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일기] 는 발터 벤야민의 개인적 삶에 대한 관심을 쫓다 만난 책이다. 그의 매력적인 언어철학과 알레고리론, 역사와 맑스주의에 대한 깊은 통찰을 보여주는 역사철학, 19세기 유럽 근대문화에 대한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제시한 '파사젠베르크'등을 알기 전에 난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쫓는 베를린에서 그가 살았던 집들과 학교 , 그의 자전적 글들( [베를린 연대기]등 ) 에 언급된 베를린 거리들을 순례하면서, 그곳에 숨겨져 있을 그의 삶과 기억의 흔적들을 찾아 돌아다녔다. 그런데 이런 발굴작업은 도대체 어느 곳에 무엇이 묻혀져 있는지 알지 못하고는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의 책들을 찾아 읽기 시작했고 그를 통해 벤야민이 말했던 기억의 '발굴작업'이 단지 물리적 공간 속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그 삶의 흔적들은 그가 출판하거나 신문 혹은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 속에서도 '발굴'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텍스트들 속에서 '살균처리'된 그의 삶의 흔적들을 발견하는 것은 마치 멋지게 차려입은 연회복 뒷자락에 붙어 있는 세탁소 영수증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건 거대하고 멋지게만 보이는 이론과 사상, 그리고 철학이 사실상 우리의 진부하고 고통스러우며 자질구레한 일상적 삶의 체험으로부터 길어져 나온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서 오는, 불편함과 기쁨이 결합된 복잡한 감정이었다.

(후략)

조금은 긴 이 서문은 나같이 책을 순서대로 읽어야 직성이 풀리며, 책에 대한 이야기는 책을 접하고 나서 내 느낌과 비교해서 접하고 싶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뒤로 가서 '옮긴이의 말' 로  붙었으면 좋았겠다 싶긴하다. 그런데, 긴줄 모르고 읽기 시작한 서문이 첫장부터 꽤나 마음에 든다.

처음 접하는 발터 벤야민의 책이다. 몇장 안 읽은 지금 나오는 '파사젠 베르크'가 무슨 뜻일까 궁금한거 빼고는 재미있게 넘어간다.

괜히 열등감에 하는 말이긴 한데,  이 책이야 일기의 탈을 쓴 한 사상가의 사유라고 한다고 하더라도 ( 사실 아직 어떤 책이다 알정도로 몇장 읽지도 않긴 했지만 , 느낌에) 아니, 특히나 검열이 안 된 개인적인 기록이기에 더욱더 좀 쉬운 말로 알아들을 수 있게 나와야 할텐데 하는 우려가 채 몇장 읽기 전부터 든다.

그러니깐  내가 생각하는 가장 훌륭한 건 '페르마의 정리'나 '양자역학' 같은거라도 '국민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쉽게!' 인 것이다. 누구나 다 아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닌 이상, 혹은 책이 전문가나 전공자만을 위한 책이 아닌 이상, 쉽게 가는게 좋다.  진짜루.

발터 벤야민의 책 더 읽고 싶어질것 같은데 무얼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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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inbahnstrasse 2005-04-2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사젠 베르크Das Passagen- Werk"
한국에서는 "아케이드 프로젝트"로 잘 알려진.
파리의 passage를 기억해보면 감이 잡힐 겁니다. 다음은 책 소개-ㅂ-;;

The Arcades Project is Benjamin's effort to represent and to critique the bourgeois experience of nineteenth-century history, and, in so doing, to liberate the suppressed "true history" that underlay the ideological mask. In the bustling, cluttered arcades, street and interior merge and historical time is broken up into kaleidoscopic distractions and displays of ephemera. Here, at a distance from what is normally meant by "progress," Benjamin finds the lost time(s) embedded in the spaces of things.

그리고, 벤야민을 '쉽게' 읽는다는 것이 저로서는 불가능하더군요. 평생 잡고 읽을 대상이라는 생각이. 벤야민에 대한 쉬운 책이라면, 한길사의 로로로 판 벤야민 평전과 문지의 벤야민 전기 정도를 들 수 있을 겁니다.

하이드 2005-04-30 0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난 쉽게 읽을꺼에요 기필코. 아마존 뒤져봐야겠어요 근데; 아케이드 프로젝트도 파리의 빠사쥐도 영 감이 안오니 어째요. 국민학생한테 얘기하듯이 쉽게..는 저를 위한 글이었어요. 아무튼. 지금 읽는 책 읽고 귀찮게 해드릴지도 모르겠습니다;;;

einbahnstrasse 2005-04-30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집만 12권이고, 미발표수고가 산더미 같은 사람에게 경의를 표할 뿐입니다.
제가 아는 게 신통하지 않아 난감할 뿐-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