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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미치오 슈스케의 책은 이걸로 마지막. 이 작가에 대한 나의 한계점은 이미 <달과 게>의 초반을 읽으며 넘어섰지만,
그의 작품중 최고라면 최고의 평가를 받는 <달과 게>를 마지막까지 꾸역꾸역 읽어내기로 했다.
나는 고전추리소설, 하드보일드, 미국 스릴러, 서스펜스, 그리고 일본미스터리까지 가리지 않고 읽어내는 편이다.
내가 읽는 장르들을 언급한 것은 그마만큼 잔인한 장면이나 죽고 죽임 당하는 장면에 대한 면역력도 높고, 그런 장면들을 미치오 슈스케에서 처음 읽는 것도 아니며, 즐기지는 않지만, 거부감 같은 것도 없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미치오 슈스케의 이야기가 불쾌한 것은, 그가 독자에게 어떤 대단한 감상을 주기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니,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이야기' 여서 그의 소설에 늘 반복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가 잠자리 날개 뜯어내고, 메뚜기 다리 뜯어내는 것과 같은 불쾌함이 등장한다. 요즘의 추리소설에 나오는 잔인한 살해는 그 성역이 없을 정도로 별의별 이야기들이 다 나온다. 사람이 죽는 것에는 최소한의 이야기가 있다. 동물이나 곤충을 죽이는 것에는 등장인물의 잔인함을 보여주기 위한거 말고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누구라도 느낄( 이걸 못 느끼는 사람이라면, 난 왠만하면 상종하지 않을듯 하다) 잠자리 날개 뜯어내는 것을 보는 것에 대한 불쾌함과 거부감. 잠자리가 불쌍해~ 이런 느낌이라는게 아니라, 이런 사이코패스를 봤나~ 하는 느낌. 잠자리의 예를 들긴 했지만, 대충 그런 느낌이라는거지,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에서 죽임을 당하는 것은 곤충에 한하지 않고, 털달린 작은 동물들에 대한 가학적인 이야기도 많이 나온다. 새끼고양이를 유리병에 넣어 키워 죽인다거나. 고양이, 개를 죽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등의 잔인한 장면 묘사들이 많다.
근데, 이 주인공이 또 늘 초등학생이어서, 그것도 마음이 부서진 초등학생. 살인쯤은 할 수 있는 초등학생. 이어서 위에 이야기한 죽음들에 대한 느낌에 곱배기로 불쾌하고 불편하다.
달과 게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나오는건 소라게님, 소라게님, 소라게를 잡아 지져 불태우는 이야기다. 잡아다가 죽이면서 그 기괴함과 흐물함을 감상(?)하기도 하고. 소라게의 뒤에는 부모로부터의 학대, 학교에서의 따돌림, 홀어머니, 홀아버지의 새로운 남자 혹은 연애 등등이 포진하고 있다.
세 아이의 심리에 대한 섬세한 묘사 어쩌구 하는데, 그런거 모르겠고, 초등학생을 주인공으로 늘 이런 잠자리 날개 뜯는 것 같은 이야기를 하는 미치오 슈스케는 이제 나는 더이상 못 읽겠다.
이 작품은 미치오 슈스케가 다섯번이나 노미네이트 된 중에 처음으로 나오키상을 받은 작품이니, 대중과 평단의 좋은 평가를 받은 작품일게다. 내가 읽는 단행본으로는 네번째 작품이기도 하다. 별 한 개는 나의 개인적인 평가임을 말할필요 없지만, 여튼 덧붙인다.
더럽고 꿈자리 사나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