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바닷속 집
가토 구니오 그림, 히라타 겐야 글, 김인호 옮김 / 바다어린이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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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애니메이션을 먼저 올렸더니, 슬프다는 사람이 많아요 ( 두 명이 슬프다고 이야기해줬어요. ) 저는 그림책을 먼저 보았고, 뭔가 아련아련하니 좋다. 후우- 하는 느낌이었는데,

슬프다고 해서, 아, 이 이야기 슬픈가? 싶어요.
그림책은 비슷하면서 다른 느낌. 어제 이야기했듯이, 일본은 한가지 작품을 어떻게 변환시키던 그것이 그대로 오리지널 같이 완벽하고 나름의 매력을 보여주지요.

그림책이 원작이 아니라, 애니메이션이 원작이에요.
아주 화려한 수상경력을 지니고 있고, 많은 사랑을 받은 그림이야기입니다.

그러고보니 책띠에 "2009년, 일본 열도를 눈물바다로 만든 최고의 그림책!" 이라고 쓰여져 있는걸 보니, 슬픈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고..

어떤가 한번 보세요. 자 그럼 포토리뷰 시작!

할아버지가 못생겨서 별로 안 땡겼던 책이에요. 죄송합니다. 이 망할 외모지상주의;;

책의 전체적인 톤은 희미한 노랑이에요. 세피아의 추억, 초록빛, 남빛, 노란햇빛이 비쳐든 바닷빛.. 추억을 회상하는 이야기와 잘 어울리는 아련아련한 그림체와 그림의 톤이지요.

할아버지가 바다 위에 쌓아 올린 집에 홀로 살고 있습니다.

바닷물이 점점 차오르는 마을이에요.

넘실넘실 바닷물 아래 잠겨버린 마을이 보여요.

살던 집이 물에 잠기면
잠긴 집 위에 새로 집을 짓구요,
그 집이 또 잠기면
그 위에 또 새집을 짓습니다.

그렇게 몇 번씩 새 집을 쌓아올립니다.

할머니가 삼 년 전에 돌아가신 후, 할아버지는 이 집에 홀로 살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 물고기를 잡고,
지붕 위에는 달걀을 낳아 주는 닭을 기르고,
빵을 굽기 위해 밀을 길러요.

그 외의 물건은 근처를 오가는 보따리장수의 배에서 삽니다.
과일 장수 배, 채소 장수 배, 꽃 장수의 배

이 이야기는 그동안 제가 봐왔던 많은 것을 담고 있어요.
일본 애니메이션 원피스에 나오는 나라인 것 같기도 하고, 보따리 장수들의 배를 보면 캄보디아의 똔레삽 호수가 생각나고, 혼자 남은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추억하는 장면은 미국의 픽사 애니메이션 UP이 생각납니다.

할머니가 쓰던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짓고 ..

이웃집 할아버지와 체스를 두기도 하고..

멀리 사는 자식들이 보낸 편지를 읽기도 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지냅니다.

그리고 밤이 되면,
밖에서 들려오는 파도 소리에
잠이 듭니다.

외롭나요? 그럴지도..
불행한가요? 글쎄요..
마음이 아픈가요? 잘 모르겠어요.

어느 해 겨울, 바닷물이 차오르기 시작해요.

"이런이런... 또 새 집을 지어야겠구만......"

할머니 사진을 바라보며 중얼거려요.

집을 짓다가 실수로 망치와 톱을 빠트립니다.

삼층 아래의 집에 떨어져 있는 연장

할아버지는 그 집에 들어서며 생각에 잠깁니다.

할머니와 살던 시절의 바로 그 집이었거든요.

좀 더 아래쪽 집으로 헤엄쳐 갈 수록,
거기서 살던 옛날의 일들이 떠오릅니다.

마을 축제 때 자식들이 손자를 데리고 와서
할머니가 맛있는 파이를 구워 주었던 기억

집집마다 창문을 꾸미고
퍼레이드 배가 음악을 연주하며 다가왔었어요.

이 집에서 살 때는

맏딸이 새 신부가 되어 시집을 갔었구요

이 집에서 살 때는 키우던 새끼고양이를 잃어버려
모두 함께 찾았더랬어요.

아이들은 슬피 울었고,
다 함께 편지를 써서
병에 넣어 바다에 띄워 보냈습니다.

아래로 아래로 헤엄쳐 갈 때마다
어느 집에나, 어느 집에나
추억이 남아 있습니다.

맨 아래의 작은 집에 도착합니다.

물이 없고, 뭍이었던 시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이였고,
함께 자랐고,
어른이 되어 결혼했지요.

부부가 된 두 사람은 이 곳에 작은 집을 지어
살기 시작했지요.

처음의 그 집 위에 새로운 집, 그 집 위에 새로운 집을 지으며
집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습니다.


봄이 되어
새 집이 완성되었습니다.

벽 틈으로
민들레가 한 송이
피었습니다.

할아버지는 꽃을 보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어떤가요? 이 그림 이야기.

전 참 예뻐요.
행복하고 꿋꿋하게 잘 살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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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1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브리핑 맨 위에 올라와 있는 하이드님의 이 포토리뷰로 오전의 알라딘을 시작하게 되어서 참 좋아요. ^^

아련한 그리움이 느껴지는 그림책이로군요. 하이드님의 그림책 포토리뷰를 읽을 때면 조카에게 읽어주는 광경을 상상하게 되는데, 어떨까요. 다섯살 아이가 생각하는 죽음이란, 헤어짐이란, 어떤 느낌일지..

일단, 조카녀석은 " 왜 할아버지가 꽃을 보고 웃었어요? 왜요? 왜요? " 등등 수많은 질문폭포속에 저를 빠뜨릴 것 같아요. ^^;;;;;;

하이드 2010-10-15 01:55   좋아요 0 | URL
달밤님 조카가 다섯살이군요. 처음 알았어요. ^^
달밤님이 그림책 읽어주면, 어떤 그림책이라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질문에 대답하는 달밤님 상상해봅니다. ㅎㅎ

bookJourney 2010-10-1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전에 이 책 받았어요. 애니메이션보다는 책 쪽이 더 밝은 느낌이네요.
일 하다가 머리 싸매고 있는 후배에게 애니메이션도 권하고, 책도 권했답니다. ㅎ ^^

하이드 2010-10-15 0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제 리뷰 보고 책 샀다고 할 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

댓글 남겨 주셨던 것도 봤는데, 뭔가 막 신기했어요. 첫째 아이와 둘째 아이의 반응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