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엘리노어와 결혼했을 때, 보슈는 그전까지 경험해보지 못했던 만족감과 평화를 느꼈다. 생전 처음으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할 대상을, 필요하다면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대상을 찾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엘리노어는 보슈와 같은 마음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엘리노어는 만족하지도 못했고 완전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런 모습 때문에 보슈는 괴로움과 죄책감과 일말의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지금까지 소개된 마이클 코넬리 중 내게는 최고다. (나, 마이클 코넬리 쫌 다 읽었음)
연애 이야기만 나오면 죽쓴다고 생각했는데, 이번편에서는 꽤나 통찰력있는 예리한 문장들이 보인다.
설정도 진행도 결말도, 해리 보슈 이야기도, 경찰서 이야기도, 사회문제 이야기도,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게 훌륭하다.
바로 전 페이퍼에 와이프에게 꽃선물하는 남자들에 대한 좋은 이야기를 썼지만, 기본적으로 나란 인간은 결혼에 대해, 나아가 인간에 대해 회의적인 인간이다. .. 나도 알거든.
나도 보슈처럼, 나만의 엘리노어.를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보슈처럼 떠나보내는 상황은 누군가를 만나게 되는 상상보다 더 선하게 펼쳐진다. 고나 할까.
쭈꾸미를 먹고, 샵으로 돌아와 말로 모래를 날라줄 강기사를 기다리며 끄적끄적.
나보다 더 나를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이야기를 같이 일하는 K를 통해서 듣는다.
군대 다녀온 J도 적응 안 되었고, 유부남 J에는 적응할 뭣도 없었는데, 애아빠 J라니,
김선영이 꽃집도 하냐, 라고 말했다던데.
나는 아직 J가 '넌 나중에 꼭 뭔가 큰 일 할 것 같아' 라는 이야기를 속 어딘가에 걸어 놓고 산다나 뭐라나.
스물 아홉에서 서른 넘어가는 시간에 우리는 조개 구이를 먹고, 조개국으로 해장을 했다.
서른에서 마흔으로 넘어가는 시간에, 여전히, 우리는 지금처럼 남남일까?
술 한 잔하니,(사실은 세 잔인가, 네 잔인가..) 신소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