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워커에 의해 쓰인 3부(봄, 여름, 가을)의 이야기가 각각 1인칭, 2인칭, 3인칭으로 펼쳐지고, 중간에 워커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워커의 친구이자 유명한 작가인 제임스의 이야기와 워커의 편지 등이 들어간다.  

짧은 소설에 이런저런 실험도 좋고, 책을 읽는 동안 도대체 작가가 뭘 이야기하려는가.에 대한 의문은 번역가님께서 풀어준 이야기로 이해해보려면, 이해할 수도 있다. (그게 정답이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 소설의 독서에 실패한건, 끝까지 책을 읽고, 실망만 잔뜩인건,  

이 소설의 가장 큰 사건이 '복수'이고, '복수'에 대한 동기가 끝까지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건 무슨 이야기냐면, 미니시리즈 '가시나무새'의 김민정이 한혜진을 왜 부모 죽인 원수마냥 증오하고, 독하게 구는지 도저히 이입이 안 되는 거랑 비슷하다.  

워커가 보른이라는 악당에게 가질 수 있는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큰 감정들은 경멸, 실망, 공포 정도라고 생각한다.

워커는 보른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그를 괴롭히기 위해 (파멸도 아니고, 괴롭히기 위해.. 열라 찌질함)
죄 없는 선한 두 모녀에게 접근하여 그들의 인생에 간섭하고 (좋은 의도였다고 착각하는건, 작가가 치매인지, 아님, 그런 하자를 부러 남겨둔건지 모르겟다만) 자신의 인생의 행로 역시 바꾸게 된다.  

이 과정이 당췌 설득력이 없는 와중에 그의 현실인지 비현실인지 책 속에는 근친상간에 대한 이야기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것도, 저것도 있을법하지가 않다.  그러니깐, 소설이 허구인건 맞으나, 있을법하거나, 독자에게 설득력이 있거나 해야지, 잘 만든 거짓말이어야지. 이렇게 작가가 혼자만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이것은 이야기가 아니라 그냥 '물질'로서의 '책'일 뿐이다.  

해설자가 설명하는 '인비저블'은 이렇다.  

오스터는 '나 자신을 1인칭으로 서술함으로써, 나는 나 자신을 질식시켰고 <보이지 않는> 존재로 만들었다. 그리하여 내가 찾고 있던 것을 찾는 게 불가능해졌다. 나를 나 자신으로부터 떨어트릴 필요가 있었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나 자신과 나의 주제(바로 나 자신) 사이에 약간의 공간을 두는 것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되었다.'  

고 본문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현실 속에 어떤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에 그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건이 벌어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에(기억이든 환상이든 우연이든) 그 사건이 존재한다. 이렇게 볼 때 나라는 존재가 먼저 있는 게 아니고 내가 생각해 내는 이야기가 먼저 있고 그 이야기 속의 나는 얼마든지 <그>로 대체 가능하다.

다시 말해 어떤 사람이 갖고 있는 -꾸며낸 것이든 혹은 꾸며내지 않은 것이든 - 일관된 이야기가 그 사람의 자아라는 것이다.  

'나'의 '인비저블'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건 알겠다. 좋았다. 다만, 그게 현실이던, 허구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어서야 마지막의 감상은 '나이스 트라이' 일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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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ptrash 2011-03-20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 없는 모양이네요. 폴 오스터는 매번 읽고 난 뒤에 (좋았건 나빴건) 다시는 안읽으리라 다짐하는 작가인데... 작년에도 한 권 읽었으니 언젠가 또 읽겠죠.

하이드 2011-03-20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잇, 재미 없었어요. 위안은 분량이 적었다는 거.

moonnight 2011-03-20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 그렇구나. 하이드님 리뷰 읽고 살 것을 ㅠ_ㅠ
그런데 신기한 게, 폴 오스터 책은 참 손이 안 가는데도 나오면 사긴 또 사요. -_-;

하이드 2011-03-21 0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나서 남는건 없지만, 읽을때는 왠지 뿌듯한 책이었는데, 이제 폴 오스터 신간은 왠지 사야할 것 같은 미련은 버리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