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 1부 세트 - 전2권 밀레니엄 (뿔) 1
스티그 라르손 지음, 임호경 옮김 / 뿔(웅진)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아주 오래간만에 눈을 뗄 수 없는 재미난 책을 만났다. 워낙 입소문도 무성하고, 추천도 많은 책이라 아무리 리뷰에서 진짜 최고랍니다. 하고 덧붙여도 호평의 바닷가에 물 한바가지 붓는 겪도 안 될듯하다만.  

재미도, 주제도, 의미도, 감동도 있는 책이다.
비슷하게 메가셀러였던 다빈치 코드는 개인적으로 별로였고, 해리 포터는 좋아한다. 어린 아이들에게 폭발적인 인기인 것이 부각되었지만, 어른들을 위한 다크 페어리 테일이었다는 것이 내 감상  

여튼, 재미는 있겠지. 하고 읽었는데도 기대 이상이다. 
 

두 명의 중심 인물이 나온다.
잡지 밀레니엄의 편집자이자 발행인인 미카엘과 금치산자 천재 여성 해커 리스베트  

두 권이지만, 한 권으로도 낼 수 있는 양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여튼, 이야기도, 등장인물도, 사건도 서서히 촘촘하게 드러나는데, 중간에 지루할 틈이 없다.  

리스베트는 비단 천재 해커라서만이 아니라 (이것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먼치킨 캐릭터이긴 하지만, 미카엘은 땅에 굳건히 발을 디딘 강직한 호감형 히어로다.  

스티그 라르슨은 밀레니엄 시리즈에서 사회 비판적 성격이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데 ( 이 부분에선 마르틴 벡 시리즈도 생각난다. 뭔가 스웨덴 미스터리의 한 경향이라고도 할 수 있을까?) 여기에서는 폭행당하는 여성, '밀레니엄'으로 나왔던 제목이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 (원 부제였던)로 나오고, 매 챕터가 스웨덴 여성의 몇 퍼센트가 성폭행 당했다. 위협 당했다. 신고하지 못한다. 등등으로 시작한다.  

후에 보면 (사실, 지금 봐도) 가장 얼토당토 않을 세계적인 광기인 투기 문제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좀 길지만 인용해 본다.  

그는 동료 경제 기자들을 경멸했는데, 그 경멸은 인간의 기본적이 윤리마큼이나 명백한 진실들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그가 보기에 등식은 간단했다. 터무니없는 투기로 수백만 크로나를 날린 은행 이사는 그 자리에 앉아 있으면 안 되었다. 사욕을 위해 유령 회사들을 만들어놓은 기업체 CEO는 감방에 들어가야 했다. 마당에 공용 화장실이 있는 비좁은 원룸을 학생들에게 임대하면서, 세금을 떼어먹으려 집세 영수증은 발행해 주지도 않는 악덕 집주인은 죄인 공시대에 거꾸로 매달아 놔야 했다.

미카엘 블롬크비스트가 생각하는 경제 기자의 사명은 자명했다. 그것은 소액 투자자들의 돈을 끌어들여 말도 안 되는 인터넷 벤처 회사들에 투기함으로써 금융 위기를 초래한 재계의 늑대들을 조사하고 그 가면을 벗겨 내는 일이었다. 그의 의견에 따르면, 기자의 진정한 책무는 정치 기자들이 장관이나 국회 의원들의 비리를 가차 없이 감시하는 것과 같은 열정으로 기업체의 우두머리들을 조사하는 일이었다. 어떤 정당 대표를 우상으로 만들려는 정신 나간 정치 기자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의 수많은 경제 기자들이 재계의 한심한 젊은 늑대들을 대중의 인기스타로 떠받드는 일에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 ...... 미카엘로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97-  

 이 외에도 나치즘, 나치즘의 잔재에 대해서도 이 책에서는 큰 주제로 다루고 있다.  

그러고보면, 그가 비판하는 것을 현실의 스티그 라르손처럼 비판하고 대항하는 것이 미카엘이고, 아마 그의 숨겨진 판타지 같은 것이 리스베트가 아닌가 싶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주절거렸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무지하게 재미난 미스터리이다.
수십년의 세월을 뛰어넘는. 반전이 있지만, 반전 조차도 이 책의 수 많은 재미 중에 하나일 뿐이다.  

대기업의 총수인 헨리 방예르에게 수십년 전에 죽은 손녀딸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미카엘, 그녀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며 방예르가의 어두운 비밀을 열게 되고, 동시에 자신을 무너뜨린 국제 사기범 같은 베네르스트룀, 엄청 나쁜 놈으로 나오는데, 이름만 존재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만 무성하다. 이 부분이 대단히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나쁜 한 놈이 아니라 이 세상의 거대악을 대표하는 존재.로까지 느껴지기도 한다. 여튼, 그 베네르스트룀에게 깨지고 다시 붙는 그런 이야기가 함께 나온다.  

요사의 극찬, 아니 격찬이 소설 말미에 여섯 페이지 정도에 걸쳐 실려 있는데, (노벨상까지 탔으니 크레딧이 확 올라갔을듯) 이 황당하고, 우연 가득한 소설을 순진하게 읽어내리게 되는 것은 스티그 라르손의 세밀한 묘사, 아주 현실적인 세부 사항들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좋은 이야기들도 많은데, 이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 것은 그런 현실적인 세부 사항들이 소설의 재미와는 별도로 (아니, 별도로 할 수는 없나? ) 굉장한 잔재미를 주기 때문이다. 일테면, 헨리 방예르를 처음 만날때 묘사한 그의 서재 모습이라던가, 아주 추운 계절에 외딴 손님집에서 지내게 되어 당황하게 되며 묘사되는 그 추위 같은 부분 말이다. 대단히 매력적이다.  

이것은 메가 셀러인 재미난 미스터리 소설. 정도로 읽어도 좋고,
스티그 라르손이 이야기하고자 했던 많은 주제들과 사회를 생각하며 읽어도 좋겠다.  

이 책은 일단 3부까지 나온 1부인데, 사건은 마무리 되지만, 끝이 꼭 반지의 제왕 같아서 (프로도와 샘이 강물을 건너가며 급 끝나 버리는 것 같은) 2,3부를 열렬히 기다리게 만든다.
얼른 나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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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1-02-14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재미있죠. ㅠ_ㅠ
작가가 더이상 책을 쓸 수 없는 사람이란 것이 너무 안타까워요. ㅠ_ㅠ 일전에도 떠들어댔지만 ^^; 개인적으로 리스베트는 스밀라 이후로 최고 멋진 여주인공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두 주인공 외 주변인물들도 무척 매력적이고.. 암튼 생각할수록 가슴이 막 뜨거워지고 뭔가 울컥. 하게 되는 책.

근데요, 요사의 격찬이 여섯페이지라니!!! 새 책으로 다시 구입해야 한단 말인가 -_-;;;;;;;

하이드 2011-02-14 12:43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이전 책에는 요사의 극.. 아니 격찬 없어요?
새로 구입하실 것 까지는 없을 것 같아요. 한 권으로 새로 나온 것도 아니고, 똑같이 두 권인데요 뭐. 서점 가실 일 있으시면, 1권 뒤에 있는 요사 글 한 번 읽어보시면 충분할 듯 ^^

전 아직 안 읽어서 2부, 3부 기다릴 수 있으니 행복해요.

Beetles 2011-03-17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가 고인이라 더 이상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