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책 읽는 속도가 붙어 하루에 두 세권씩 먹어치우고 있던 즈음 잡게 된 메릴린 로빈슨의 <하우스키핑>
이 얇고 작은 책을 몇 번인가 읽다 말다 했다. 겨우겨우 반 이상 읽을 즈음에야, '아' 하며 몰입하기 시작,
그러고 나서도 되게 느릿느릿 느릿느릿 읽어내려갔다.
이모는 우리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세웠던 첫 번째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깨달았다. 아울러 청문회 결과가 좋으리라는 기대도 거의 갖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림에 매달렸다. 창틀을 청소하고 아직 남아 있는 유리창을 닦았으며 나머지 창문들은 테이프와 누런 종이로 깔끔하게 감쌌다.
자매를 돌보기 위해 떠돌이 이모가 마을로 돌아온다. 어딘가 몽환적이고, 어둠을 좋아하는 이모는 자매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차를 타고 그대로 호수로 뛰어 들은 엄마를 떠올리게 한다.
이 책은 상실감, 외로움, 덧없음을 이야기한다고 한다.
되게 천천히 겨우 읽어냈는데, 꼭 두 번, 세 번 읽어야 더 잘 보인다고 하니, 두번째의 독서는 잠시 미뤄두고, 지금의 감상만은 잘 개켜서 담아두려고.
책소개에 '고독이 행복할 수 있을까?' 라는 문구가 맘에 콕 박혔는데, 책 속에 나오는 문장은 아니었던듯하다. 이 책을 읽고 감수성 폭발한 어느 편집자의 카피려나.
그런 느낌이 들 때 있다. 발은 땅에 붙어 있지만, 똑바로 정신차리지 않으면, 마음은 분리되어 하늘로 둥둥 떠올라 우주로 소멸되어버릴 것 같은 느낌.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그래, 그럴때가 있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침묵, 진이 박혀버린 익숙한 외로움, 어둠, 고여 있는 호수, 호수의 중심에는 아버지가 누워 있다. 언니도 떠 다닌다.
누구는 이 소설을 성장소설이라고도 하고, 가족소설이라고도 한다.
내게는 그저, 미완결의 소설같다. 떠돌이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