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지나고 현암사의 나쓰메 소세키 전집 2차분이 풀린다는 소식이다.
애정을 담아 만든 책이라는게 책 곳곳에서 느껴지는 전집.
애정을 담아 썼던 페이퍼.
http://blog.aladin.co.kr/misshide/6640375
1차분 산 이후 미뤄 두었던 '도련님'을 마저 읽어야 겠다.
'풀베개'와 '태풍' 페이퍼를 들쳐보고 있자니 다시 읽고 싶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도.
요즘은 자꾸 옛작가가 생각난다.
옛날 작가. 아니고, 옛날에 좋아했던 작가와 작품들.
이건 뭐, 찬바람이 불면 옛남자가 생각나는 것도 아니고. 음..
산길을 오르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이지만을 따지면 타인과 충돌한다. 타인에게만 마음을 쓰면 자신의 발목이 잡힌다. 자신의 의지만 주장하면 옹색해진다. 여하튼 인간 세상은 살기 힘들다.
살기 힘든 것이 심해지면 살기 편한 곳으로 옮겨 가고 싶어진다. 어디로 옮겨 가도 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시가 태어나고 그림이 생겨난다.
인간 세상을 만든 것은 신도 아니고 귀신도 안다. 역시 가까운 이웃들과 오가는 보통 사람들이다. 보통 사람들이 만든 인간 세사이 살기 힘들다고 해서 옮겨 갈 나라는 없을 것이다. 있다면 사람도 아닌 사람의 나라일 뿐이다. 사람도 아닌 사람의 나라는 인간 세상보다 더욱 살기 힘들 것이다.
옮겨 갈 수도 없는 세상이 살기힘들다면, 살기 힘든 곳을 어느 정도 편하게 만들어 짧은 순간만이라도 짧은 목숨이 살기 좋게 해야 한다. 이에 시인이라는 천직이 생기고, 화가라는 사명이 주어지는 것이다. 예술을 하는 모든 이는 인간 세상을 느긋하게 하고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까닭에 소중하다.
정말 좋아하는 풀베개의 시작부분. 이 뒤로도 계속 좋아.
책 읽는 즐거움을 정말이지 '만끽'할 수 있는 소세키다.
길 한복판에 외톨이로 남겨졌다.
쓸쓸한 세송 속을, 연못가로 내려간다. 그때 외톨이 슛쿠는 이런 생각을 했다.
'연애할 시간이 있으면 이 내 고통을 한 편의 창작물로 바꿔 천하에 전할 수 있을 텐데.'
올려다보니 서양 식당 2층에 아름다운 환화등이 켜져 있었다.
"돈이 없어 어려움을 겪는 사람은 어려운 대로 일하면 충분합니다."
"그러나 먹고살기 위해 너무 많은 정력을 빼앗겨서....."
"그걸로 충분합니다. 정력을 빼앗겼다면 그저 그 상태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걸로 충분하지요."
도야 선생이 바라보는 세상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세상이다. 다카야나기 군이 바라보는 세상은 자신을 위한 세상이다. 다른 사람들을 위한 세상이기 때문에 자신을 보살펴주는 사람이 없어도 원한을 갖지 않는다. 자신을 위한 세상이기 때문에 자신을 개의치 않는 세상을 잔혹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보살피기 위해 태어난 사람과 보살핌을 받기 위해 태어난 사라믄 이 정도로 다르다. 다른 사람을 지도하는 자와 다른 사람에게 의지하는 자는 이 정도로 다르다. 똑같이 외톨이면서 이 정도로 다르다. 다카야나기 군은 이런 다름을 알지 못한다.
'태풍'에서 끄적끄적.
아.. '도련님' 어디 있는지 알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소세키를 안 좋아해도 사고 싶을 정말 멋진 전집이다.
이 해에 나왔던 전집 중에 최고.... 라고 하기엔 그간 샀던 전집들 돌이켜보면 이 전집보다 멋진 전집 딱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전집이다.
근데, 내가 또 나쓰메 소세키를 엄청 좋아해.
와 - 대 ~~박!
2차분 풀리기를 기쁘게 기다리며 추석을 보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