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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분노 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입니다
제이콥 톰스키 지음, 이현주 옮김 / 중앙M&B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분노조절이 안 되는 호텔리어.를 읽은 내가 조금만 더 같이 불행해지자고. 이 책을 권합니다.
이 느낌은 뭐지? 왜 내 속이 두틀리고 심장이 떨리는 거지? 더러운 세탁물 냄새가 역겨워서인가? 아니었다.나는 겁먹었다. 나는 일이, 쉴 틈 없이 계속되면서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는 일이 두려웠다. 매시간 서서 일정을 이야기하고, 물건을 사들이고, 청소하고, 채용하고, 해고하고,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일이 힘들어졌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더러운 시트와 혈액으로 인한 병원균 더미에 나를 빠뜨린 이 호텔업계의 급료가 대단히 많지 않다는 사실을 말하기에 가장 좋은 시점일지 모르겠다.
시작은 대단히 유쾌했다. 나는 웃을 준비가 되어 있었고, 실제로 서문을 읽으면서 삐질삐질 나오는 웃음을 참지 않았다. 책의 초반부터인지, 이게 농담이 아니란 걸 깨닫게 되는 중반부터인지, 이게 결코 해피엔딩이 아닐꺼라는 걸 알아버리고 만 후반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씁쓸한 웃음만이 남는다.
왜 즐겁게 일할 수 없는가.
시종일관 자신은 호텔의 창녀라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고, ( 물론 이제 작가가 되어 다른 일도 할 수 있음을 충분히 증명하였지만) 계속 호텔의 창녀로 살 수 밖에 없다고 한탄한다.
왜?
황금빛 죽음의 두개골을 보니 돈이 생각났다. 어느 누구도 배려핮 않는, 오직 자신들만을 위해 제힘으로 굴러가는 사모 투자회사의 돈 말이다. 그 돈은 사람들이 식료품을 사거나 디즈니랜드 입장권을 사는데 쓰는 돈이 아니라 결코 쓰이지는 않고 쌓이기만 하는 악마 같은 돈이다. 그 돈은 독이 든 노란색 구름처럼 모이기만 하다가 결국엔 무서운 두개골이 되어 사람들의 눈을 태워 없애고 아이들을 굶겨 죽이기 시작한다.
사람을 사람으로 안 보고 돈으로 보는 기업들과 투자회사들 때문이다.
내가 일년에 열 번이나 이 호텔을 오는데, 그런식으로 나오면 나는 앞으로 옆에 호텔 갈꺼야라고 억지 주문하며 버럭거리는 자신이 '왕'인 줄 아는 아무것도 아닌 진상 손님들 때문이다. 토미의 말마따나 맥도날드에서 감자튀김 탔다고 앞으로 버거킹 갈꺼야 고래고래 소리지르는 격.
뉴올리언즈와 뉴욕의 호텔 이야기이지만, 호텔을 예약하고 여행하는 모든 이들이 읽어볼법한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호텔 직원 여러분, 이 책은 우리들을 위해 썼습니다.' 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호텔 직원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하며, 호텔 직원들 뿐만 아니라 여행하는 우리도 조금 더 같이 불행해지자. 이건 비아냥 아니라, 말 그대로. 대단히 불행해지는거에 비해 조금 더 불행해지는거, '같이'불행해지는거. 난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런 마음을 먹는건, 결국 둘 다 약간 행복해지는 일일 수도 있다.
부록에서는 호텔리어가 아니라 누구라도 고개 끄덕이게 만드는 유쾌한(?!) 이야기들이 있다. 마지막에야 씁쓸한 웃음 조금 거둘 수 있으려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