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흰 나비, 흰 꽃에
조그만 나비, 조그만 꽃에
흩어져 있네, 흩어져 있네
기나긴 근심은, 긴 머리카락에
어두운 근심은, 검은 머리카락에
흩어져 있네, 흩어져 있네
부질없이, 부는 태풍
부질없이, 사는가 속세에
흰 나비도, 검은 머리카락도
흩어져 있네, 흩어져 있네
내가 본 가장 우아하고, 사랑스럽고, 책띠만 빼서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은 책띠다.
현암사의 나쓰메 소세키 전집, 이미지부터 물건이다 싶었는데,
실물, 그리고, 앞으로 나올 다른 작품들 생각하면, 대단한 기획이다.

클로스장정이야 어려웠겠지만, 이렇게 접사해도 좋아보이는 멋진 커버다. 음각의 저 일본어와 그림을 보라!
우리말 제목도 멋들어지게 자리 잡고 있다.

내지 하나도 고상하고, 잔뜩 신경 쓰고, 또 쓴 티가 팍팍 난다.

네장 반에 걸쳐 나쓰메 소세키 관련 도판을 실어 둔 것은 그야말로 서프라이즈


이것은 소세키가 그린 그림과 시
'태풍'의 도야 선생과 다카야나기와 나카노를 모두 합쳐 놓은 인물 같다.

14권까지 '근간'으로 나와있다.
책의 단단하고 우아한 만듦새와 이벤트 부록까지도 소흘히 하지 않는 모습을 보니,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국내에 소개하는
출판사의 결의가 느껴질 지경이다.
'2016년 나쓰메 소세키 사후 100주년을 앞두고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을 차례로 펴냅니다.
단단한 번역, 꼼꼼한 편집과 디자인으로 새롭게 읽는 나쓰메 소세키
소설은 깊숙한 재미와 진진한 삶의 관찰로 가득합니다.
소설을 읽고 쓰는 까닭을 깊게 체험하게 할 '고민하는 힘' 속으로,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의 독자들을 초대합니다.'
라고 써져 있다. '고민하는 힘' 은 강상중 교수를 의식한 멘트인걸까? ^^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를 오래 전에 읽고, 강상중 교수의 책을 읽는 동안 소세키의 다른 책들도 읽은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아주 오랜만에 진짜 소세키의 작품인 '태풍' 읽고 있자니, 여린듯 강한 소세키의 인물들과 문장들에 마음이 왈랑거린다.
소세키의 책을 선뜻 아무에게나 선물할 수는 없겠지만,
소세키의 책을 기꺼이 선물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이라면, 친구라고 여기고 있을 것 같다.

아, 훌륭해. 표지의 저 나비는 '태풍' 에 나오는 그 나비인건가!
쉬이 읽히지 않는 댄 시먼스와 소세키를 동시에 시작한 관계로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고 있는데,
오늘 읽은 '태풍' 에 이런 구절
똑똑 빗방울이 조금씩 내린다. 늦가을 첫 비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