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의 눈높이에서 생각해도 상품이 싸면 쌀수록 고마운 일이다. 물론 상품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도 싸게 팔아야 잘 팔린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그 상황이 돌고돌아 노동자의 목을 죈다. 마르크스는 그 점을 가르쳐준다.
이스트를 사용해 누구라도 쉽게 빵을 만들 수 있게 되면 빵 값이 싸지고 빵집 노동자는 싼 값에 계속 혹사당하게 된다. 또 공방에서 이루어지는 노동은 단순해져서 빵집 노동자는 아무리 오랜 시간을 일해도 빵집 고유의 기술을 습득하지 못한다.
그 악순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엄선한 재료를 사용해 정성과 수고를 들여 빵을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정당한 가격을 매겨야 한다. 제빵사는 본인의 기술을 살린 빵을 지속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
읽을까, 말까, 하다가 읽고 있는 다루마리 빵집 쥔장 와타나메 이타루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빵이 만들어지는 것과 빵집을 경영하는 것과 마르크스의 '자본론'이라니 절묘하다.
콘셉트로 끼워 맞춘 것이 아니라 말그대로 빵집에서 자본론을 노릇노릇 잘 구워내는 이야기라 박수 짝짝짝
일본의 빵집 쥔장 이야기에 동병상련을 느끼는 한국의 꽃집 쥔장이다.
마지막이라 농땡이도 부리고, 예약 없는 날은 아예 오후에 나오고, 일년에 한 번 닫을까 말까 했던 가게 문을 일주일에 한 두번도 닫고 하면서 여유 부리고 있다. 8월, 9월은 빡셀 예정이므로 ( 한 달에 두 번 쉬고, 매일 밤 열두시에 들어와야 하는) 뭐, 괜찮아.그러고 있달까. 사실 마무리가 이 모양이라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건 아니고, 해볼까 하는 일은 많은데, 어느 것 하나 확실히 정하지 못하고 갈팡질팡 하고 있어 깃털같은 불안감들이 조금씩 쌓이고 있고, 그렇긴 하다.
근데, 농땡이 치는 와중에 슬금슬금 한줄기 빛처럼 어떤 생각이 떠오르고 있다.
전혀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한 정도의 덩어리도 아닌 상태로 한번씩 휙 왔다 가는데, 그게 조금씩 말그대로 한줄기 빛처럼 분명하고 반짝 반짝 빛나 보여서. 그 길일지 뭐일지가 이렇게 왔다 가면서 조금씩 형태를 드러내가게 되는건 분명 내가
'농땡이를 치고 있기' 때문이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처구니가 없지만, 그러하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편하게 남은 7월을 보낼 예정이다.
위에 인용한 글의 챕터 제목은 다음과 같다.
싸구려 일, 싸구려 음식
더 나은 방식으로 살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