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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섬 ㅣ 미도리의 책장 2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작 / 2008년 8월
평점 :
품절
너무나 독특한 미스터리에 평은 어떨까 리뷰들을 보니, 호평과 혹평이 반반이다.
곤도 후미에의 문장 하나하나, 이야기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특별하고, 특별하면서도 깊이 공감 가서 반해버렸다.
사심 가득한 리뷰가 되겠다. 표지 때문에 너무 속상해서 별 하나 빼서 별 다섯개다. (사심 가득하죠? ^^)
곤도 후미에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거의 전혀 읽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을 것 같은 <토모를 부탁해>에서 였다.
스물 한 살 여자 아이와 여자 사이의 미묘한 나이에 떠 있는 구리코가 주인공으로 세 개의 단편 연작집이다. 기대가 없기도 했지만, 꽤 좋았어서 <얼어붙은 섬>과 <새크리파이스>까지를 사 두었다... 가 이번에야 꺼내보게 되었다.
평은 <새크리파이스>가 가장 좋은듯 하지만 저자의 데뷔작인, <얼어붙은 섬> 또한 만만치 않다. <토모를 부탁해>도 좋았어.
역자가 말하길, 이 소설의 내용 어느 부분을 언급해도 스포가 될테니 리뷰 쓸때도 조심해주세요 - 라고
사실 이건 뻔한 이야기이다.
남녀 무리들이 외딴섬으로 놀러가는데, 연쇄살인이 일어난다. 는 거.
애거서 크리스티 이후 주구장창 반복되는 이야기.
여기에 곤도 후미에의 대단함이 있다. 뻔한 스토리를 곤도 후미에스럽게, 독특하게 풀어낸다는 점.
책의 분량은 많지 않고, 이야기는 휙휙 진행된다.
범인은 쉽게 추리할 수 있고, 미스터리는 '추리적'인 미스터리보다 뭔가 UFO 같은 있을법하지 않은 미스터리의 느낌이다.
그런 느낌을 주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를 섬세하게 구축하고 있고, 이야기 또한 큰 이야기는 휙휙 넘어가면서 치밀하고 디테일한 심리묘사가 일품이다. 굉장히 멋있다.
불륜의 '나'와 '그녀'가 길에서 마주친다. 그들은 낯모르는 타인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서로 온몸의 신경을 곤두세우고 상대방을 의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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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생각했다. 그때 우리는 서로에 대한 감정을 차갑고 단단한 칼로 바꿔 감추고 있다가 스치고 지나치는 순간 서로를 찔렀는지도 모른다고.
그르치지 마라.
별로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냥 그르치지만 않으면 된다.
녀석이 장난스레 나에게 몸을 기댈 때, 아주 가까운 데서 웃을 때, 나는 감정에 셔터를 내린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게 한다. 유리창 너머로 녀석의 얼굴을 훔쳐본다. 그리고 녀석이 사라진 다음에야 비로소 숨을 내쉬고 녀석 생각을 한다.
말해서는 안된다. 용서받지 못할 일이니까. 그러나 내 귓가에대고 속삭이는 자가 있다.
말해버려. 말해버리고 나면 말하지 않는 상태에서 해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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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미스터리.이기도 하고, 연애소설이기도 하다.
그래. 이건 불멸의 사랑 미스터리다.
내가 이 소설을 특별히 좋아하는 이유가 여기 있나보다. 내가 좋아하는 불멸의 로맨스 미스터리들로는 코넬 울리치의 <상복의 랑데부>, 빌 벨린저 <이와 손톱>, 히가시노 게이고 <백야행>, 정도인데, 이 책도 포함해야겠다. 곤도 후미에 <얼어붙은 섬>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시시할정도로 허물없이 밝혀지는 범인, 그리고 그 뒷이야기까지.
너무 흔한 소재와 배경. 그러나 이 소설에 느슨한 구석이라곤 없다.
곤도 후미에의 다른 책을 먼저 접했지만, 처음 알게 된 작가의 데뷔작이 이런식이라면, 나는 정말 무지무지 두근거릴 것 같다.
표지가 정말 안타깝다. 곤두 후미에의 책 세 권은 각기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는데, 아마 편집자 중에 곤도 후미에의 매력에 열렬히 빠진 사람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 짐작해본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팔렸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지만, 입소문으로라도 많이 팔려라! 팔려라! <새크리파이스> 읽으면 다 읽는데, 곤도 후미에의 신간 소식은 들어보지를 못해서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