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훈 '인생이 허기질 때 바다로 가라'

인생이 허기지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항상 허기져요. 허기진 인생 ..  

한창훈 작가와의 바다낚시 이벤트 당첨된 것을 조금 빨리 확인하자마자 당일배송으로 책을 주문하고, 다른 책들 있는 와중에 한꼭지씩 읽기 시작한다.  

사진도 많고 ( 회뜨는 사진이 너무 많아서 밤에 읽기 좀 괴롭긴 하다)
글도 진솔하다. 신문 연재 했던 거라고 하던데, 한꼭지씩 읽기도 좋다.  

나는 농촌마을 생활도, 섬마을 생활도 해보지 못한 차도녀이지만, ... 응?
물고기 중간중간에 나온 칼럼중 '섬마을 풍경' 을 읽고, 지나쳐왔던 섬마을과 농촌마을들을 떠올리며, 그런가 싶어 고개를 끄덕거린다.  

 좀 길지만 옮겨본다.  

   
 

섬마을 풍경은 외형적으로는 농촌마을보다 풍요롭다. 시래기나 고추따위를 널어 놓은 농촌에 비해 어촌은 미역, 다시마, 모자반, 이런저런 생선, 문어 따위를 마당에 널고 빨랫줄에도 걸어놓기 때문이다. 주인은 당장 낼 쓸 돈이 없어 안방에서 끙끙대고 있더라도 말이다.

땅이 좁기 때문에 섬사람들은 공간 활용 능력이 뛰어나다. 꼭 필요한 곳에 꼭 필요한 크기를 배치해놓는다. 선박에서의 생활이 몸에 배어 있어 더욱 그렇다. 염분 때문에 지붕과 담은 페인트칠을 꼼꼼하게 해두고 마당은 늘 깨끗하게 쓸어놓는다. 정리정돈 된 농가 보기가 쉽지 않듯 정리정돈 안 된 섬마을 보기도 어렵다.

좁은 땅은 본능적으로 흙과 식물에 대한 집착으로 이어진다. 코딱지만한 땅뙈기만 있어도 채소를 심는다. 그리고 마당귀에 여러 층으로 화단을 만든다. 판자로 만든 층층대에는 꽃나무 화분과 분재가 촘촘하게 올라서 있으며 각 화분마다 전복과 소라 껍데기가 빈틈없이 박혀 있다. 담벼락 아래는 줄지어 수선화를 심고 탁자에는 뒷산에서 꺾어온 나리꽃이 꽂혀 있다. 동박새 키우는 집이 있기도 하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 중에 마루 기둥에 박아놓은 바닷가재가 있었다. 커다란 가재를 잡아 조심스럽게 속을 파내고 박제를 만들어 고정해놓은 것이다. 내 어렸을 때는 웬만한 집마다 이거 하나씩 있었고 서로 자기 것이 더 크다고 우기기도 했다. 집을 지키는 마스코트 같기도 하고 오래된 서까래를 커다란 집게발로 받치고 있는 듯도 한 그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집 앞에 장식해 둔 바닷가재가 너무 궁금해서 구글과 각종 검색사이트를 마구 뒤졌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머릿속으로 상상해 볼 뿐이다.  

외할머니댁이 시골이라 비교적 익숙한 농가, 어촌마을, 섬마을이라고 하면, 제주올래길에 걸으며 엿보았던 집들이 다인데,
위의 글을 보고,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지, 지난 겨울 갔던 우도의 집들은 아주 깔끔하고, 단정했던듯도 하다.  

이벤트에 응모할 때는 '바다' 에 가서, '물고기'를 낚아서, 그 자리에서 '먹는다' 에 다른 것이 안 보였는데,
배 탄 경험이 거의 없고, (가장 최근에 탔던 배가 10층 엘리베이터 있던 그리스의 페리, 아, 아니다. 올 초 제주도에서 우도 들어갈 때 배 탔다.) 그래도 멀미 걱정은 안 하지만
물을 무서워하고, ( 수영 못 하고, 높은 곳, 물, 계단, 공을 무서워 하는 덜떨어진 인간이 바로 나)
물고기도 좀 무서워한다. 고 생각하고 있다. ( 어릴적 어항에서 뛰어나온 손가락 두마디만한 열대어에도 꺅꺅 거리며 엄마를 소리쳐 불렀던 기억이 .. )  

수산시장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생선'은 오케이. '먹이'로 식탁 위에 놓인 생선은 '그보다 더 좋을 수 없'지만 말이다.  

작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물고기를 .. 정말 낚나? 진짜? 먹을 생각을 하니 새삼 두근거린다.  
이제 다섯밤만 자면 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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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10-18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마을의 섬세한 풍경은 내가 자란 산촌의 풍경과는 또다름입니다.
지나친 정리정돈은 자유로움이 제한받을텐데 그런 느낌과는 사뭇 다르기도 하구요.

하이드 2010-10-18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보니, 산의 풍경은 또 다르겠네요.

2010-10-19 0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0-10-1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책 처음 보고 그 생각부터 했었는데 바로 첫줄에 쓰셨네요?
섬마을은 다른 농촌, 산촌과 냄새가 일단 다르지요.
낚시 이벤트 당첨되셨어요? 전 어제 조정래 작가와의 문학기행 당첨되었다고 전화왔는데 못간다고 했는데, 다녀오시면 아마도 잊지 못할 추억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