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이해력과 책의 난해도가 빚어내는 상호조합이 독서의 속도이다. 그러니 이상적인 독서의 속도란 일반화할 수 없다. 그래서 '책은 어떤 속도로 읽는 게 좋으냐?'란 질문은 좀 우문이 아닐까? 그런데도 야마무라 오사무가 <천천히 읽기를 권함>을 쓴 까닭은,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친숙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속독론과 다독론에 이의를 제기할 필요가 있어서다.

본문에 인용된 바에 따르면, 다치바나 다카시는 국내에는 아직 번역되지 않은 <내가 읽은 재미있는 책, 엉터리 책, 그리고 나의 대량 독서술, 경이의 독서술>에서 "이런 방법이라면 한 쪽을 읽는 데 1초, 좀 늦더라도 2,3초면 읽을 수 있다. 300쪽 책이라면 300초에서 900초, 그러니까 5분에서 10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자신의 속독술을 의기양양 피력해 놓은 모양이다. 여태껏 나는 독서와 교양에 대한 다치바나 다카시의 계발적인 의견에 귀기울여 왔지만, 이건 뭐, '병신 인증'도 아니고 ... 앞서 읽은 셔먼 영이 강조했듯이, 300쪽짜리 책을 10여 분 만에 읽을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 허세 속에는, 사고의 숙성을 본질로 하는 '책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 장정일 <빌린 책 산 책 버린책> 中 -  

 
   

 

내 눈을 믿을 수가 없네. 삐거덕 삐거덕 읽다가 '병신 인증'에서 딱 멈춰 버렸다.
화장실에서 읽으려고 가지고 들어갔다가 그냥 볼일도 안 보고 나와버렸다.  

내 똥 책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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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10-17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뭐 병신인증도 아니고 ...........라니, 아이구

Kitty 2010-10-1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거였구나...ㅠㅠ
작가도 작가이고 여과없이 내보낸 편집자(출판사?)도 대단한 듯...장정일의 개성이라고 생각했는지도..;;;;;;;;;

하이드 2010-10-17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것도 이거지만, 이전까지의 독서일기와 다른 서평이에요. 나쁘지도 좋지도 않은 서평.. 그러다 가끔 이런게 튀어나와 주시고 ..

여기까지 보려고 덮으려다, 궁금해서 뒤에 뒤적이고 있어요. 생각해보니 '구월의 이틀'도 읽었고 (이건 그냥저냥 괜찮았고) '공부'는 좀 많이 별로였는데, (기획 자체부터 NG) 이 책도 좋아질 것 같지 않으네요. (이미 싫어하고 있다;)

하이드 2010-10-17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병신인증도 병신인증이지만, 이 글의 내용이 더 문제다. 우문에 자신이 알아서 답하고, 뒤에 사족으로, 부스러기로 달아 놓기를 '사실, 인용한 말이 문학작품에 해당되는 말은 아니지만 .. '이라고 빠져나갈 뒷구멍 만들어 놓고, 차라리 그냥 계속 허세 떤다고 까시지..

난 다치바나 다카시의 빠도 아니고 까도 아니지만, 장정일이 그가 '책문화'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없다.고 '허세 떨' 입장은 아닌 것 같다.

속독하건, 지독하건, 정독하건, 통독하건, 다독하건, 그냥 책이나 좀 읽으라고들 해. 강요하지 말고, 넘의 책읽는 방법 까지 말고

기억의집 2010-10-1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정일은 제가 좋아하는 시인이고 소설가여서 그의 편을 드는 것은 아닌데(아니, 어쩌면 그래서 편드는 것일지도 모르지만요).
하이드님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은 늘 하곤 해요. 과연 다치바나나 요하네스 마리가 자신은 책을 많이 읽고 빨리(이 부사에 볼드색) 읽은 것을 자랑하는데 그게 과연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저는 다독,속독책이 따로 있고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책을 읽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장정일이 말하는 책이 어떤 책인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어느 정도 장정일의 다치바나의 책 읽기 비아냥에 동조해요. 900초에 책 한권을 읽을 수 있을까요? 아무리 그가 평생 책만을 읽고 사는 사람일지라도. 불가능하다고 봐요. 차라리 마리처럼 2,3시간에 책한권 뚝딱 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면 이해가 가지만, 10분만에 책 한권을 뚝딱 처리한다고 자랑하는 것은

하이드 2010-10-18 12:21   좋아요 0 | URL
책의 종류에 따라 틀리겠지요. 그것이 '자랑' 이라고 느끼는 것이 열폭으로 보이는걸요.
그리고, 위의 글은 저 짧은 문단 안에 일관성을 찾아볼 수도 없구요.

장정일이 '인용'을 '인용' 해 놓은 것은 '... 읽는다' 이고, 의기양양, 허세 이런건 장정일의 생각이지요. '허풍', '자랑'은 기억의 집님이 제가 '인용' 을 '인용'한 것을 '인용' 한 것을 보고, 원전의 다치바나 다카시에 대해 느끼는 바구요. 아.. 그 간극은 좀 멀게 느껴져요.

그리고, 책은 많이 읽으면 빨리 읽게 됩니다. 처음 보는 이야기가 나오는 과학책을 처음 읽는다면, 그 속도는 더디지만,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는 책을 수십권 읽는다면, 그 속도는 처음 읽는 것에 비해, 책 한 권 읽는 사람에 비해 빨라지게 되는 것이 당연하지요. 다치바나 다카시가 책을 많이 읽는 다는 것에 이견이 있는 사람은 없을테구요.

제가 책 한 권을 30분 안에 읽는다. 라고 말할 때 그 책은 '제'가 '30분 안에' 읽을 만한 책인거고, 뭐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10분만에 읽었어. 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그것에 대해 타인이 왈가왈부, 병신짓하고 있네. 이야기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호호 2010-10-18 12:5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하이드님, 지금 기억님에게 다신 덧글은 기억님의 얘기에 중언부언하는 것으로밖에 안보여요. 인용하신 글은 그러니가 사람에 따라, 경험에 따라 읽는 속도라던가, 이해도는 다 다를 터인데 그것을 가지고 다카시는 책을 빨리 읽는 것이 아주 대단한 것인 것처럼 아주 중요한 것인냐 더불어 그것을 이용해 비법처럼 책을 내고 자랑질하는 것에 대한 장정일선생 나름대로 농담이라고 봐요 저는. 그것은 더불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진 속도라던가,자기 계발서에 대한 맹목을 지적하고 싶어했던 것이고요.

그것을 짚어내지 못하고(사실 그것은 중요하지 않죠.이것도 하이드님의 책을 읽는 방법이나 역량의 개인차로 생각하면) 혹은 앞뒤 문맥과는 상관없이 마치 장정일 선생이 병신 인증이라는 저속(한가요? 전 모르겠어요 킬킬거리만 하거든요)한 표현을 했다는 듯이 거기다 이 글이 또 서재 메인에 실렸으니 드리는 말씀이에요
덧글 자세히 읽어보세요. 지금 하이드님은 책 읽는 것은 개인차란 장정일 선생의 말을 맞다고 화내고 있어요 오히려 장정일 선생에게 :)

하이드 2010-10-18 14:07   좋아요 0 | URL
호호님의 댓글에 동의하지 않구요.

이 글은 서재 메인에 오르지 않았구요.(아무나 자기글에 로그아웃 하고 추천 하나 띡 누르면 오르는new는 메인으로 취급하지 않아도 되지요? )

'병신 인증' 이 저속하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 '병신 인증'에 대해서는 이걸 모르는 사람한테는 설명 안하겠어요. 아는 사람만 알아 들으면 되요.

호호 2010-10-18 14:17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에이, 내가 알라디언 선택보고 여기와서 병신인증 봤는데요 뭐. 그저게 밤에.
그래서 알라디언 선택 쉽구나 했는데요? 그리고 알아듣는 사람만 알아듣는 말을 왜 여기서 마치 대중적인거마냥 왜 흥분해요. 빵보고 왜 수박이라고해라고 흥분해요?

하이드 2010-10-18 23:00   좋아요 0 | URL
내가 쓰는 모든 글에 대해 설명해주지 않/못해요. 설명한다고 그 어감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비로그인으로 쓰는 글에 일일히 시간들여 설명할만큼 친절한 사람도 아니고요. 이건 진심인데, 알아서 좋은 것도 아니에요. ^^

무튼, 아는 만큼 읽는거죠.

님의 빵 수박 이야기가 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알 수 없는 것처럼

기억의집 2010-10-1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10분만에 가구 하나 제작할 수 있어,라는 허풍하고 똑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호호 2010-10-18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것이야말로 넘의 책 읽는 방법 까는 글인데요?

하이드 2010-10-18 1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글에서 빵 터지는 부분은 '이건 뭐 병신 인증도 아니고...' 에요. ㅎ 어디에선가 관용구로 쓰이고 있는 문구죠.
그에 대한 댓글의 정석은 ' 너도 병신, 나도 병신, 위 아더 병신' 이랍니다.

아, 이런거 모르고 싶다.

하이드 2010-10-1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덧붙이면, 전 다치바나 다카시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으며, 그의 책 중 '청춘 표류'인가는 싫어했고요.

장정일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지만, '공부'는 별로였고, '독서일기'는 학생때 재미나게 읽었지요.

이건 사족이지만, 얘기 나온김에, 요네하라 마리는 제 취향상 좋아해야 할 것 같은데, 정이 안 가요. ^^

기억의집 2010-10-18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덧글에 기분 상한 것은 아닌지요? 하이드님이랑 친분이 있었다면 농을 좀 섞었을 것인데. 허풍선이 남작 뺨치네 혹 기인열전을 읽는 기분이야, 이런 식으로요. 그렇담 서로간 농으로 치부할 수도 있었을 것을 말이에요^^

하이드님 말씀이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어요.저도 타인의 독서방법에 이러쿵저러쿵 하지 말라, 주의니깐요.

그럼에도 장정일의 저 병신인증에 혹한 것은, 다치바나가 소설류를 읽지 않고 인문과학서적을 주로 읽는데 900초면 책 한권을 다 읽을 수 있다는 것에 신기할 따름이었어요. 저야 다치바나 정도의 머리를 가지고 있지도 독서소화 능력도 없지만 과학관련 책을 섭렵하고 있는 입장에서 책 한권에 900초라는 초 단위의 독서 능력은 도저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하이드 2010-10-18 23:01   좋아요 0 | URL
기분 상한거 아니에요. ^^ 충분히 기억의 집님처럼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음.. 장정일의 이번 책에는 거의 매챕터 작가에게 반문을 격하게 하며 읽고 있는지라, 고운 말이 안 나오고 있는 건 맞구요)

위에 쓰긴 했는데, 다치바나 다카시 ( 책에는 왜인지 '과학전문 저술작가' 라고 나와 있어서, 이것도 저는 꿍시렁 거리며 읽었어요) 가 원숭이에 대한 책을 쓰겠다. 하면, 원숭이에 대한 책을 100권 정도 읽는다고 해요. 원숭이에 대한 책이 많으면 얼마나 많겠어요, 같은 내용과 연구가 계속 인용되겠지요. 그러다보니, 뇌라는게 그만큼 빨리 인지할테고, 경제경영책을 종종 읽는 제 경우도 그래요. 같은 내용과 연구가 계속 인용되요. 그러다보면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니깐 읽는게 아니라 보는 것만으로도 내용을 알고 책장을 넘기게 되구요. 저같은 사람도 그런 경우에 눈에 힘 빡 주고 책의 가운데를 훑고 넘기는데, 다치바나 다카시는 비교도 안되겠지요.

빨리 읽을 수 있는 책이 있고, 그렇지 않은 책이 있는데, 다치바나 다카시는 워낙 문학을 읽지 않는다고 하니깐, 그가 읽는 책들의 경우 위의 시간으로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속독법이라는게 일반인이 생각하는 독서법이 아니라 정말 책 한 페이지를 한 눈에 보는 거라고 알고 있어요. 클린턴이 신문 한페이지를 한눈에 본다는 기사를 읽은 적 있어요. 속독법에 여러가지가 있는데, 대각선으로 보면서 눈에 담는다고 했던걸로 기억. 그런식이겠죠. 남들이 보면 넘기는건데, 본인은 읽고 있는 거.

우리가 보기에는 황당하지만, 그사람 한테는 그게 정상일 수 있는데, 본인이 그렇게 할 수 없다고 ( 할 수 없고, 하지도 않는다고) 위와 같이 말하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0-10-18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착각한 것일까요? 900초에 혹은 한시간 안에 도킨스나 그 밖의 다른 인문과학 책을 말 그대도 read할 수 있을까, 싶어요. 거의 skip의 경지가 아닐까 싶어요. 그래서 덧글 단 것인데...기분 상하지 않았음 좋겠어요.

장정일에 대해서는 저는 할 말이 많은데. 사실 장정일이 가방끈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문단에서 박대를 당했지요. 그가 젊었을 때 가진 시적 감수성과 작가적 이야기성을 인정했더라면 장정일은 소설로 사고 한번 쳤을 것입니다.라고 생각하는 작가입니다. 어느 순간 소설도 시들하고 공부를 들고 몇 년만에 책을 내더니...너무 진지해졌어요. 지식만 들어있는 느낌이에요. 구월의 이틀이 그랬어요. 최신작 읽으면서 아, 그는 이제 이야기대신 지식만이 들어있구나, 생각했지요. 소설가나 시인은 꾸준히 외도하지 말고 자신의 길을 가야한다는 것을 장정일작가 보면 알아요.






기억의집 2010-10-1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처럼 문단에서 흔들어도 자신의 길을 가야하는 작가였는데.

저는 다치바나의 독서 이력은 경외에 가깝지만 그의 필력이나 내용은 지식정보에 그치지 않나 싶어요. 이 사람은 글의 창조성이 없어요. 지식 전달자 같아요.

요하네스 마리는 전 진짜 별로에요. 제가 책을 반품한 적이 지금까지 딱 한번 있거든요. 그게 바로 마리의 대단한 책이었어요. 그렇게 후진 책 처음이었어요.^^
덧글이 너무 길죠. 죄송~~~

하이드 2010-10-18 22:47   좋아요 0 | URL
모든 책이 '소설' 일 필요는 없지 않나요? ^^
그 소설조차 하늘 아래 새로운 이야기 없다고 하고.

소설 외의 책은 얼마나 많이 알고, 어떻게 잘 짜집기 하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가.의 문제
이 관련해서 강준만의 좋은 글이 있었는데..

다치바나의 일등주의를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만, 그의 완벽주의는 좋아요.
책 많이 읽는 사람은 대충 좋아하고 보는데, 그런 기준에서 다치바나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