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카페의 노래 열림원 이삭줍기 12
카슨 매컬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열림원 / 200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마빈 메이시는 아밀리아를 사랑하고

아밀리아는 라이먼을 사랑하고      

라이먼은 마빈메이시를 사랑한다.

흠. 이 젠장스런 삼각관계가 슬픈빛을 띄고 있는 것은 각각의 인물이 어울리지 않는 빛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그들이 있는 장소가 그들이 내고 있는 빛을 더 깊게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1. 까페

아밀리아의 사료가게는 마을의 유일한 까페가 된다.

'아무리 부자이고 탐욕스러운 늙은 악한도 까페에서는 행동을 조심하고 누구를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 가난한 사람들도 새삼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고 소금병 하나도 우아하고 겸손하게 집는다. 제대로 된 카페라면 우정과 복부의 포만감, 그리고 흥겨움과 우아한 분위기, 이런 조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때까지 이 마을에 카페라는 것은 없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이러한 규칙과 문화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람이 만드는 것은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아밀리아는 특별한 술을 만든다. 그녀가 만드는 술은 정갈하면서도 짜릿한 맛을 내며, 일단 뱃속으로 들어가면 화끈한 기운이 오랫동안 몸을 훈훈하게 녹인다. 게다가 그녀의 위스키는 한 인간의 영혼이 진실을 마주하게 해 준다. 일상에 찌든 직조공이 그녀의 술을 마시고 늪에 핀 백합 한 송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던지, 처음으로 눈을 들어 한밤중 하늘의 차갑고 신비로운 광휘에 심장이 조여든다던지.

가난한 (몸도, 마음도)  마을사람들은 자신을 특별한 사람으로 느끼게 해주는 '까페'라는 공간에 모인다. 한주가 끝난 피로한 주말에, 혹은 어느 날 이상기후로 하늘에서 난생처음 이 더운 지방에 눈이 내린 날에 그들은 주머니 속의 쌈짓돈을 헤아리며, 아밀리아의 까페로 갈 생각에 들 뜬다.

2. 까페 주인 - 아밀리아

육척 장신의 사팔뜨기 그녀.

버릇처럼 셔츠 속의 근육을 찔러보고, 난롯가 앞에선 다른 여자들 처럼 가리는 법 없이 치마를 들쳐 근육질의 털이 숭숭난 다리를 불가에 덥히는 여자.

못하는 일이 없는 그녀지만,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는 서투르기 짝이 없다. 취미는 '고소', '소송' 이다. 오직 '돈'과 관련있을 때만 사람과 관계하는 무뚝뚝한 사람이다.

어느 날 그녀의 까페에 육촌이라며 찾아 온 곱추 라이먼을 사랑하게 된다.

 

3. 곱추 라이먼

'십년을 살았는지 백년을 살았는지 기억이 안나'  라고 말하는 라이먼. 혹자는 그의 광채나는 회색빛 눈에서 어린아이의 모습을 보고 혹자는 그 눈 아래의 연보랏빛 주름에서 노인의 모습을 본다.

세상 모든 일에 참견하기를 좋아하고, 모든 분란을 사랑하며, 이간질에 타고난 재주가 있다.

그는 아밀리아의 사랑을 받는다.

그는, 그러나 마빈 메이시를 동경하게 된다.



 

 

 

 

 

 

 

 

 

4. 마빈 메이시

사악하고 야비한 그가 '사랑' 이라는 열병에 빠졌다. 특이하고 괴이쩍은 커플이 되고 만다. 그의 성격은 아밀리아로 인해 변한다. 착실해지고, 부드러워지고, 그녀만을 바라보고, 그녀에게 모든 것을 내준다.

그렇게, 아밀리아를 보고,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변한다.

그의 사랑은 열흘이란 짧은 시간안에 거부당한다. 그는 다시 한 번 변한다. 예전에 그의 야비함이 그래도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야비함이었다면, 이제 그의 모습은 이전엔 볼 수 없었던 그지없이 사악한 모습으로 변한다. 그의 안에 있던 '아밀리아에 대한 사랑'은 활활 타고 불씨 없는 재가 되었다.  이글거리는 사막의 바람에 한점 자취없이 날아가버렸다. 그런것일까?

그는 곱추 라이먼의 사랑을 소진시키고, 곱추 라이먼으로 하여금 아밀리아의 사랑마저 소진시키게 한다.

그렇게 이 엇갈린 사랑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그리고 나는 심지어 이것이 지극히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날개 2005-06-07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사한 리뷰군요.. 음악과 사진과 글이 참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