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화상 볼라르 - 세상에서 가장 많은 초상화로 남은 남자
앙브루아즈 볼라르 지음, 김용채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라루스의 '19세기 미술'을 다 읽고 좀 있어보이는 리뷰를 써보고자 했으나, 페이지가 너무 안 넘어가는 관계로 포기하고, 다시 '파리의 화상 볼라르'의 리뷰를 쓰고자 컴퓨터 앞에 앉았다.

표지로서는 비호감. 표지의 카피는 '세상에서 가장 많은 초상화로 남은 남자' 이 카피는 피카소의 말에서 따온것이다. 호기심 유발. 왠지 꼭 사야만 할 것 같은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랬고, 샀으나, 왠지 재미없을 것 같은 책이 있다. 이 책이 그래서 나오자 마자 샀지만, 한동안 배달된 그대로의 상태로 박스에서만 나와 먼지 쌓이고 있었다.

드디어 읽게 된 책은 '책소개'를 보고 생각했던 대로의 내용이다. 라고 한다면 역시 재미없군. 하며 안 살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 재미있다.

인상주의에 대해 알고 싶다. 프랑스 19세기의 미술에 대해 알고 싶다고 했을때 곰브리치 할아버지의 서양미술사를 펼수도 있겠고, 표지부터 삐까뻔쩍한 라루스의 서양미술사 V '19세기의 미술'을 꺼낼수도 있겠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아시아권에서 그 어떤 사조보다 많은 팬을 거리고 있는 인상주의 화가들이다. 미술을 모르고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마네, 모네, 고흐, 고갱 ,세잔 등의 이름은 낯이 익고, 그들의 그림을 보지 않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아무리 관심과 열정을 가지고 흥미진진하고 대단한 미술책들을 펼친다고 하더라도, 다빈치 코드 읽어내듯 술술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몇 안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이 책은 미술에 관한 책이라기보다 파리의 어떤 그림장수 이야기이다. 소재가 좋으면 좋은 책을 쓸 수 있는가? 내 대답은 '그렇다'이다. 단 소재가 아주아주 좋아야하겠지만. 볼라르는 책의 뒤편에도 나오듯이 책을 만드는데도 열정을 바쳤고, 그에 머물지 않고 그 자신이 책 쓰기를 좋아했다. '르느와르' , '세잔' 등에 관한 책을 써서 출판하기도 하였다. 그의 책 중 '아주 특별한 연인'이라는 제목으로 드가와 세잔에 관한 책이 번역되어 나와있기도 하다. 이 책 '파리의 화상 볼라르'도 자신이 직접 쓴 글이다.

사진을 좋아하는 아는 오빠가 말하길 '더스틴 호프만'이나 '로버트 드니로'같은 사람한테 카메라를 들이대면 어떻게 찍어도 작품일텐데, 나라고 마리오 테스티노 같은 사진 못찍겠냐. 그런적있다.

고흐랑 세잔이랑 르느와르랑 마네랑 다 우리 옆집살구, 나랑 그림도 사고 팔면서 친한데 아침인사 나누고 저녁 같이 먹은 얘기만 써도 사람들이 안궁금하겠냐. 이런거랑 똑같지 않을까? 그러니깐 내가 줄줄이 길게 쓰기는 했는데, 볼라르의 책에서 어떤 문학적 향기를 발견하고 싶다거나 유려한 문체와 섬세한 문장, 강렬한 주제를 발견해야만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을 안 사도 좋다는 것이다.

'내가 르느아르의 [모네 부인과 아들] 앞에 멈춰 서자, 모네가 설명을 덧붙였다. '어느 날, 마네가 내 아내와 아들을 그리고 싶어 했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르누아르도 화포를 펴더니 같은 주제를 그렸지요. 르누아르의 그림이 완성되자 마네는 나를 따로 불러 이렇게 말하더군요.'이봐 모네, 자네는 르누아르와 친하니까 자네가 그에게 다른 직업을 알아보라고 충고해 주게. 자네도 잘 알다시피 그림은 그가 할 일이 아니야!'

화가들의 이야기들이 이렇게 생생하게 나와 있는데, 이 책이 어떻게 재미없을 수가 있을까?!

14,800원이라는 가격이 어떻게 나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 안의 그림도판들은 훌륭하고, 재미있어서 다른 미술사 책들처럼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저 위의 '모네 부인과 아들' 과 같은 에피소드 다음 페이지에 르느와르가 그린 그림과 마네가 그린 그림이 나란히 있는걸 보면 정말 잊혀지지 않고 길이길이 남는다.

원래 이 책은 볼라르의 자서전으로 그의 직업상의 이야기이니만큼 그림 얘기, 책 얘기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미술에 관한 이야기들을 제외한 나머지 이야기들은 편집이 된 반쪽짜리 책이긴 하다. 좀 더 어려운 독서가 되더라도 완역본을 보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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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4-09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미가 동하네요, 일단 보관함^^

chika 2005-04-09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역시...^^

2005-05-11 22: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5-12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그게 맨날 헷갈리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