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라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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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풀베다의 책은 고저가 있다. '소외' 가 세풀베다의 정수라고 한다면, '연애소설을 읽는 노인'도 꽤나 철학적이고, 환경적(?) 인 책으로 좋았고, 환경동화인 '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도 우리나라 일러스트의 힘을 입어 인상적이었다. '지구 끝의 사람들' 은 일단 소재는 흥미로웠고,  '파타고니아 특급열차'는 자전적인 이야기인데, 시사하는 바는 둘째치고 상당히 지루했다. '감상적 킬러의 고백'이라는 중단편모음은 소재는 특이했으나, 이런저런 헐리우드 영화식 기법들의 차용으로 그 주제에도 불구하고 세풀베다 답지 않았다는 생각이다.

이 책  핫라인은 후자.  차라리, 중편으로 다른 책에 끼워져 있었으면 좋았을걸 생각이 들 정도로 얇은 책이다. 얇다고 나쁜 것은 아니지만, 한권의 하드커버 책을 살 때는 독자의 기대치라는 것도 있으니.

20여년동안 가축도둑을 잡는 성격 곧은 마푸체( 칠레지역에 살던 인디오) 형사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풀베다의 책은 쉽다. 동화같다. 그러나 전하는 메시지는 항상 무겁다. 마푸체 형사는 부패비리 장군의 아들이 가축을 훔치는 것을 보고 체포하나, 그 과정에서 엉덩이를 다치게 만들고, 좌천되어 도시 '산티아고'의 성범죄국으로 가게 된다.

그는 도시가 싫다. '도시에는 향수냄새와 음식냄새 . 세제 냄새 , 쾌쾌한 휘발유 냄새가 진동하고 그 위를 지독한 똥냄새가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 워싱턴 카우카만이라는 리더스다이제스틱한 이름의 성격 곧은마푸체 형사는 '도시' 산티아고 에서 살고 싶지도 죽고 싶지도 않다. 고 생각한다.

스토리는 초단순. 좌천되어 간 카우카만은 장군의 아들을 (용감하게) 쏜 일이 신문에 나서 그에게 보복하려는 놈들에게 쫓기게 되고, 그런데, 꽤나 당당히 대처한다. 산티아고에 도착해서 만난 '아니타'라는 택시 운전사와 좋아하게 되고. 결국은 인과 응보로 나쁜놈은 망하게 된다.

얼마전에 장군 잡은 여경이 8년전 상사의 명에 따라 위조 운전면허 발급하는데 도움 준 것이 발각되어 감방에 갔다고 하는데,  (물론 여경이 잘했다는건 아니지만) 세풀베다 책 속의 칠레 '산티아고' 에서는 장군의 아들의 엉덩이를 쏜 형사가 영웅이 된다. 칠레의 어두운 과거( 혹은 ing?) 인 고문에 대한 암울한 이야기가 뒤의 반의 주를 이룬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점. 원제가 '핫라인'이었을까? 그렇다면, 세풀베다도 제목 참 못지었다. 는 생각이 든다. 만약 그럴듯한 원제를 출판사에서 바꾼 것이라면, 다시는 세풀베다 책 안 살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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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6-21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제목도 핫 라인인데 영어제목 차용인지는 모르겠군요. 근데 님과 저의 차이가 마구마구 느껴집니다 ㅠ.ㅠ;;;

하이드 2005-06-21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외' 에서 너무 기대치가 높아졌나봐요. 재밌긴 재밌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