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그런가보다. 추억의 절반은 맛인가보다. 제목이 절묘하다.
지난번 이 책의 첫 챕터에서 '병어'를 읽고, 미치도록 병어가 먹고 싶었는데,
박찬일 셰프의 (이제는 없는 ㅡㅜ) '라꼼마'를 검색하다가 이스트 빌리지를 알게 되었고,
좋은 재료를 쓰고, 연구하고, 한식에 대한 자부심 충만한 권우중 셰프의 이스트 빌리지를 이번 먹부림꽃놀이올림픽 여름휴가에 끼워넣기로 했더랬다.
통 크게 더 비싼 코스를 산 E 덕분에 더 다양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그 중에 '병어회'가 있었다.
된장에 찍어 먹는 병어회는 맛있었다. 덕분에 나의 병어에 대한 욕망은 가라앉힐 수 있었다.
주변에 다들 십키로 단위로 빼고 있어서( 그 인간들이 비정상인데 ㅡㅜ) 내가 굉장히 게으르고 한심한 사람이 된 것 같은;지라
나는 계속 다이어트모드인데, 그 중에 피해야할 것이 '밀가루'라고 맘 속으로 정했는데,
드디어 나온다. 페이퍼 제목의 '짜장면의 기억'
병어회 다음 챕터인 짜장면에서 또 맘이 격하게 흔들린다.
박찬일의 짜장면의 기억은
군대 가던 날 좋아하던 짜장면 곱빼기를 입대 스트레스로 인해 반도 못 먹고 남겼는데, 신병 교육대에서 그 남긴 반 그릇이 자꾸 떠오르더라는 ... 아 슬프다..
나의 짜장면의 기억은
이전에 회사 다닐때 이사님. 저음의 보이스가 멋지고, 매너가 좋았고 ( 여자가 남자일 했던 팀에서 대단히 생소했던! ) 키도 크고 잘생겼던 이사님이었는데, 해장을 '짜장면'으로 하셨더랬다. '짜장면'과 상당히 안 어울리는 분인데, 그래서 더 인상적이었고, 왠지 이사님말처럼 부대끼는 속에 기름진 짜장면이 들어가면, 속을 가라앉혀 줄 것 같은 그럴듯함이 느껴졌다고나 할까.
한 술 하고, 한 해장 했던 나인지라, 많은 해장의 옵션중의 하나로 '짜장면'을 떠올릴때면, 그 때 그 이사님이 떠오른다. 온갖 좋은 먹거리 중에서 '해장'이 가장 큰 관심사였던 일하고 술마시고 해장하던 20대 중반의 그 시절도 같이 떠오른다.
집에서 쉽게 시켜먹는 짜장면 짬뽕 탕수육 세트에서 나는 늘 짬뽕을 선택하고 동생에게 짜장면 한 젓갈을 구걸하고 타박받곤 한다. 실은 짜장면도 짬뽕도 탕수육도 그리 좋아하지 않아.
해장의 기억으로 남은 짜장면이랄까.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짜장면의 기억' 쯤은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