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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5구의 여인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2년 1월
평점 :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재미가 있건 없건, 늘 흥미롭다. 그건, 그가 유럽인의 시각으로 미국을 이야기하기 때문인듯한데,
알게 모르게 미국 문화의 영향을 흠뻑 받고 살고 있는 입장에서, 그런 지적들이 신선해 보이며, '맞아,맞아' 하게 된다.
그래서 이 작가가 프랑스에서 더 인기 있는 미국작가인듯도 하고 말이다.
" (..) 미국인들은 지나치게 도덕성을 강조하니까 당신 전처도 다를 바 없을 거라 생각했어."
" 프랑스 사람들은 달라? "
" 적어도 프랑스 사람들은 두 가지의 다른 세계가 공존한다는 걸 인정하지. 이를테면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자유로운 생활이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며 균형을 유지해가는 거야. 뒤마도 말했어. '결혼의 사슬이란 너무 무거워 여러 사람이 운반해야 한다'라고. 하지만 가정에 대한 책임감과 개인의 자유가 수시로 부딪쳐서는 곤란하겠지. 둘 사이에 팽팽한 균형을 유지해야 하니까. 당신은 전처에게 온갖 일을 다 솔직하게 털어놓았을 것 같아."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을 보다보면, 지독하게 감정이입되어 이건 진짜 무섭다. 싶은 장면이 꼭 나오는데, 이번에도 역시.
불륜을 저지른 해리는 불륜으로 인생이 엄청 꼬이고, 이 꼬이는 과정이 무서운 단계 1, 정도라면, 프랑스로 도망쳐 와서 범죄와 연류되어 꼬이게 되는 건, 2단계, 여기서 끝이 아니다. 3단계의 꼬임은 더 내면적이고, 본질적이고, 벗어날 수 없는 꼬임.
3단계는 '상상 이상'이라서, 2단계 정도에서 가장 끔찍함을 느끼게 되는데, 도대체 영화를 가르치던 3류교수가 어떻게 이렇게 미래가 깜깜한 밑바닥까지 추락할 수 있는가, 그것도 파리까지 와서 싶어서 감정이입 잔뜩하며, 끙끙거리며 읽게 된다.
왠 판타지? 싶었지만, 더글라스 케네디는 어떤 장르를 쓰건간에 그만의 스타일이 있어서, 전혀 이질감이 없다. 작가가 주인공인 <모멘텀>은 반칙 같아. 라는 느낌이었지만, 주인공이 작가 지망생인 <파리 5구의 여인>은 주구장창 글을 쓰더라도 덜 반칙 같았다.
아마, 읽는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더글라스 케네디의 책은 늘 강력한 뜬금없는 교훈을 남긴다.
이번 책에서는 '남자/여자를 잘 만나야 한다' 는 강력한 교훈.
주인공 괴롭히기로는 최고인 더글라스 케네디.라서, 그 교훈 또한 최고로 맘에 와 닿는다.는 건, 반농담이다만.
<빅픽처>에 이어 <위험한 관계>, <모멘텀>, 그리고, <파리 5구의 여인>까지 한 번도 실망시키지 않고, 만족스러운 독서경험을 준 더글라스 케네디의 신작 <행복의 추구>가 6월 신간으로 대기중이다. 이번에도 역시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