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공경희 옮김 / 밝은세상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처음 소개되었던 <빅 픽처>에서도 예사롭지 않다 생각했지만, 첫 작품이라 판단을 유보했다면, 두번째로 읽는 <위험한 관계>로 더글라스 케네디라는 작가는 나의 완소 작가 리스트에 안착했다. 조동섭님이 번역할 근간 <모멘토>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빅 픽처>가 지극히 미국적인 이야기였다면, <위험한 관계>는 지극히 미국적인 여자가 영국에서 겪게 되는 인생의 한 판, 롤러코스터이다. 영국인과 미국인의 기질에 대한 이야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작품의 분위기를 유지하는데 크게  한 몫하고 있다.   

더글러스 케네디라는 통찰력 있는 작가는 쉴 새 없이 휘돌아가는 스토리 속에 그 통찰력을 실감나게 녹여내고 있어서 더 대단하다. 그러니깐, 읽고 나면 보람도 있고, 생각할 거리도 있는데, 읽는 동안 겁나게 재미있기까지 하단 말이다.  

이야기의 진행이 무척 빠르고, 이야기가 끝나는구나 할 때쯤 또 한 번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외신기자인 샐리는 역시나 위험한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는 외신기자인 토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임신을 하게 되며, 결혼을 하고, 토니를 따라 런던으로 가게 된다. 그녀의 나이 서른 일곱. 방어적인 그녀와 정착하기 싫어하는 토니가 만나 한 가족을 이루게 된 것이다. 더 나은 걸 기대하고 있을지라도, 인생이 늘 지금까지와 같을꺼라 생각하지만, 그녀도 예외 없이 뒤늦게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게 된다.  

급박함이 일상인 중동에서의 생활에서 남들 다 하는 평범한 일상으로 던져진 두 사람은 어리둥절하고, 그와 같은 변화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 와중에 샐리는 수술을 해서 아이를 낳게 되고, 아이는 중환자실에 머물게 되며, 산후우울증과 고혈압에 시달리게 된다. 그녀의 산후 스트레스에 대한 묘사가 엄청 길고 자세해서, 도대체 이 '남자' 작가는 산후의 여자에 대해서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있는 거야? 라는 궁금증 반, 이 소설의 주제는 산후 우울증이고, 이 소설의 주인공은 산후 우울증에 걸린 여자였던 것이란 말이냐! 뭔가 이런 주제를 전혀 기대하지 않았기에 실망스럽기도 하고, 샐리가 겪어내는 그 고통이 너무 생생해서 갑갑한 마음 가득이다가  

롤러코스터는 드디어 급강하를 시작한다.  

잠깐 미스터리의 면모를 보이더니, 법정드라마로 선회하는 것이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은 이제 두 권 읽었지만, 아마, 어떤 특정 부류들에 더 와닿는 이야기들이지 않나 싶다. 내 경우에는 <빅 픽처>의 성공과 명성, 꿈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와닿았었고, <위험한 관계>에서는 그래, 결혼도 임신도 이렇게나 위험한거였어. 라며, 덜 몰입하게 되기도 했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 책의 주제가 '결혼 하지 말자' 나 '임신하지 말자' 가 아니라면,
인생의 수레바퀴가 어떻게 굴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혹은 롤러코스터에서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다시 올라갈때까지의 끝은 늘 있다는 것이 주제일 것이다.  

샐리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질'이란건 타고나는 것이고, 다시 비슷한 상황에 닥치더라도 같은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그녀의 기질이자 운명이기 때문이다. 다만, 코너에 몰린 그녀에게는 든든한 안전띠들이 있었다. 그리고 안전띠들의 활약으로 소설은 후반부로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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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7-23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위험한 관계를 먼저 읽었는데, 위험한 관계때도 감탄했지만 후에 빅 픽처 읽으면서도 임신과 출산을 겪는 여성의 고통과 불안 같은 것이 잘 느껴져서 이 작가 남자 맞지? 그랬었어요. ^^;
더글러스 케네디, 제게도 완소작가로 등극하셨어요. 존 카첸바크도 너무 좋고, 올해는 좋은 작가를 많이 만나서 행복해요. ^^

하이드 2011-07-25 09:54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는 빅픽처를 더 좋아해요. 위험한 관계 읽다가는 출산공포증, 결혼공포증 생기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