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뒤집으면, 뒤표지에 나와 있다.  

'당신은 애서광인가?  

책 내용을 적은 건지는 지금 읽는 중이라 모르겠는데,
아래와 같은 문항들이 나와 있다.  

셀프 답변  :

 

 

 

ㅁ 책을 빌리고 돌려주지 않은 적이 있다 .
 -> 책 빌리지 않는다. 구매하거나 서점에서 읽는다.

ㅁ 책을 한 번이라도 훔쳐본 적이 있다.
-> 훔쳐 보고 싶은 적도 없고, 훔쳐본 적도 없다. 그냥 다 산다. 내가 훔쳐보고 싶은 건 커피빈 재떨이랑 스타벅스 벤티 머그  

ㅁ 서점 주인에게 외상을 달라고 떼 써 본 적이 있다.
-> 없다. 그냥 산다. 마일리지를 따져서 사긴 하지만, 외상 달라거나 책으로 흥정해 본 적 없다.  

ㅁ 다 읽지 못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사는 책이 많다.
-> 없다. 언젠가는 읽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책을 산다. 사고로 죽으면 안 된다. 늙어 죽어야해.  

여기까지 다 no 다. 난 애서광이 아닌가? 질문이 '나 같은 부류(?)의 독자를 애서광 아니게 만들어 놓았다거나.  

ㅁ 매일 서점을 들러야 직성이 풀린다. (인터넷 서점 포함)
-> 매일? 매시간이라고 해도 .. 그렇게 과언은 아닌데... 음.. 그런데... 

ㅁ 단골 헌책방이 있다.  
-> 없다. 있다면 알라딘 중고샵 정도? 요즘은 거의 이용하지 않는다.  

ㅁ 초판본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 안 설렌다. 파본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환불받을 생각에 돈 굳었다 싶어서  

ㅁ 자신의 책에 소유주를 밝히는 나만의 표식을 한다.
-> 네버네버. 책 팔 때 값 떨어진다. 플러스, 책에 흔적 남기는 거 극도로 싫어한다.  

ㅁ 내용은 별로지만 책자체가 아름다우면 마음이 동한다.
-> 내용은 내용이고 아름다운 책은 아름다운 책이지. 둘 다 좋으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책들이 더 많다. ... 아, 둘 다 별로인 책은 많다. 어쨌든 문항의 '... 지만' , '...면' 은 내게는 성립하지 않는 공식  

ㅁ 도서관을 좋아하지만, 직접 소유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 이 문항 역시 내게 '...지만' , '..을 더' 는 성립하지 않는다. 도서관을 좋아하고, 책은 직접 소유해야한다.

ㅁ 새책방보다 헌책방에 더 관심이 많다.
-> 외국 나가면 헌책방에 더 관심이 많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헌책방에 관심 없다.  

ㅁ 정가보다 더 비싸게 주고 산 책이 있다.
-> 아마도  

ㅁ 쌀이 떨어져도 사야할 책은 꼭 산다.
-> 쌀이 .. 중요해? 굶어 죽을래, 책 살래? 의 질문이라면, 굶어죽기는 싫소. 라고 답하겠지만.. 고기 먹을래, 책 살래 하면 좀 고민할지도 모르겠지만..

ㅁ 어떤 책을 사달라고 책주인에게 떼를 쓴 적이 있다.
-> 늘 떼(?)를 쓴다. 는 말은 좀 그렇고.. 달라고 할 때 있다.  

ㅁ 다른 데서는 모르겠는데, 유독 서점에서 예쁜 여자를 보면 심장이 멎는다.(여자든 남자든 '멋진 남자'로 대체하고 싶은 사람은 그리 하시오)  
-> 대체 안 하고, 예쁜 여자를 보면 심장이 멎을...리는 없지만, 보기 좋다고 생각한다. 예쁜데 책도 읽네, 좋아좋아. 물론 들고 있는 책에 따라 평가는 극과 극이다.  

서점에서 보는 예쁜 남자는 .. 그냥 그 남자가 서점에 있는 거면 심장이 멎기 직전까지 갈 수도 있을 수도 있겠지만, 책 많이 읽는 남자 별로다. 그냥 내가 이야기하는 책 정도만 알고 있는 정도면 된다. 그리고, 책만 많이 읽는 남자는 더 별로다. 책만 많이 읽는 여자는 괜찮다. 좋다. 혹시 오해할까 덧붙이면 내 얘기 아니고, 난 책만 많이 읽는 여자도 아니고.  

답변이 까칠하게 느껴진다면, 책이 우라지게 재미 없어서일지도 ..  

++++++++++++ 

덧붙임  

책 안의 <애서광> 꼭지에 나온 글이다.  

 이 책을 몇 번인가 읽었는데, '애서광'이 플로베르의 작품이라고 철떡같이 믿고 있었다. 아 놔, 편집자 고소하고 싶네. 단편 3개가 나와 있는데, 책 표지에는 구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이라고 쓰여 있고, 안에는 '옥타브 유잔느'와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이 있고, 이 '애서광'은 어느 일본인이 쓴 한 편의 독립적 에세이라고 한다. 그 어느 일본인 이름은 절대 안 나와 있음.   

< 수정 >
'애서광'은 플로베르의 작품이 맞구요, 장정일이 이 꼭지에서 흥분하는 건 1. 플로베르의 작품과 옥타브의 작품과 슈테판 츠바이크의 작품이 있는데 왜 책표지에 '플로베르 지음' 이라고 써 놓았는가! 와 2. 작품 들어가기 전에 있는 "애서광 이야기"의 작가인 구스타브 플로베르는 1821년 12월 12일에 잔다르크가 분살당한 곳으로 유명한 프랑스 노르망디 루앙에서 한 외과 의사의 아들로 태어나 평생 동안 예술을 위해 독신으로 생활하다 1880년 뇌졸증으로 사망했다" 고 시작하는 난데없는 글이 사전해설이 아니고  (제가 헷갈렸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

'이 글은 플로베르의 작품에 대한 개별적 해설이 아니라, 비블리오마니아에 관해 어느 일본인이 쓴 한 편의 독립적인 에세이다. 엉뚱한 편집도 편집이지만, 저자의 이름을 누락한 이유는 헤아릴 길이 없다.'  

고 나와 있으니, 앞의 그 작품해설인지 에세이인지 하는 것의 저자 이름이 누락되어 독자들 헷갈리게 한 죄 때문이네요.  

전문 번역 댓글 달아주시며 지적해주신 .님 감사합니다. ^^ 문득 오랜만에 애서광 궁금해진 찰나였는데, 덕분에 잘 읽고, 페이퍼 내용도 수정할 수 있었습니다. 엄한 사람 고소할 뻔 했네요. 아, 이 즐거운 오독!  

무튼, 문항이 몇가지 더 있어 하는김에 싹 추가한다.  

 

ㅁ 여행을 가면 반드시 그곳에서 가장 큰 서점을 둘러본다.
-> 큰 서점 아니라, 작은 서점도 꼭 둘러봄, 찾아서 둘러봄.  

ㅁ 여행을 가면 현지 사람에게 헌책방이 어디 있는지 반드시 물어본다.
-> 인터넷 세상~  우리나라 사람들만 책을 읽지 않는게 아닐텐데~  

ㅁ 새로운 판본이 나오면 반드시 집의 것과 비교해 본다.
-> 새로운 판본이 좋아 보이면, 또 산다.

ㅁ 책에 낚서를 하지 못한다(예를 들면 친구의 전화번호도 적지 못한다).
-> 네  

ㅁ 용도가 따로 있는 돈을 책 사는 데 쓴 적이 있다.
-> 책 사는데 쓰면 책 사는 용도지 머  

ㅁ 서평을 꼼꼼히 훑어보며, 매주 구입 목록을 쓴다.
-> 신간 목록을 하루에 두번씩 보며 구입 목록을 보관함에 담는다.  

ㅁ 좋은 책을 사면, 저절로 술 생각이 난다.
-> ??  

ㅁ 우울할 때 책을 쓰다듬거나 책등의 제목만 읽어도 즐거워진다.
-> ... 글쎄 -_-;  

ㅁ 책을 절대 빌려 읽지 못한다. (도서관 제외)
-> 거의 그렇다.  

ㅁ 아주 정기적으로 꿈 속에서 책을 찾아다닌다.
-> 책을 찾아다니는 건 아니고 .. 정기적으로 읽고 있는 책이 꿈에 나오기는 하지요.  

ㅁ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어져도, 그날 들고 있던 책은 고스란히 껴안고 온다.
-> 네  

ㅁ 생수 2리터짜리 한 병도 무겁지만, 책은 아무리 많아도 무겁지 않다.
-> 네! 네! 네!  

ㅁ 전철이든 어디서든 다른 사람이 읽고 있는 책은 반드시 제목을 봐야 한다.
-> 네. ... 나쁜 버릇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ㅁ 잡지의 기획물들을 찢거나 편집해서 나만의 책을 만든다.
-> 아니요.

ㅁ 책에는 내용과 다른 추억의 가치가 따로 있다고 인정하는 편이다.
-> 절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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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강여호 2010-10-17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지 못할 것을 예감하면서도 사는 책이 많다.....공감이 갑니다.

하이드 2010-10-17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전 아무리 많이 사도, 언젠가는 읽겠지. 하고 사요. ^^ 뭐 엎어치나 매치나이지만, 이렇게 생각할래요.
ㅡㅜ

카스피 2010-10-18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한번 체크해 볼까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