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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문학 전문출판사 ‘북스페인’ 정창 대표




“죽을때까지 스페인 문학만 번역…한 100권쯤?”

스페인어권 책만 내겠다는 출판사가 생겼다. 이름도 ‘북스페인’이다.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어느 미친 사내의 5년만의 외출>(조구호 옮김)과 <사볼따 사건의 진실>(권미선 옮김)이 첫 열매다. 탐정소설 기법의 사실주의 소설이다.

출판사 대표는 정창(46)씨. <궁둥이> <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뒤마클럽> <시대를 앞서간 여자들의 거짓과 비극의 역사> 등 스페인어 책들을 번역했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세풀베다의 소설 <연애소설 읽는 노인>의 역자다. 북스페인은 말하자면 스페인어 전문 번역자가 차린 스페인 전문 출판사다.

스페인어 전문번역자가 아예 출판사를 차렸다
20개국 5억명 스페인어권 문화적 자원 무궁무진하다
한민족처럼 성격도 화끈 “어렵지만 해 볼렵니다”

“스페인? 아무래도 아직 낯설죠. 돈 끼호떼(꼭 이렇게 써달라고 말했다), 피카소, 투우, 정열 등 몇 개의 코드로 이해되는 나라입니다. 우리와 문화가 비슷해요. 외침을 자주 받은 것, 지방색이 강한 것, 축구를 좋아하는 것이나 현대사에서 오랜 독재를 겪은 것이 그렇습니다. 사람들 성격도 우리처럼 화끈하죠. 그런 스페인어권 인구가 20여개국 5억입니다. 번역할 만한 문화적 자원은 무궁합니다.” 듣고 보니 아주 미친 출판사는 아니다. 그는 ‘무궁하다’는 표현을 ‘그동안 너무 안 건드렸다’로 고쳤다.

“스페인 문학이 아닌 문화를 번역할 생각입니다.”

그는 일년에 한차례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북페어가 열리면 한달 정도 그곳에 머물며 책 사냥을 한다. 신간 위주로 한번에 100권 정도 사들여온다. 이메일 아이디가 ‘북헌터’다.

“이제 시작입니다. 문학, 인문, 예술 위주로 쉬운 것에서 어려운 것으로, 동시대 작품에서 고전으로 넓혀나갈 것입니다. 인터넷으로 ‘북스페인’을 검색하면 스페인의 모든 것이 주르륵 나오도록 말이죠.”

겨우 책 세 권 선보인 출판사로선 엄청난 욕심이다. 허장성세로 보일만큼…. 하지만 페르난도 사바떼르의 <십계명>, 페르난도 바에스의 <책 파괴의 역사> 등 저작권을 확보해 번역 중인 책이 30여권이라고 밝혔다.

스페인어는 일종의 특수언어권인데 그의 욕심을 받쳐줄 만큼 번역자가 충분할까. “사실 그게 고민입니다. 박사급이 200명 정도 되는데, 대부분 번역과 거리가 멀어요. 문장이 안되는 사람도 많고요. 무엇보다 돈이 안 되니까 잘 안 하려고 해요. 현재 번역가라고 할 만한 사람이 10여명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고료나 인세 지급방식을 바꾸어 인센티브를 주고 갓 학위를 취득한 사람을 동참시킬 참이다. 전문편집자 양성도 그의 과제다. 할 일은 많은데 일손은 부족하단다.

이번에 펴낸 두 가지 외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작품 모두를 번역하겠단다. 왜 하필 그일까.

“가장 스페인 작가다운 작가죠. 예약 주문자가 20만명에 이를 정도이니까요.” 세르반떼스의 <돈 끼호떼>에서 비롯하는 사실주의, 갈도스의 <라사리오 데 또르메스>를 효시로 하는 피카레스크 양식의 두 흐름이 20세기 초 바로하를 거쳐 멘도사한테서 절정을 이룬다는 설명이다.

“죽을 때까지 스페인 문화 번역에 매달릴 겁니다. 100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문학 전문으로 출발한 ‘열린책들’이 결국 문학 전반으로 확대할 수밖에 없었던 점을 의식한 듯 정씨는 “장르는 몰라도 언어권은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갓 태어난 특정어 전문번역 출판사의 성패는 출판사만의 몫은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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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ky 2005-06-25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번쩍 뜨이는 반가운 소식이네요. '정창'씨가 번역한 책 중 '열정'하고 '연애소설 읽는 노인' 읽어봤는데, 이 분도 번역을 꽤 무난하게 잘 하시더라구요. 정말 기대되네요.

하이드 2005-06-25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금 에두아르도 멘도사 책들 보관함에 넣어 놓고 있어요. 열심히 사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