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플하게 산다 - 마음이 고플때가 아니라 배가 고플때 먹자

요즘 한가쩍다보니, 책을 그야말로 우걱우걱읽고 있다. 음식도 과식이 안 좋은데, 과독은 어떨까? 마음이 마구 살찌나?

여튼, 그 와중에 좋았는데, 페이퍼 한 번 못 쓰고 쓸려 내려간 책, 주창윤 <허기사회> 

눈치 챘는지 모르겠지만, 요즘 나의 가장 큰 화두는 '심플하게 살자'이다. '우아하게 살자' 이다.

심플하게 사는게 우아하게 사는 거. 라는 결론은 맘속으로 이미 내리고 있다.

 

잡동사니들과 과식..은 아닌 것 같은데, 늘 과잉포만감을 느끼며 힘들어하는 미련한 짓거리를 하고 있다.

반그릇만 먹으면 딱 좋을 것 같은데, 교육의 힘은 징그러워서, 밥을 남기지를 못하겠다. ㅜㅜ 누가 그러던데, 음식을 쓰레기통에 버릴래, 니 뱃속에 버릴래.

그러게 말이다.

 

여튼, 오늘 새벽에는 동생군과 함께 나오며, 터미널에 새로 생긴 '양평해장국' 에 가보기로 했다. 나는 소고기국밥, 동생군은 내장탕을 주문. 우리 둘은 어제 다섯시에 '비빔밥'과 '순대국밥'을 나눠 먹었고, 저녁에 나는 라면 1/4개 (에 계란 3개 ...응?) 동생은 라면 한 개를 먹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여섯시 반경에 아침을 푸짐하게 먹은 것.

 

내가 먹은 소고기 국밥은 무가 채로 썰어져 있고, 고기도 듬뿍이었다. (익혀 먹는 무를 무지 좋아함. 갈비탕 무 좋아하는데, 요즘 갈비탕에 무가 없어!) 동생은 국밥의 정석대로 받침에 뚝배기를 기울여 국물까지 싹싹 먹고,  나는 식탐은 많지만, 위는 작아 (정말일까?) 금새 배불렀지만, 밥이랑 고기랑 무를 꾸역꾸역 먺고, 두시간이 지난 지금까지 배불러 하고 있는 중이다.

 

<심플하게 산다> 에서 몸이 아니라 마음이 고파 밥을 먹는다고 했는데, 바로 다음에 읽은 <허기사회>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와서 옮겨둔다.

 

 

 

 

 

 

 

 

 

 

 

 

우리 사회는 두 개의 위장이 있는 듯하다. 인간의 위장처럼 음식물이 들어가면 '채워지는 위장'과 무엇인가 들어올수록 '비워지는 위장'. 전자가 시스템의 위장이라면, 후자는 정서의 위장이다.

 

우리 사회는 시스템이나 네트워크로 긴밀하게 채워지고 있다. 그것들은 체계적인 연결망을 형서하고 있으며, 무엇인가로 넘쳐나는 듯하다. 그러나 우리 시대의 정서는 허기로 가득하다. '과잉 속의 허기' '허기 속의 과잉' 이라는 모순이 우리 사회의 정서를 지배하는 중이다.

 

정신의학자 굴드는 탐식환자들을 심리치료하면서 왜 사람들이 먹는 것을 멈추지 못하는가를 탐구했다. 정신과 의사인 그에게 온 많은 환자는 사랑에 실패하거나 다른 사람이 몹시 미워서, 혹은 다른 여러 이유로 과식을 하고 탐욕스럽게 머거도 배가 고프다고 호소했다. 환자들의 탐식 기저에는 '무기력증'이 있었다. 식욕은 자신의 무기력증을 메우려는 시도다. 그러니 아무리 먹어도 탐식은 해결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탐식환자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것 같다. 우리는 이미 식탁에서 밥을 먹었다. 욕구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남아 있는 빈 밥그릇을 보면서 허기를 느낀다. 나는 이 마음들의 상태를 '빈 밥그릇의 허기'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욕구만 채우면 되는 동물이 아니기 때문에 채우고 싶어하는 욕망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 욕망은 채워지지 않고 있어서 허기는 더 큰 허기를 야기한다.

 

허기에 관한 부분만 옮겨 놓긴 했는데, '빈 밥그릇의 허기' 에 대한 분석은 무척 흥미롭다.

 

역시나 요즘 읽는 책에 거의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힐링' 꺼져. 인데,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이 가장 공감 갔다.

드디어 베스트셀러에서 '힐링' 책들이 내려갔다는 이야기를 교보 류영호님 트윗에서 보았다. 힐링 다음의 트랜드로 '소설'을 점찍고 계시던데, '소설'이 되건, 뭐가 되건 '힐링' 이 내려갔다는 것이 의미심장.

 

'정리'와 '심플한 삶' '덜어내는 삶'을 이야기하는 '좋은' 책들이 계속 읽히는데, 이런 것들이 트랜드가 되지 않을까?

'욕망의 한계'에 부딪혀 '힐링'을 찾았지만, 쓸모없음쓰잘데기없음을 깨닫고, 그런다고 채워질 수 있는 욕망이 아니니,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그 다음으로 필요한건 '욕망 덜어내기' 혹은 '욕망 다듬기' 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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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모모 2013-06-20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독이란 말 왠지 멋있어요*.*
얼핏 보고 라면 1/4 끓이고 거기에 계란 3개를 넣으셨단 이야긴 줄 알았어요;@.@

하이드 2013-06-20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라면이 1/4개밖에 안남은게 있어서 그거 넣고 계란 3개 풀었어요. ㅎㅎ

무지개모모 2013-06-20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면에 계란을 넣은 게 아니라 계란에 라면을 넣으셨네요! +ㅇ+

하이드 2013-06-20 11:02   좋아요 0 | URL
근데 왜 라면이 1/4만 남아 있었는지는 미스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