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형광노란색이면, 매대에서 엄청 눈에 띄는구나.

 

 부탁 받아 사 간 책인데, ( ... 음, 나도 살 생각이긴 했고요)

 같이간 언니가 셰프님께 책을 받는 바람에 내가 사 간 책은 내가 도로 들고 왔다.

 

 셰프님이 언니한테 준 책 앞에 적어준 말과 글씨체가 진짜 멋졌다.

 

 여튼, 음식은 한숨 나오게 맛났고, ( 옛날 옛날에 청담에서는 맛있다. 정도였는데, 이번에는 아.. ㅡㅜ )

 

 카르파치오, 명란 스파게티, 돼지 목살 스테이크, 그리고 생햄과 함께 나온 스페셜 서비스, 마무리는 티라미수에 (진짜 맛있다고 맛있다고 여러번 여러번 들었던!) 언니가 가져온 소비뇽 블랑까지.완벽.

 

7월말까지 하신다는데, 내일 갈리가 없네. 8월에 가도 그 맛인걸까? 라며 확인하러 한 번 더 가보고 싶은 핑계를.

 

인류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음료 - 원래 초콜릿은 음료였다 - 이자 과자인 초콜릿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가지 맛의 조합에서 그 마성이 비롯한다. (...) "인생이란 한 번 사는 것, 즐기면서 살아야 하지 않겠어? ㅇ인생의 쓴맛도 때로는 단맛과 만나면 기막힌 맛이 된다구. 초콜릿처럼 말이야."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서문 중

 

라꼼마 가기 전 새로 오픈한 J 언니의 초콜릿가게에 다녀왔다. 이제 더 이상 작은 가게가 아니였어.

맛있는 아이스초코 마시고, 핫초코용 막대초코와 다크, 밀크 등등을 집어 와서 더운 주말동안 오도독 오도독 잘 먹었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책을 읽고 싶고, 동시에 읽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드는 것은

목차만 봐도, 저자가 얼마나 맛깔나게 음식 이야기를 썼을지 마구 상상이 되서, 독서가 고문일 것 같아서다.

배부를 때 읽어야 할까?

 

 

 

기다리는 시간을 못참고 첫챕터를 읽는다.

 

병어가 주인공이다.

 

신안 비금도는 병어잡이의 최전선이다. 북상하는 병어 떼의 길목을 지키고 서서 산란을 위해 한껏 살을 올린 병어를 잡아 올린다. 이 동네에서 어부가 떡판처럼 커다란 병어를 잡아 차곡차곡 상자에 개켜 넣는 걸 보면 마치 손 빠른 사서司書 선생 같다. 두툼하고 알찬 책을 가지런히 책장에 꽂아 넣는 장면이 연상되어서 나도 모르게 흐뭇해진다. 책처럼 병어도 속에 뭘 가득 채워 넣고 있을 것이다.

 

문창과를 나와 (국문과던가? ;;) 문학청년이었다가 잡지기자로 편집장까지 거치며 커리어를 쌓다가 어느날 문득 이탈리아로 날아가 요리를 배우고 셰프가 되었다는 경력이 문득 생각나게 하는 장면이다. 무언가에서 사서나 책장이나 책을 연상하는 감각 같은거.

 

라고 생각하며 방심한 찰나,

나오는 한 장에 걸친 병어의 버라이어티한 맛의 모습은 역시나 고문과도 같다. 이런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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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12-07-31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 읽어봐야겠어요. '어느날 문득 이탈리아로 날아가' 라는 대목이 가슴에 콕 박히네요...

하이드 2012-07-31 16:33   좋아요 0 | URL
언제나처럼 재미있어요. 의미도 있고 재미도 있는 글을 쓰는 셰프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