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능 차이라면 이제와서 달리 뾰족한 방법이 없지만 노력의 차이라면 절대 그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
이만큼 노력했으니 충분하다.할 만큼 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
그런 사고방식은 엿이나 먹으라고 생각해왔다. 보통은 그쯤에서 만족하거나 그만둔다. 그러니 거기서 멈추지 말고 더 노력을 들이면 그게 명확한 차이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건 이미 광기의 영역이었다.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이 시간도 원래는 장기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어야 한다. 라이벌들은 결전에 대비하여 열심히 연마하고 있을 것이다.
기분 전환이라는 명목. 이구치가 오고 싶어 한다는 구실. 실제로 나는 괴로움에서 늘 도망쳤던것이 아닐까? 괴로운 척만 했을 뿐 실제로는 핑계를 대면서 하루하루를 보내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단 한번이라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할 정도의 한계까지 노력해본 적이 있었나?
지금밖에 없다. 지금부터라도 늦지 않았다. 다시 한 번 기본으로 돌아가서장기의 기술을 바로잡아야겠다.
여기서 노력하지 앟으면 평생 후회하게 된다. 도쿄에 돌아가면 생활 리듬을 고쳐서 이번에야말로 장기중심의 생활로 돌아가야겠다.
기시 유스케는 인간의 '공포'를 직관적으로 아는 것 같다. 리서치도 엄청 열심히 하면서(= 노력도 엄청 열심히 하면서) 그런 '타고난' 직관(=천재성)까지 가지고 있다.
장기 이야기라니, 장기를 '3월의 라이온'으로 배운 내가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구매에 한 점 의심은 없었습니다만, 아멘) 역시, 첫페이지부터 흡입력이 대단하다.
월요일이야 오거나 말거나 밤새 내리는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꼴딱 새며 다 읽어버렸다.
알 수 없는 공간 '다크존' 이라는 곳에서 깨어난 열 여덟명 x 2 는 영문도 모른채 청군과 홍군으로 나늰 채, 장기판의 말이 되어 싸우게 된다.
는건 그렇게 낯선 줄거리가 아닐지도 모른다. 세상에 새로운 이야기가 있단 말이야? 근데, 좀 신선하다. 일본 미스터리, 호러(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지만, 기시 유스케는 '호러'쪽으로 분류되는 경향이..) 들을 닥치는대로 읽는 나인데, 이 이야기는 신선하다.
'무엇'이 무서운지 알았던 이전 작품들에 비해, 다 읽을때까지 후루룩 읽긴 했는데, '무엇'이 무서운지 모르고 읽어낸 것 같다.
위에 인용해둔 두 문단은 내가 요즘 하고 다니는 얘기다. 메모하려고 표시해둔 두 문단을 적고 이 책의 내용을 돌이켜보니, '무엇'이 무서운지 알 것 같다.
아, 기시 유스케, 무서운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