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프렌치의 <동물원>  

부제는 우아하고도 쓸쓸한 도시의 정원 | 원제는 Zoo Story: Life in the Garden of Captives

퓰리처상 수상작가가 6년여에 걸쳐 아프리카의 사바나, 파나마의 정글, 대도시의 동물원을 오가며 탐사한 내용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언어의 마술사라는 찬사를 받는 저자답게 탄탄한 이야기와 유려한 문체 그리고 번뜩이는 통찰로 동물원을 입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동물원은 자연과 역사, 생물, 문화, 인간의 행동과 심리, 무역에 대한 통찰이 담긴 살아있는 백과사전이라고 말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우리의 상식을 깨는 놀랍고도 특별한 동물들의 생태와 인생 역정뿐만 아니라 동물원을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인간들이 만든 도시의 정원, 동물원에 사는 동물들의 삶 통해 호모 사피엔스라는 인간 종의 꿈과 욕망 또한 가감 없이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글로 퓰리처상을 탔는가 했더니, '1998년 조 미셸과 크리스티 로저스 살인사건을 다룬 “천사와 악마”라는 특집기사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 고 나와있다. 오오.. 이것도 궁금하다!  일단 '살인' 이란 말이 들어가는 미스터리라면 눈이 뿅 떠짐.  

퓰리처상, 동물원, 도시. 라는 몇가지 키워드는 충분히 나를 혹하게 하는 키워드였고..  

'코끼리' 이야기로 시작하는 첫 챕터는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어디에 방점을 찍기 힘들고, 나를 숙명론자에 인간종이나 도태되버려. 라고 생각하게 만든 챕터다.  

코끼리란 동물이 지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엄청나게 뛰어난 소통수단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세요?  

이 첫 챕터에서, 그리고 아마 뒤로 갈수록, 나는 점점 더 코끼리와 사랑에 빠지게 될테고, 점점 더 슬픈 기분이 되겠지.  

아프리카의 한 공원에서 코끼리를 도태시키는 기로에서 미국 템파와 샌디에고의 동물원으로 보내게 된다.
코끼리가 살육당하는 것을 본 동료, 가족 코끼리들은 비뚤어진다고 한다. 진짜로. 코뿔소를 성폭행하고, 폭력적이 된다고 한다.

코끼리를 동물원에 보낼 준비를 할 때, 코끼리가 사라지면, 또 살육당한다고 다른 코끼리들이 생각하고 불안해할까봐, 그 지역의 모든 코끼리에게 마취총을 쏘아 잠들게 한다. 그리고나서야 동물원에 보낼 코끼리들을 준비시킨다. 아...  

마구 슬픈 기분인데, 두번째 챕터는 또 마구 아름답다. 아름다운 글들은 두번째 단락부터지만, 첫번째 단락부터 읽어야 한다. 조금 길지만 옮긴다.   

고속도로는 새벽부터 붐볐다. 275번 주간 고속도로를 따라 탬파 도심의 고층 빌딩숲으로 향하는 자동차 이동 행렬에서 나지막한 탄식이 흘러나왔다. 에어컨이 나오는 차 안에 휴대폰, 아이팟, 네비게이션과 함께 외롭게 갇혀 있던 운전자들은 갓길로 빠져나가 쌩쌩 달리고픈 유혹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이들은 주먹으로 운전대를 내리치고, 끼어드는 차들에게 으르렁거리는 등 과하지 않게 공격성을 분출해가며 일렬로 질서를 지켜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었다.  

슬라이 애비뉴로 가는 램프를 지나자마자 또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로우리 파크 동물원에서 동물들이 깨어나는 소리였다.
이른 아침 햇살 아래 말레이맥들은 동료들을 부러 모으기 위해 휘파람 소리를 냈다. 오랑우탄들은 밧줄로 된 해먹에 늘어진 채로 철학자 같은 한숨을 내쉬었다. 코모도드래곤은 유독성 침이 흘러나오는 톱니모양 이빨 사이로 쉿쉿 하고 소리를 냈다. 비밀스러운 신비에 싸여 있고 그늘을 좋아해 눈에 잘 띄지 않는 표범들은 바위와 통나무 아래에 있는 은신처에서 숨을 헐떡이며 낮게 그르렁거렸다. 갈까마귀는 까악 까악 울며 검은 날개를 퍼덕였고, 표범 도마뱀붙이는 고양이 울음소리처럼 구슬피 길게 우었다. 해머코프 새는 꽥꽥거렸고, 뉴기니아 싱잉독은 짖어댔다. 킁킁 냄새를 맡으며 햇볕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는 늘보곰은 길게 흰 발톱이 바위에 닿을 때마다 딸깍딸깍 소리를 냈다. 얕은 물웅덩이에서 느릿느릿 원을 그리며 유영하던 남부 노랑가오리는 날개 끝이 수면에 닿을 때 작은 물방울을 튀기는 소리만 냈다.

이들을 내려다보며 샤망(팔이 길고 두꺼운 검은 털과 목에 축 늘어진 커다란 주머니를 가진 아시아 원숭이) 암수 한 쌍인 나디르와 싸이러스는 하늘에서 서로에게 세레나데를 불러주고 있었다. 이들은 9m 상공에서 봉을 옮겨 다니며 매일 같은 울음소리를 주고받았다.  ...  

이렇게 계속계속 동물원의 구석구석, 하루의 시작을 보여주고, 들려준다.  

환상적이다.  

 

말레이맥은 이렇게 생긴애다.  

 

오랑우탄은 이렇게 생겨서 철학자같은 한숨을 내쉬고  

 

코모도 드래곤은 이녀석. 유독성 침이 흘러나오는 톱니이빨 사이로 쉿쉿 - (클릭하면 커지지만, 클릭하지 마시오. ㅎ)  

 

아.. 이쁜 고양이!과 표범. 우와 레오파드 무늬는 레알 레오파드 무늬구나. 내 셔츠랑 똑같군!  

 

갈가마귀 (갈까마귀가 아니라 갈가마귀가 표준어인가본데?)  

 

표범도마뱀붙이 .... 귀..귀여워! 표범에 붙어 사는 도마뱀인가 했는데, 표범무늬라서 이름이 표범도마뱀붙이인듯하다.  

이녀석은 고양이처럼 구슬피 길게 운다고.  

 

어우 - 귀여워!!  

  

해머코프 새는 꽥꽥거렸고  

아프리카 새인 해머코프는 보츠와나에서 우표로도 나와 있다.  

 

뉴기니아 싱잉독은 짖어댔다. -> 노래했다. 라고 해도 될 듯.   

 

뭐야, 완전 평범한 동네 강아지처럼 생겼는걸?  왜 동물원에?

 

얘가 노래해서 그러나보다.  

동영상 찾아봤는데, 대박  

http://animal.discovery.com/videos/dogs-101-new-guinea-singing-dog.html 

매력 덩어리구나!  

세계에서 가장 희귀한 종 중 하나이며, 야생의 개이고, 하울링.한다고 하지, 노래한다고 해도 될듯. 아우우우우우우  

고양이처럼 유연하고, 나무도 막 뛰어올라간다. 구석기 시대부터의 개라고 하니, 개조상님. 쯤 될까? 아우우우우우  

 

늘보곰. 킁킁 냄새를 맡으며 햇볕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가며, 길게 흰 발톱이 바위에 닿을 때마다 딸깍딸깍 소리를 낸다.  

늘보곰, 혹은 느림보곰의 이름은 발톱이 나무늘보처럼 생겨서 그렇다고 하는데, 절대 느리지 않다고 한다. 이미지 제목이 'deadly dozen india...' 인걸로 봐서 무서운 곰인듯. 다른 이미지들도 늘보곰의 괴력. 뭐 이런거고.  

얕은 물웅덩이에서 느릿느릿 원을 그리며 유영하는 남부 노랑가오리는 날개 끝이 수면에 닿을 때 작은 물방울 튀기는 소리만 냈다. ... 라는 서정적인 글은 남부 노랑가오리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물고기포비아인 나에게는) 공포 영화가 되어 버리고 ^^;  

 

이..이놈 독도 있다는데, 그렇게 잡고 있어도 되요? 아저씨들?  

여튼, 저 날개로 작은 물방울 튀기는 소리를 냈다는거지? 아... 신기한 동물원이다. 남부 노랑가오리가 있는 동물원 'ㅅ'
뉴기니 노래하는 개도 있고 'ㅅ' ;;;;  

마지막으로 샤망  

 

9m 상공에서 .. 우와 - 봉과 봉사이를 옮겨다니며 금술 좋은 암수 한쌍이 서로를 위한 세레나데를 불러주고 있다는..  

말레이맥이 뭐더라.. 찾다가 1이 커졌다. ㅎ 글자로 보는 글도 멋있었는데, 뭔가 동물들의 모습을 알고 보니, 더욱 생생해진다.  

멋진 책. 남은 분량이 기대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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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8-1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꼭 읽어봐야겠어요. 바로 보관함!

하이드 2011-08-1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재밌어요! 나 당분간 동물원 노래 부를 꺼임. 진짜 페이지가 안 넘어가요. 너무 재밌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