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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 ㅣ 십이국기 1
오노 후유미 지음, 추지나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11월
평점 :
'마성의 아이'가 학원물에 판타지가 더해진 '프롤로그' 격의 이야기라면,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는 앞부분에서만 주인공 요코가 '마성의 아이' 에서의 다카사토처럼 학교와 가족에 적응하지 못하는 여고생으로 나오고, 바로 기린인 게이키에 의해 십이국기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넘어가자마자 게이키와 일행을 잃어버리게 되고 개고생이 시작된다.
'마성의 아이'에서 다카사토가 처음부터 끝까지 뭔가 신비한 아이로 나왔다면, ( 아.. '바람의 바다,미궁의 기슭'까지 막 읽은터라 다카사토에 대한 애정이 마구 솟는다) 요코는 엄격한 부모님 말에 순종하고, 반에서는 반장으로 아이들 비유 맞추며, 이지메를 거들지도 말리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상태인 우유부단한 캐릭터이다.
게이키의 손에 이끌려 십이국기로 가게 되는 과정도, 도착해서도 미니시리즈 민폐 여주인공처럼 갑갑하게 나오지만, 게이키들과 떨어지고 나서는 본의 아니게 길에서 폭풍성장하게 된다.
참을 수 없이 귀여운 캐릭터들과 멋진 캐릭터들이 뒤에 잔뜩 나오겠지만, 라쿠슌과 같은 캐릭터가 또 나올런지 모르겠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쥐 캐릭터. 말이다.
새로운 세계에 떨어져 절망하고, 외로워하며, 밤이면 푸른 원숭이가 나타나 자살을 종용하고,몸에 씌인 존재에 의해 마수들을 베어나가며 그렇게 연나라까지 가게 되고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다.
평범했던 여고생이 속고 속으며 아무도 못 믿게 되는 과정을 거쳐 굳은 심지로 거듭나게 된다.
프롤로그에서는 딱히 성장 드라마라고 할만한 것이 없지만, '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와 '바람의 바다 미궁의 기슭'은 각각 주인공들의 성장드라마다.
십이국기 전편이 나에게 있었다면, 한 삼일쯤 꼴딱 새며 다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오랜만의 '재미' 로 가득한 시리즈다. 다행히(?) 프롤로그까지 3권(2권)밖에 안 나오다보니 여기서 멈췄지만, 덕분에 밤낮이 바뀌었다.
뭐랄까, 진지하게 어른의 책이라고는 말 못하겠는데, 재미있으니깐, 애정을 가지고 보면, '마성의 아이'가 '인간은 추하다' 였다면,'달의 그림자 그림자의 바다'는 '사람을 믿는 것' 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계속 반복되는 이야기는 '내가 이 곳에 속하지 않는다' 는 이질감을 느끼는 이들의 이야기. 남들과 다른 것 같아 고민하는 이들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