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은 <환상 도서관>  

이름이 낯익다 했더니, <책죽이기>의 저자였다. 별로 읽을 마음 없었지만, <환상 도서관> 읽고 나니, 나머지 두 권도 찾아봐야겠다. 싶다.  

 

<환상 도서관>의 원제는 the library 도서관이다. <책죽이기>의 원제는 the book 책. 이고.  

<환상 도서관>은 환상특급 도서관 버전인데, 도서관.이라는 말에서 좋은 느낌이 드는 사람이라면, 책과 생활을 뗄래야 뗄 수 없는 사람이라면, 무척이나 공감가고, 기발하다 싶을 단편들로 이루어져있다.  

이 책은 첫 단편 읽으면서부터 느낌이 빡- 왔고, 마지막 단편까지 즐거웠지만,  

뒤에 실린 저자와의 인터뷰를 읽고 나니,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나는 유머의 힘을 믿는다. 아주 쎄다!  

이 책은 그 내용 자체로는 몰라도, 이 작가, 조란 지브코비치가 이런 유머러스한 기발한 책을 썼다는 것은 유머의 힘을 보여주는 좋은 예시이다.  

조란 지크보비치는 세르비아인이다.  

그의 첫번째 소설 <The Forth Circle>은 Milos Crnjanski라는 유명 세르비아 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러나 세르비아어로 쓰인 소설에는 분명 한계가 있었고, 문학적 성공을 거둔 첫번째 소설은 초판 500부, 상 타고 나서 500부를 더 찍어냈을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영어로 번역하기로 하는데, 영어로 번역해서 미국에서 출판하기까지의 과정을 적어놓은 것이 뭐랄까, 적나라하다고 해야하나, 소박하니 솔직하다고 해야 하나, 친근하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한국 구석태기에서 이 책을 읽고, 이 작가의 이름을 알 정도면, 세계적인 작가! 일텐데, 그러려니 해도 별로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1999년 봄 나토가 공격할 때 베오그라드에 있었던  ZZ( 이니셜이 ZZ라니 왠지 멋져!)  

인터뷰를 조금 옮겨 본다.  

Q :  선생님은 1999년 봄, 나토가 공격할 때 베오그라드에 계셨습니다. 직접 겪은 전쟁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ZZ: 저는 될 수 있는 한 1999년의 봄을 기억의 창고에서 없애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두려움, 분노, 좌절감, 절망, 폐허, 길거리에 있는 시쳇더미들, 전기가 들어오지 않고, 물과 음식과 염료가 떨어진 상황, 전망도 보이지 않고, 희망도 보이지 않는 당시를 잊으려 노력하고 잇습니다. 하지만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몇 가지 사건은 고집스럽게 기억에서 사라지지 않겠죠.  

모국어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저는 익히 알고 있는 나토의 공습에 대한 경험을 정확히 묘사할 단어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창문들과 거리와 접해있는 발코니에 있는 문들은 형체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가구는 여기저기 뒤집혀 있었고, 유리란 유리는 모두 깨진 상태에서 저와 아내, 그리고 열여덟 살 난 쌍둥이 녀석들이 바닥에 쓰러졌습니다. 그래도 어느 누구 하나 다치지 않았다는 것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이틀 동안 강력한 진정제를 먹고 회복이 되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몇 가지 상흔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내가 인상깊었던 부분은 다음 부분이다.  

Q : 이 기간동안 글을 쓰셨습니까?

ZZ: 나토가 군사 개입을 한 77일 동안 정신없이 글을 썼습니다. 전기가 들어오면 컴퓨터를 사용했고,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에는 종이에 펜으로 글을 썼습니다. 제 작품 중 가장 익살스러운 소설인 <The Book 책 죽이기> 를 대부분 이때 썼습니다. 웃음이야말로 저를 지키는 길이고 죽음으로부터의 마지막 피난처였던 것이지요. '에로스와 타나토스'를 하나로 묶는 제 글의 화두는 아무래도 이 시기에 비롯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이것이 <Hidden Camera>의 주제입니다.  

그가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들에 대해 묘사하는 부분도 멋지다. 특히 가즈오 이시구로를 묘사하는 부분은 정말 멋져!  

Q : 영향을 받은 다른 작가로는 누구를 들 수 있을까요? (이 전 질문에서 보르헤스, 칼비노가 언급되었다.)

ZZ: 먼저 방대한 지식을 문학 작품으로 승화시킨 움베르토 에코의 재능을 꼽고 싶습니다. 그다음으로 덴마크의 작가 페터 회의 중후하고 농축된 의미심장한 문장이라든지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작품에 깃든 레이스처럼 암시적인 표현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알렉산드로 바리코의 장기인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표현하는 법도 배우고 싶고요. 사람을 놀라게 만드는 분위기를 잘 연출하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예술적 재능도 닮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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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out 2011-08-12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하는 작가들은 전부 언급했군요.. @@ 알렉산드로 바리코만 귀에 익지 않은 작가여서, 오히려 관심이 갑니다.
조란 지브코비치도.

하이드 2011-08-12 19:35   좋아요 0 | URL
에코, 페터 회, 쥐스킨트.. 저도요 ^^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은 정말로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작품에 깃든 레이스처럼 암시적인 표현'이라니요. 우와 멋있다. 싶었죠.

2011-08-12 2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