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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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덮고 뭉클뭉클하며 작가에게 감사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죽은 양페이가 7일동안 연옥과도 같은 세상을 헤매며 자신의 삶과 자신의 삶 속의 강한 인연들을 돌아보는 이야기이다.

위화의 책이 베스트셀러인건 이상해. 라고 생각했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 없지만, 이 책은 정말 좋다.

이전에 읽었던 위화의 책들을 떠올려보면, 지금 다시 읽으면, 이런 느낌인걸까 궁금하다.

 

책은 심플하게, 당연하게, 첫째날, 둘째날.. 로 시작해서 일곱째날로 끝난다.

사랑했던 미인인 부인을 만나고, 셋방 옆에 살았던 젊은 연인을 만나고, 아버지를 만나고, 어머니를 만나고.

각각을 만나며, 중국 가장 밑바닥의 사람들을 통해 중국 사회를 이야기한다. 상황은 절망적인데, 절망적인 상황이라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하는거니깐,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담담하고, 따뜻하고, 때로는 유머러스하다.

 

최근에 읽은 조정래의 '정글만리'는 거장의 작품 이런 느낌보다는 요즘 시절의 웹툰 같은, 딱 연재소설 같은 그런 재미였지만, 역시 중국 이야기가 나왔어서, 위화의 '제 7일'도 역시 중국 이야기이기에 중국, 중국인들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한다.  

 

아주 오래전에 읽은 '허삼관 매혈기' 때문에 아주 옛날 작가 같은 기분이지만, <제 7일>은 굉장히 모던하다. 20대와 같이 모던하면서 80대와 같은 인생 관조와 반생을 살아온 3-40대의 느낌까지 다 담고 있다.

 

소설이나 서문을 통해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좋아지는 경우가 있다. 내게는 위화라는 작가가 그렇다.

위화의 책이 (아마도) 잘 안 팔림에도 불구하고, 멋진 책들이 꾸준히 번역되어 나오고 있는 것에는 작가에 애정을 가지고 작품을 믿는 사람들 덕분이 아닌가 싶다.

 

 

 

 

내가 그에게 말했다. 가자, 저기 나뭇잎이 너한테 손을 흔들고 바위가 미소 짓고 강물이 안부를 묻잖아.

저곳에는 가난도 없고 부유함도 없어. 슬픔도 없고 고통도 없고, 원수도 없고 원망도 없어...

저기 사람들은 전부 죽었고 평등해.

"저 곳은 어떤 곳인가요?"

그가 물었다.

"죽었지만 매장되지 못한 자들의 땅."

내가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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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10-07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읽고 프게 쓰신 리뷰예요

책읽는여름 2013-10-07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화에 좋은 인상을 가진 저로서는...급 땡기게 쓰신 리뷰입니다^^

2013-10-07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