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24시간. 잠을 좋아하는 나는 평균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어 한 시간 정도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3시에 취침한다.
그리고 아침 8시 30분에 일어나는 5시간 30분의 수명을 취하고 있다.
그렇다면 18시간 30분이 남는다. 출퇴근이 편도 1시간씩 왕복 2시간이니까 남은 시간은 16시간 30분.
점심식사와 저녁식사를 1시간씩으로 잡고 남은 시간은 14시간 30분. 사원들과의 의식공유를 위한 만남과 회의가 하루 평균 4시간이니까 남은 시간은 10시간 30분. 메일을 확인하는 데에 30분, 남은 시간은 10시간.
10시간을 모두 가동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을 통하여 정리해 보면, 그중 새로운 일을 생각하고 정리하는 데에 주력하는 시간은 3시간.
이 시간을 '뇌를 해방시키는 시간'으로 생각한다면 나머지 7시간은 '나'를 만드는 데에 소비해야 한다. 하지만 자동차도 엔진이 본격적으로 데워지기까지의 예열 시간이 필요하니까 거기에 3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중략)
하루조차도 이런 식으로 구분하여 살고 있지만,
이것이 일주일이 되면 이 규율도 흔들리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한 달, 반 년, 그리고 일 년이 되면...
나가오카 겐메이 <디자이너 생각위를 걷다>中
하루는 24시간. 잠 자는 시간은 아침 나절에 2 시간, 저녁 나절에 2-3 시간. 학원을 가거나, 꽃시장을 가거나 약속이 있으면, 아침만 자거나 저녁만 자거나. 이렇게 2시간에서 5시간 정도를 자고 있다. 일하는 시간이 2시간. 밥 먹는 시간 1시간인데, 주로 무언가를 하면서 먹으니깐. 빼도 될 듯하다.
학원, 꽃 시장 일정이 일주일에 네 번 정도.
꽃 만지고, 공부하고, 구매하며 밖에서 쓰는 시간이 5시간.
학원 가는 날(꽃시장 가는 날)이나 안 가는 날이나 9시간, 넉넉 잡아 10시간을 뺀 14시간이 내가 활용해야 할 시간이다.
.. 시간 열라 많은걸?!
하루에 10시간 이상의 자유 시간이 있고, 잠만 참으면 자유롭게 하루를 활용할 수 있다. 는 것이 나의 시간표이다.
문마에의 글을 읽다가 '열심히' 에 대한 이야기가 와닿았다.
아홉시에 일어나던 사람이 큰 맘 먹고 여덟시에 일어나고, 용돈 삼십만원 쓰던 사람이 이십만원 쓰고, 책 안 읽던 사람이 한달에 책 한권씩 읽으면서, 본인이 열심히 사는듯 대단히 착각하고 있다고.
매일 한시간씩 기상 시간을 앞당겨 무언가를 하고, 용돈을 30% 줄이며 절약한다면, 아마, 나도 열심히 살고 있다고 맘 편하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정도는 틀리지만, 지금 내가 '열심히' 무언가를 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왠지 '열심히' 한테 미안한걸?
시간은 냅둬도 잘만 흘러간다.
몸과 마음 맡기고,
새발톱만큼의 노력으로 '열심히' 한다고 착각하고, 자위하고.
그렇게 무작정 흘러가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올 한 해는 제대로 계획 세워서
시간, 돈에 휘둘리지 않고,
컴퓨터 디스크조각 정리하듯이
손가락 사이로 술술 흐르는 모래알 같이 낭비하는 시간과 돈을
꽉 챙겨야 겠다고 다짐한다.
'지금 하는 일만이라도 열심히 하자. 그럼 열심히 하고 있으니깐 뭔가 되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도대체 뭐가 되겠냐고?
목표를 가지고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 들러리 밖에 안 된다고. 그러면서 대우해주지 않는다고 불평불만 따위나 하고 있지. 라고 문마에가 말하고,
나가오카 겐메이는 삶은 개구리라는 잘 알려진 이야기를 꺼낸다.
뜨거운 물에 넣어진다면, 즉각 문제를 알고 행동을 취하겠지. 하지만, 서서히 온도가 올라가는 냄비 안에서, 일상 안에서 삶은 개구리의 삶을 살고 있는건 아니냐? 고 묻는다. 단순히 '대응'하지 말고, 기대에 '부응'하라고 이야기한다.
안 되면, 될 때까지 죽어라고 하라고. 이야기하고,
완전연소 하라고 이야기한다.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라고.
현실에서의 스승과 책 속의 스승을 멘토로
정줄 꽉 잡고, 행동으로. 행동으로. 행동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