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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테이블 - 프랑스 시골에서 만난 음식과 사람 이야기
제인 웹스터 지음, 차유진 옮김 / 북노마드 / 2010년 10월
품절
프렌치 테이블, 서점에서 얼핏 봤을 때는 프랑스 시골 생활하는 호주 여자에 프랑스 음식 레시피들 있고, 뭐 그저 그런책이었다.
사고나서 시간이 좀 지나 읽기 시작하니, 뭐랄가,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마, 이 책소개를 읽으면 느낄 티피컬하다고 생각되는 프랑스 시골에서의 삶, 책속으로 들어가 보면 좀 다르다.
호주에서 네 아이와 남편과 함께 사는 제인 웹스터는 오랫동안 프랑스를 동경했다. 남편도. 신혼여행부터 시작해서 몇 번이고 여행을 가며 프랑스 사랑을 이어가다가 (여기까지는 흔한 이야기) 프랑스에서 한 번 살아보면 어떨까 생각한다. (사실 여기까지도 꽤 흔한 이야기)
그냥 살 수는 없고, 사업을 하자고 생각하고 미식투어, 프랑스요리 클래스, 시골에서의 요양 뭐 이런 컨셉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는 .... '성'을 산다.
헐;;;; 여기부터는 하나도 안 흔하고, 뭐야, 성을 살 정도라면, 이건 정말 말그대로 다른 나라 이야기군. 싶어진다.
사진의 '성'이 바로 웹스터 가족의 보스구에성
성!
노르망디의 이 성은 비교적 어린성으로 19세기의 성. 16세기에 지어졌으나 불타고 19세기에 재건된 성이라고 한다.
근데, 이 이야기가 친근해지는 포인트가 있다.
청소 ^^ 마침 이사한 즈음이어서 청소에 엄청난 정신적 압박감을 가지고 있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만, 그녀의 청소 이야기가 와닿았고, 이야기에 혹 빠져들게 했다.
8년동안 비어 있던 성은 아무도 보살피지 않은 상태로 방치되어 있었다.
" 성을 새로 칠하려면 벽과 천장을 전용세제로 개끗이 닦아내는 것이 가장 시급했다. 족히 수백 개는 되는 유리창을 안팎으로 광을 내고, 복도 벽의 타일들도 힘들여 닦았다. 벽난로 장식이 있던 자리에는 대신할 만한 것들을 찾아놓고, 바닥의 세공된 나무장식 위에 두텁게 쌓인 때를 벗기고 광을 냈다. 어리석게도 청소는 정신 건강에 좋다고 우기며 나 혼자 일을 시작했지만, 청소를 시작한지 일주일 만에 완전히 나가떨어져 결국 도와줄 사람들을 찾기로 했다."
그렇게 지역에서 세사람 정도를 구하고, '극기훈련을 하는 기분으로, 해도해도 끝이 없는 청소에 열중했다' 고 한다.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그들이 진심을 다해 청소를 도와주는 것에 감동했다고 한다.
쪽모이 방식의 떡갈나무 바닥 청소에 대한 글은 집착과 열정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청소씬이다. ㅎ 여튼, 성을 청소하는 이야기를 공들여 쓴 책을 어디서 쉽게 보는건 아니지 않는가.
토끼같은 아이들은 프랑스말 하나 몰라도 잘 적응하고,
나중에는 열심히 공부하는 엄마 아빠를 따돌리고 (이 나중이 고작 일이년;;) 훨씬 말도 잘하게 된다.
시간에 쫓기며 살던건 어른들만이 아니었어서, 프랑스의 시골에 풀어 놓은 아이들은 망아지처럼 잘도 바쁘게 뛰어 다니며, 프랑스 시골 생활을 만끽한다.
목차로 돌아가면,
이 책은 이야기와 각 계절의 레시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 한섹션씩.
내 경우에는 이야기가 재미있었고, 레시피는 딱히 프랑스 재료라 그런게 아니라, 요리에는 별달리 취미가 없는지라 그냥 읽고 보고 상상하기에 의의를 두는 정도. 보면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만 만든 레시피들이 대부분이긴 한데도 말이다.
제인 웹스터는 요리를 좋아하고, 노르망디에 사는 것이 그토록 즐거웠던 것은 그 많은 식재료와 프랑스 요리와 프랑스 요리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경의이다. 쨌든 그녀가 한 일도 요리 관련 일이지 않는가.
이건 진심인데, 하는건 좀 그래도, 보는 것과 먹는 것은 좋아한다. (누군 안 그러겠냐;)
그녀와 그녀 가족의 라이프스타일, 그것을 통해 엿볼수 있는 프랑스 시골 사람들의 세계관과 생활방식이 좋았다.
이 책의 마지막은 그래서 그렇게 1년여를 준비하고, 마을에 적응한 웹스터 가족이
처음으로 열둘의 고객을 맞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떨리는 마음으로
'모든 것이 다 잘될 것이다' 라고 책의 마무리를 짓는 제인 웹스터
그리고 그녀의 가족사진.
행복한 책에 어울리는 행복한 마무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