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청춘 시절
파트릭 모디아노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평점 :
파트릭 모디아노의 책들을 좋아했다기보다 파트릭 모디아노와 파트릭 모디아노를 소개하는 김화영의 번역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 호기심에 읽게 된 정도였다고 생각한다. 여튼, 별로 가리지 않고, 싫어지지 않는 이상 꾸준히 읽는 습관에 따라 읽어왔다. 다른 것들보다 그 몽환적인 분위기. 라고 할만한 정도만 기억하고 있다.
그 파트릭 모디아노가 노벨상을 탔고, 발표가 난 날 기념으로 산 책은 '도라 부루더' 였다. (아직 읽지는 않았지만) 그 때 파트릭 모디아노를 좋아하는 번역가 한 분이 자랑하며 내 놓은 파트릭 모디아노 베스트에는 '청춘시절' 구판이 들어 있었다. 나는 그 책을 읽고 싶었지만, 물론 절판이었다.
우리나라에서 꽤 인기 있는 작가이기도 하고, 노벨상 버프까지 받았으니, 그의 절판본들과 번역되지 않았던 책들이 속속들이 나와 그럭저럭 구할 수 있는 책들은 거진 읽었던 상태에서 안 읽은 책들이 더 많은 상태가 되어 버렸다.
다른 궁금한 책들을 제쳐두고 주문한 '청춘 시절'
서른 다섯살 생일을 맞는 루이와 오딜이 어느 순간, 파트릭 모디아모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 늘 그렇듯이 그 옛날의 노래가 들리며, 희뿌연 날씨 속에 문득 청춘, 스무살을 앞두던 그 시절로 가는 기차에 탑승하게 된다.
파트릭 모디아노의 소설 속 주인공들을 묘사할때 곧잘 이야기되곤 하듯이, 주인공들은 안개 가득한 거리를 헤매이고, (주로 파리 의 거리) 주변 인물들은 안개로 안 보이다 툭, 툭 시야에 나타났다가 나타났던 것처럼 사라진다. 그런 분위기.
여기 청춘시절은 가난하고, 무력하고, 도와줄, 도와주는 사람들의 말에 수동적으로 따르고, 겁나 하고, 불안해 하지만,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감탄하고, 즐기기도 한다.
그리 길지 않은 '청춘시절'을 덮고, 가장 기억에 남는 구절을 찾아 다시 서른 다섯살로 돌아가 처음부터 읽으며 그 구절을 찾아 옮겨둔다.
오딜은 주머니를 두져 10프랑짜리 지폐 석장과 2프랑 85상팀을 그러모았다. 오후가 기울어갈 무렵이면 루이는 동네 건물들을한 바퀴돌아 우유 1리터, 빵,그리고 햄 몇 조각을 사오곤 했다. 그는뮈게 호텔에 전화를 걸었다. 브로시에는 다음주나 되어야 돌아온다고 했다.
배고픔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그들은 잠을 자거나 가능한 한 오랫동안 누워 있었다.그들은 시간 개념을 상실해갔다. 만약 브로시에가 다시 돌아오지 않았더라면 그들은 절대로 방에서 나가지 않은 채 침대에 누운 그대로 음악을들으며 차츰차츰 표류해 갔을 것이다. 외부세계에 대한 마지막 영상은 네모난 창틀 속으로 진종일 쏟아지던 눈송이들이었다.
네모난 창틀 속으로 진종일 쏟아지던 눈송이들.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