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베개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송태욱 옮김 / 현암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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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면 생각나는 소설이 있다면, 그것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 밤 밑바닥이 하얘진  '설국' 이다. 눈길 걷다 보면 꽃길, 꽃길 걷는 봄에 생각나는 이야기라고 한다면, 앞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를 들이밀 것 같다. 봄인지, 여름인지, 겨울인지 모르겠는 날씨에 어리둥절하지만, 4월은 봄이고, 계절의 혼란 속에서 문득 문득 오감으로 느끼게 되는 봄의 향취에 '그래, 봄이지' 라고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혼란스러운 계절, 봄을 보내는 방법으로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 를 필사하는 것은 어떠한가. 라는 생각도 든다.

현암사의 소세키 전집은 내가 보아온, 사온 많은 전집들 중에 단연 최고라고 하겠다. 책 띠 하나하나도 대단한 운치이고, 과하지 않음을 유지하며, 극으로 신경 쓴 것이 보이는 만듦새이다. 열심히만 한다고 좋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열심히, '잘' 만들었으니, 소세키가 좋은 건 좋은거고, 이런 전집을 기획해서 내 손에서 한 장 한 장 넘길 수 있게 만들어준 출판사와 담당자의 노고에 감사하는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문장들이 우아하고 아름다운 책에 닮겨 있다.

 

나는 움직이고 있다. 세상 안에서도 움직이지 않고 세상 밖에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그냥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꽃에 움직이지도 않고 새에 움직이지도 않으며 인간에 대해 움직이지도 않고 그저 황홀하게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굳이 설명하라면 내 마음은 오직 봄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온갖 봄의 빛깔, 봄의 바람, 봄의 사물, 봄이 소리를 다져 넣어 굳혀 영약을 만들고, 그것을 봉래산의 영묘한 물에 녹여 도원으 햇빛으로 증발시킨 정기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모공으로 스며들어 마음이 지각하지도 못하는 사이에 포화되고 말았다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을 쓸 당시의 소세키의 상황, 이 책에 드러난 소세키의 예술론, 화공인 한 남자가 화구를 들고 나코이에 머물러 간다. 좋은 그림거리를 찾으러 가서 묘한 여자 나미를 만난다. 나미를 그리고 싶지만 그녀에게는 하나가 빠져 있다. 그것은 아와레, 연민이었다. 라는 줄거리에 대해 쓸 수도 있겠지만,

 

문장들과 그 문장이 흘러가는 속도와 방향, 이야기가 담고 있는 공기와 계절과 시간들이 맘에 든다. 그래서, 이 소설을 베껴 써보며 봄을 보내면 좋은 계절의 마무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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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사나 2014-04-2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현암사 나쓰메 소세키 전집은 계속 탐내하고 있습니다. 전집은 어딘가 좀 무서웠;;지만 이번 필립 K. 딕 전집 이벤트로 시작을 해버렸습니다. 아마도 계속한다면 -_- 나쓰메 소세키가 되지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