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나
아사오 하루밍 지음, 이수미 옮김 / 북노마드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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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말고 책으로 내줘요~ 하루밍짱~ (아사오짱이라고 해야 하는걸까? 여튼)

 

흔한 말로, 약간의 멸시와 경멸과 질투를 범벅해 '일기는 일기장에나 쓰지 ㅉㅉ' , '아마존의 나무가 아깝다' '환경공해다'

뭐 이런 말을 한다. 이제 올드해져서 요즘 같으면 쓰지 않겠지만 <3시의 나>를 만나고야 뒤늦게 알았다.

 

일상을 쓰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글을 잘 쓰면 되는거였구나.

 

반반이다. 이 책을 추천할까, 그냥 슬쩍 넘어갈까. 이런 맘이 드는건 정말 오랜만인데, 나만 두고두고 보며 써먹고 싶어. 라는 마음이 슬쩍 들었다. 안될꺼야.. 안되겠지?

 

일러스트레이터인 아사오 하루밍은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동안 매일 3시를 기록하기로 한다.

 

연초에 '올해 1년은 매일 같은 시각에 같은 일을 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 가지 일을 지속해보자는 뜻이지요. 어디에있더라도 내 본연의 자세를 흩트리지 않겠다는 결심이기도 했습니다. (..) 그런데 친구가 그러면 사회생활이 어려워진다고 충고하더군요. 그럴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매일 3시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 꾸준히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3시의 나'를 1년간 365장의 그림과 글로 표현하는 것이지요. (...) 비슷비스한 하루이지만 이 기록을 통해 진정한 나다움을 발견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내 삶이 평온한건지, 그녀의 삶이 버라이어티한건지(?) 모르겠지만, 꽤나 부지런하잖아?! 생각하며 책을 읽었다.

그녀의 오후 3시와 비교해서 나의 오후 3시를 써서 책으로 낸다면, 읽는 사람을 지루함으로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귀여운 그림이 매일같이 있지만, 그림을 제쳐두고라도, 글이 재미있다. 귀엽다. 글 너머의 그녀를 좋아하게 된다.

 

그녀는 카페에도 가고, 서점에도 가고, 고케시 취미 활동도 하고, 잡지사 사람들도 만나고, 취재 여행도 떠나며, 고양이도 따라다니고 (고양이 스토커라는 책도 냈다고 한다) 친구도 만나고,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고, 열심히 일하기도 한다.

 

나는 .. 집 - 꽃시장 - 샵 - 집 - 농장 - 집 - 알라디 중고서점 - 강남대로 스타벅스 왕따자리, 에, 또...

 

최근에 이 반경을 벗어나 본 기억이 없다. 최근 뿐만 아니라 이곳에서 꽃일 시작하고 3년여를 돌이켜 봐도 별로 벗어나지 않는다. 하하하

 

 

 

1월 23일 (토)

 

병원에 가서 위내시경 검사 결과를 막 들은 참이다. 즉시 귀가하여 집안에 필요 없어진 물건들을 거침없이 버린다.

버림신이 강림하셨다.

 

1월 23일 토요일 오후 3시에 일어난 일이다.

 

마침 열나게 책정리와 부수적으로 집정리를 하고 있던 중이라 와 닿았던 '버림신' 이시다. 우헤 -

 

되게 귀엽다. 그림도, 글도. 고케시, 고케시, 일본 목각인형 고케시가 가지고 싶어졌다. 단 한 번도 없던 일이다. 좋은 취미이고, 그 취미를 함께 하는 친구들까지 다 통째로 부러웠다.

 

함께 읽고 있는 책은 막스 갈로의 <프랑스 대혁명>이다. 포스트 잇이 둘 다 비슷하게 많이 붙어 있다. (<3시의 나>에는 포스트잇 이야기도 있어서 웃어버렸다.)

 

책을 정리하는 기준은 계속 바뀐다. 이번에 정리하면서 느꼈다.

의외로, 이 책은 계속 간직하고 두고두고 보고 싶은 책이다.

 

그런 생각도 했다. 찰리 파커, 데이브 거니, 토니 힐을 좋아하는 내가 있고, 아사오 하루밍이 '3시의 나'를 좋아하는 내가 있다.

둘 다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

 

여튼, 굳이 말하자면, 재택근무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의 애환도 담겨 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더 사고 싶을까?

들어가는 작가의 말도, 마무리하는 작가의 말도 다 마음에 든다. (그 중간도 물론!)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나 자신을 표본상자에 넣고 핀으로 고정시켜둔 듯한 기분입니다. 도망쳐 숨을 데도 없습니다. (...) 일기를 마무리한 후 그동안의 하루하루가 실처럼 이어진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니, 미래는커녀 고작 하루 뒤인 내일조차 어떤 날이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이 신비롭게 느껴집니다.

 

무릎팍 도사에 나온 이시영이 복식을 계속한 이유는 자신이 지금까지 살면서 무엇하나 끝까지 해 본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복싱만은 끝까지 해봐야겠다고 했다고 한다. 예로 든 것이 매년 초 다이어리를 사는데, 끝까지 쓴 것이 하나도 없더라며.

 

이시영보다 더 많이 산 나도 내가 무얼 끝까지 해본적 있는지 모르겠다. 다이어리를 끝까지 써 본 적도 없다.

다이어리를 끝까지 쓰며 매일의 기록을 간직하는 사람과 매년 한 시월이나 십일월부터 가장 좋은 다이어리를 사서 단 한 번도 끝까지 써 본적이 없는 내가 있다.

 

1년동안 끈기있게 매일의 3시를 기록한 아사오 하루밍의 일기가 더 와닿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일상에 감탄과 부러움 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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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3-07-3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에 넣고. ;; 와아. 그림도 예쁘고, 흥미롭네요. 저도 읽어볼래요. 3시의 나. 를 생각해보면 직장에서 왔다갔다 아니면 집에서 뒹굴뒹굴이 떠오를 뿐이네요. 제 일기(랄 것도 없다만-_-;)는 그냥 일기장에 쓰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