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틀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길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할 말이 너무나 많다.

 

일단 리뷰 제목을 '고전부 시리즈의 다크 버전' 이라고 적은 이야기부터 해보자면,

 

바로 한두권 전에 고전부 시리즈의 네번째인 '멀리 돌아가는 히나' 를 읽은 여운이 남아있는 영향도 없지 않겠지만, 보틀넥 뒤의 해설에 딱 언급이 되어 있어서, 정말 그러하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전부 시리즈는 외국 여행중인 누나에게 편지를 받는 호타로. 로부터 시작된다. '고전부에 들어가' 라며.

이 이야기도 누나와 남동생의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 대해 할 말이 많다고 했는데, 가장 먼저 와닿는 부분이 이 가족관계에 관한 것은 나도 누나이기 때문일까? 여튼, 각각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키를 꽉 붙들고 있으려니 기분이 무척 복잡했다.

할 수만 있다면 거리를 두고 싶은 상대방에게 어쩔 수 없이 딱 달라붙어 있다. 그럴 마음은 전혀 없었는데 어느새 호의에 기대고 있다. ...... 게다가 그러면서도 별로 열등감이 들지 않는다.

 

그렇구나.

 

꼭 가족 같다.

 

평행우주관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이 이야기에서 처음이라면, 어떨까나, 좀 복잡하게 느껴지려나.

 

요네자와 호노부의 이야기와 플롯의 대단함은 글을 쉽게 쓰는 덕분에 과대평가 될 수도, 과소평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야기가 복잡하거나 한 건 전혀 아니다.

 

여자친구의 죽음을 애도하러 도진보의 절벽에 간 료는 현기증을 느끼며 정신을 잃고, 강변의 벤치에서 일어나게 된다. 영문을 몰라하며 집으로 갔는데, 집 열쇠는 맞지 않고, 집 앞에서 자신의 집에 살고 있다고 주장하는 생전 처음 보는 여자, 사키를 만나게 된다.  

 

어찌된 일인지 그 세계에 '나'는 없다. 대신에 사키가 있을 뿐이다.

 

하지메라는 형이 있고, 중간에 유산이 된 아이가 있다. 그리고 '나', '료'가 있는데,

이 세계에선 '나'의 세계에서는 유산이 되어 죽은 아이가 태어나 사키가 되었고, '나'는 없다.

 

그런 세계다. 모든 것이 같으나 이 세계에선 사키만 있고, '나'의 세계에선 '나'만 있다. '나' 가 '사키만 있는 세계'로 어쩌다보니 넘어오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기나, 늘 무력하고 아무것도 아닌 '나'에 비해 사키는 긍정주의자에 오지랖이 넓고 늘 '상상력'을 강조하는 호기심이 많다.

 

'나'의 세계와 '그녀'의 세계 사이에 어떤 다른 점이 있는지 궁금해하고, 료와 사키는 그 차이들을 알아간다. 료의 세계에서 죽었던 여자친구 스와는 사키의 세계에서 죽지 않았다. 어려운 환경에서 아무것도 아니게 된 스와, 절벽에서 사고로 죽게 된 스와는 사키와 둘도 없는 친한 선후배간이며 료의 세계에서와는 달리 뻔뻔하다 싶을 정도로 밝다. 사키와 료는 료를 다시 원래의 세계로 돌려보낼 수 있는지 처음 정신을 잃었던 도진보로 여행을 가게 된다.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아니, 미스터리는 첫장부터 시작되었던가?

 

가벼운(?)  평행우주물(?) 같았던 이야기의 후반부는 대담하고, 앞부분이 전혀 가볍지 않았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며, 요네자와 호노부를 격찬하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들의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되는지 숨을 멈추고 지켜보게 된다.

 

절망적인 현실일 수도 있는데, 이 이야기가 '소설'일 뿐이라 다행이라고 여겨야 하는건지, 이 이야기의 마무리에 멘붕이 올 수도 있지만, 찜찜함보다는 카타르시스를 남긴다.

 

이런 것 뿌듯하다.

요네자와 호노부의 책을 9권 읽었다. 대부분 괜찮았고, 이건 꽤 좋다. 라고 생각한 책들도 있다. ( '덧없는 양들의 축연', '추상오단장') 근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는 요네자와 호노부를 좋아해. 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뒤에 해설을 읽어보니 아직 읽지 않은 '개는 어디에' 나 소시민 시리즈라고 하는 '봄철 딸기 타르트 사건' '여름철 파르페 사건' 도 재미있을 것 같다. 뒤에 두 권은 품절인데, 이런 표지면 읽고 싶어질리가 없잖아. 싶은 표지라 안습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구해서 읽어봐야겠다 싶다.

 

할 이야기가 많다.고 서두에 썼는데,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는 역시 직접 읽고 느끼는 편이 좋다고 생각되니 여기까지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4-09-30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봐야겠어요.

참 몇몇 작품은 표지가 작품의 최고 안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