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
오리하라 이치 지음, 김소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오리하라 이치의 ㅇㅇ者 시리즈 네번째 ( 행방불명자,원죄자,실종자) 도망자를 다 읽었다.  

행방불명자는 평도 별로. 읽을 마음 안 들어서 패스, <원죄자>는 꽤 좋았고, <실종자>는 약간 지루했으며, <도망자>는 마무리가 허겁지겁이라 그게 좀 맘에 안 드는 거 빼고는 재미난 이야기에 오리하라 이치스럽지 않은 호감가는 여주인공, 비록 살인 후 도망자라도. 이어서 나름 괜찮은 이야기였다고 생각.  

이 'ㅇㅇ자' 시리즈는 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미스터리인데, 이 책의 경우에는 '1982년 동료 호스티스를 살해한 후 도주했다가 공소시효가 성립되기 21일 전에 극적으로 체포되어 무기징역형을 받은 후쿠다 가즈코를 주인공의 모델로 삼고 있다. '  

친구의 남편을 살해한 지에코가 이 책의 주인공이자 도망자이다.
그녀를 쫓는 것은 경찰, 그리고 남편 요지다. 부동산업계에서 일하고 있으며, 어둠의 세계하고도 관계를 맺고 있고, 밖에서는 건실한 남자지만, 집에서는 부인을 패는 폭력남편이다.  

경찰에게 잡히면 감방에 들어가지만, 남편에게 잡히면 죽음을 당할꺼라 생각하고 죽어라고 도망친다.

이야기는 일반적인 도망자 스토리에서 조금씩 비껴나가 있어서 더욱 재미나다.
경찰보다 남편에게서 도망치는 도망자, 남편은 경찰과 따로 자신의 연줄을 이용해 그녀를 추적하고, 그렇게 엇갈리는 남편과 경찰 덕분에 지에코는 위기를 모면하기도 한다.  

지에코가 도망치기로 결심하고, 도망치는 계기도 '요지자식 엿먹어라' 라는 점이 지에코의 꼬였지만 어딘가 산뜻한 면이다.   

일본 미스터리에서 사랑받는 소재인 '철도 트릭' 까지는 아니라도, 철도를 이용해 일본의 윗지방, 아랫지방을 오가며 도망 다니는 지에코의 이야기라던가, 이런류의 이야기가 쉽게 빠지기 쉬운 '영웅 스토리'로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주인공에 대한 호감을 잃지 않게 한다는 면에서 이 책은 평범하지 않다.   

악운이 강한 여자. 지에코. 그 악운은 지에코의 긍정적이고, 어딘가 초월한듯한, 엎어져도 훌훌 털고 일어나는 그녀의 캐릭터와 합해져서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생명력 강한 그녀가 공소시효가 끝나는 날까지 머리가 하얗게 셀 정도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좌불안석의 시간들을 보내는 장면과 동시에 사랑도 하고, 자신에게 유독 가혹한 세상의 구성원인 사람들에게 감사도 하며 지낸다는 점이 그녀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든다.  

아마 오리하리 이치가 만들어내는 캐릭터들 중에서, 그러니깐, 그의 캐릭터들은 피해자,가해자,탐정할 것 없이 죄다 음울해 왔는데, 지에코의 캐릭터가 가장 밝지 싶다. 그녀가 지닌 그 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말이다. 그렇다고 그녀가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의 캔디스러웠다면 그것 또한 부자연스러웠을텐데, 선악이 믹스된 캐릭터로 그 중에서도 밝은면이 돋보였던지라 책을 덮은지 오래 지난 후에도 인상적으로 기억에 남는다. 

뭔가, 열심히 도망가! 라고 응원하고 싶은 마음까지는 아니라도, 풍파 속에 끈질긴 잡초같은 그녀를 보며 뭔가 기운 내자. 하는 기분이 되어 버리는 거.  

오리하라 이치의 팬.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의 작품을 대부분 읽은 지금, 여전히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고 있다.  



발각된다면 그것은 운명, 잡히면 그것도 운명. 하늘은 그녀에게 맞는 흐름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방심은 하지 말 것. 적당한 긴장감을 갖고 살 것. 그녀는 그 점을 마음에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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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2-04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지자식 엿먹어라 -_- 라니 ^^;;;
저도 좋아하게 될 것 같은 여주인공이에요. 읽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