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사야지, 사야지 하다가 중고샵에서 산 책. 책을 두 번 후루룩 읽었는데, 지금에야 눈에 들어오는 표지의 '비즈니스 잠언집'
아- 아, 그렇구나.
읽으면서, 약간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까지 떠올렸다면, 상당한 오버가 되겠지만, 실제로 여러 장면에서 떠올랐다.
무라카미 류와 무라카미 하루키가 '호적수', '라이벌'인 것은 우리나라에서만은 아니였나보다.
<무취미의 권유>, 부제, 무라카미 류의 비즈니스 잠언집(?) 의 '호적수'에서 그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와 라이벌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나는 하루키의 작품과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얻는 것에 늘 경의를 보내지만 특별히 그와 라이벌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루키도 나와 같은 생각일 것이다. 무라카미라는 성이 같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주변에서 나와 그를 호적수로 여긴다는 건 둘 다 세상의 주목을 받는 평가의 대상일뿐더러 무엇보다도 팔리는 소설을 꾸준히 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호적수는 두고 싶다고 둘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군가를 겨냥해 '저 녀석에게만은 어떤 일이 있어도 지지 않을 테다.'라며 마음속으로 별러 봐야 속절없다. 자기에게 충실하고 일에서 성공하는 것이 우선이다.
'능력도 처지고 평가도 별로여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사람은 연애 같은 개인적인 일에서라면 모를까 업무 등에서는 누구의 라이벌도 되지 못한다.'
이런 식으로 가볍지 않은 주제에 대해 던지는 짤막짤막한 글들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의 책들을 소설이고, 에세이고 가리지 않고, 늘 읽어 왔지만, 마음 속에선 하루키가 늘 윈이었다. 류의 글은 늘 다 읽고 나면, 뭔가 불만스러워.
그런 이유로 별 기대없이 읽었는데, 오, 강하구나. 싶다.
책의 표제작이기도 한 '무취미의 권유'
취미란 기본적으로 노인의 것이다. 너무나 좋아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몰두하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면, 젊은이들은 그것을 취미로 하는 아마추어가 아니라 일로 삼는 프로가 되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취미의 세계에는 자신을 위협하는 건 없지만 삶을 요동치게 만들 무언가를 맞닥뜨리거나 발견하게 해 주는 것도 없다. 가슴이 무너지는 실망도, 정신이 번쩍 나게 하는 환희나 흥분도 없다는 말이다. 무언가를 해냈을 때 얻을 수 있는 진정한 성취감과 충실감은 상당한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일 안에 있으며, 거기에는 늘 실의와 절망도 함께한다. 결국 우리는 '일'을 통해서만 이런 것들을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취미를 따지고 있을 만큼 한가하단 말인가? 목표를 정하고, 보둠고, 걱정하고, 치열하게 살아라. 그것은 '일'로서 가능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좋아서 하는 사람 못 따라간다는 말이 있다. '취미'와 '일', 그리고 '생활'과 '일'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주로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고, 그래서 아마도 부제가 '비즈니스 잠언집'
그러다보니, 일, 열정, 목표, 꿈, 품격, 미학, 취미, 파트너..., 이렇게 일을 중심으로 다양한 키워드들을 배치하고 있다.
이 책에서 무라카미 류가 이야기하는 '목표와 꿈'
목표는 있는 게 없는 것보다는 나은 그런 것이 아니라 물이나 공기와 마찬가지로 없으면 살아갈 수 없는 필수적인 것이다. 목표가 없다면 사람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노력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모든 일에서 우선순위도 매길 수 없다. 또 당연한 말이지만 목표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며 다른 누군가가 정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스스로 세우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 목표와 어감은 비슷하지만 전혀 개념이 다른 말이 '꿈'이다. '꿈을 꿔라', '꿈을 이어가라', '꿈을 잊지 마라', '꿈을 향하여' 따위의 구호를 언론이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이야말로 일본이 국가적인 희망과 목표를 잃어버렸다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뭔가 구체적인 것을 지향하는 사람이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 꿈은 싫증난다고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즐겨야 하는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하지만 목표는 그런 게 아니다. 목표는 실천으로 달성해야만 하는 것이지 입으로 하는 게 아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다른사람에게 자기 목표를 설명할 시간도 없다.
각각의 다양한 키워드에 대한 무라카미 류의 답변이 항상 정답인건 아니겠지만, 일하면서 느끼는 많은 부분을 각각의 키워드로 뽑아 생각거리를 돌직구로 날려주는 건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일과 인생에서의 파트너쉽>으로 마무리
사업의 동반자와 부부는 닮은 점이 많다. 신뢰가 기본이라는 건 두말할 나위도 없고, 결정적인 상황에서 상대의 잘못을 바로잡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도 부부 사이나 사업 동반자 사이가 마찬가지이다. 또 상대가 힘들어할 때에 힘을 북돋아 주는 말이나 태도를 보여 줄 수 있는지도 중요한 대목이다. 그리고 가장 절실한 조건이 있다면 혼자서도 생존할 수 있는지, 그러니까 자립과 자율이 가능한지에 관한 것이다.이상적인 사업 동반자는 '그 없이는 사업을 해 나갈 수 없는' 사람이 아니다. '당신 없이는 일도 할 수 없고 살아갈 수도 없다.'는 감정은 사랑으로 충만한 것이기는 하지만 부지불식간에 의존적인 관계를 굳힐 위험이 크다.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신뢰와 전망을 공유할 때 이상적인 동반자로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