 수 있다. 이야기 자체는 모던해서 읽다가 문득 문득 '아, 이거 중세 이야기였지' 하는 정도. 예전에 로마 시대 미스터리들이 나온적 있는데, 그 시대 이야기 읽는 재미가 쏠쏠했었다. 


'사형집행관'이면, 중세 시대에도 하층민 중에 가장 하층민이다.고문과 사형을 주재하고 마을의 쓰레기를 치우는 일을 한다. 거기에 더해 '의사' 역할까지 하고 있다. 길에서 마주치면 성호를 긋고 지나가며 외면하고, 옷깃이라도 닿을세라 꺼려 하는 존재. 이 시대에 '의사' 역할을 하는 직종들은 '사형집행관', '이발사' ,  '목욕탕 주인' 등이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물론 이 중에 '사형집행관'이 가장 뛰어난 의사로 나온다. 


대를 물리는 일이고, 결혼도 다른 마을의 사형집행관 딸과 이어지는 정도. '사형집행관의 딸' 시리즈이지만, 사형집행인인 퀴슬이 셜록이라면, 의사 지몬이 왓슨, 그리고 딸은 셜록과 왓슨을 속썩이고, 구해주는 역할? 


이번 '거지왕' 편에서는 초반 시작하자마자 퀴슬은 궁지에 빠지고, 막달레나와 지몬도 궁지에 빠진다. 이 셋은 따로, 또 같이 누가 누가 더 심한 궁지에 빠지나 시합이라도 하듯이 점점 힘든 상황에 빠져든다. 아니, 600페이지가 넘는 책에 겨우 몇십장만에 이러면 어쩌란 말인가. 싶을 정도. 


동생이 아프다는 편지를 받고 레겐스부르그로 간 퀴슬은 도착하자마자 경비병과 시비 붙어 감옥에 같이고, 감옥에서 풀려나 동생네 목욕탕을 찾자마자 동생부부가 살해된 것을 발견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범인으로 몰리며 누명을 쓰게 된다. 고문을 집행하던 입장에서 고문을 당하게 되는 퀴슬. 그 동안 숀가우에서는 막달레나가 적게 먹으면 약이지만, 양이 조금만 많아져도 독약인 맥각을 다량 섭취하고 죽은 하녀로 인해 시위원 집안과 시비가 생기고 모함을 당해 지몬과 홧김에 레겐스부르크로 사랑의 도피를 하게 된다.도착하자마자 궁지로 빠져들고..


만만치 않은 분량이지만, 모든 복선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인과응보의 결말까지가 매우 깔끔하다. 주인공들은 죽도록 고생하지만, 그 와중에 그들을 돕거나 해하는 선과 악이 모호한 인물들의 캐릭터들도 생생하며, 고생스러움을 불굴의 의지와 호기심과 운과 머리와 체력으로 이겨내고 나오는 퀴슬, 지몬, 막달레나의 이야기는 긴 분량도 짧게 느껴지게 만든다. 


주인공의 직업이 워낙 독특한 점이 먼저 눈길을 끌지만, 캐릭터도, 배경도, 주변 인물들도, 단단한 스토리도 모두 매력적인 지금으로서는 대체할 수 있는 다른 시리즈가 없는 중세 배경의 미스터리시리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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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5-01-12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2권은 읽었는데, 3권까지 내쳐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