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샌도에게,

만일 충분히 압도적인 탐정을 창조할 수 없다면, 탐정에게 많은 위험한 감정들을 부여해서 어느 정도까지는 이야기를 보완해야 한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건 한 발 전진이 아니라 한 발 후퇴하는 거지요. 요는,  

 

탐정은 완전한 존재로 어떤 사건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탐정은 탐정으로서 이야기 밖에, 이야기 너머에 있고 언제나 그럴 것입니다. 그래서 먹고 자고 자기 옷을 보관할 장소를 소유하는 것 외에, 탐정은 연애를 하지도 않고, 결혼을 하지도 않고, 어떤 사생활을 누리지도 못하는 겁니다. 탐정의 도덕적이고 지적인 힘은 보수 외에는 얻는게 없는데도, 자기가 할 수 있는 한 무고한 자들을 보호하고, 약자를 수호하며 악당을 쳐부술 것이라는 데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 타락한 세계에서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면서도 이런 일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그를 특별하게 만들죠. 부유한 게으름뱅이는 명예 말고는 잃을 게 없어요. 프로는 도시 문명이 가하는 모든 압박을 받으면서도 그 모든 압박을 딛고 일어나 자신의 일을 해야만 합니다. 법이 아니라 정의를 대변하기 때문에 때로는 법을 무시하거나 어겨야만 하지요. 사람이기 때문에 상처를 입거나 기만당하거나 속을 수도 있습니다. 정말로 필요하다면 죽음을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탐정은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멋지다!

 

 

 

 

 

 

 

 

 

 

 

 

 

 

말로는 밥먹으로 온 길냥이들 구경하느라 정신 없고,

나는 오랜만에 콩 받아서 라디오 들으며 책 뒤적뒤적 챈들러 만나고 있다.

 

책이 이렇게 좋은데, 왜 사람들은 책 안 읽을까.

 

요 며칠 빈둥거리면서 본 드라마중에 '보더' - 7화까지 봤는데, 6화까지는 꽤 하드보일드지 않은가. 오구리 슌은 정말 멋지게 자라줬구나. 하드보일드 수사 1과 형사가 어울리는 모습으로! 좀 덜 잘 생기고, 몸이 좀 덜 예뻐도 좋은데 (매회 수트 입고 나오는데, 신세계의 이정재를 드라마로 보는 기분이랄까.) 여튼 눈빛과 얼굴빛이 하드보일드에 어울려서 감동. 화면도 내내 칙칙하고, 초능력인데도 하드보일드라는 것이 일드 특유의 오버하는 감정 최대한 자제하고 드라이하다는 거. 이건 배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오구리 슌이 이렇게 멋지게 남자가 되어줄줄이야!

 

'보더' 외에 내가 좋아하는 일드 수사물은 '스트로베리 나이트'다.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인 다케우치 유코와 니시지마 히데토시의 케미를 응원했는데, 극장판에서 난데없이 무려 오오사와 타카오가 나오는 바람에 멘붕.  

여튼 이 시리즈도 무려 주인공이 여자이고, 다케우치 유코. 찐득하고 차갑고 쎄한 분위기를 무척 좋아한다.

 

그리고 '웨스트윙' 다시 보며 모든 캐릭터들에 대해 새삼 애정을 확인하고 있고( 정말 봐도 봐도 재미있는 드라마. 한 스무번쯤 본 것 같다.) 

 

그리고 '최후로부터 두번째 사랑' 2탄 반응이 좋길래 1탄 보기 시작했다. 1화가 무려 1시간 반이라서 좀 뛰엄뛰엄 봤고, 코이즈미 교코 주인공. 시작머리에  '외로움' 에 대한 독백이 나온다. '외로움'이니 '고독'이니 하는 감정에 대해 별 공감을 못 하는데, 그건 내가'꽃집'은 해도  '카페'는 못 하는 이유와 같다.

 

오늘밤같이 챈들러와 말로와 길고양이들과 서재에서 노닥거리고 있으면, 별로 고픈게 없다.

그러니깐, 고양이는 어렵더라도 책은 정말 좋은데, 이렇게 만나고 싶을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있으니 말이다.

 

마무리는

 

 

 

hardboild writer soft cat 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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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4-06-09 0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주말에 모처럼 앨러리 퀸의 재앙의 거리를 읽었어요. 초기작과 후기작의 경향이 꽤 차이가 나는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어요. 스트로베리 나이트는 저도 인상깊게 봤어요. 자신의 상처를 표현할 때도 과하지 않게 표현하는게 좋았어요. 요즘 산책을 나갈때면 세상이 너무 푸르고 싱그러워서 저도 모르게 감탄하게 되네요. 꽃집 주인 하이드님은 더 자주 감탄하시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