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읽히지 않을 때 나는 인터넷을 켠다.
리뷰들을 보고, 더 읽을지 말지를 결정하는데,
이 쯤되면, 안 읽을 핑계를 이미 찾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니스 루헤인의 <운명의 날>을 읽기 시작했다.
며칠을 가지고 다니기만 하면서 (양장에 500페이지 넘는데, 이라이트라 가볍긴 하다.) 읽지 않았던 건, 재미 없을 것을 이미 예감?
여튼,
이야기는 술술 흘러간다. 배경은 1919년 보스톤
시작은 베이비 루스의 에피소드 ..가 꽤 길게 나온다! 베이비 루스가 투수도 하고, 1루도 하고, 중견도 했어? 우와 - 그야말로 까마득한 메이저 리그의 역사다.
그래, 이것은 역사소설.
<살인자들의 섬>, <미스틱 리버>를 비롯한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를 그렸던 데니스 루헤인을 생각하면 안 된다.







위의 책들 중 가장 재미있고 찜찜하게 읽었던 책은 역시 <가라, 아이야 가라> 이다.
아.. 그 결론이라니.. 그러고보면, 데니스 루헤인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 에는 들어가 본 적도 없지만, 책도 읽고, 영화도 본 그런 작품들이 많다. 많이 영화화된 덕분인데, (<가라, 아이야 가라>는 영화로도 찜찜.. 아 .. 그 결말..)
지금 읽고 있는 <운명의 날>도 영화화 된다고 한다.
알라딘의 리뷰들을 읽고 ( 이 책에 달린 리뷰와 페이퍼들이 거의 다 훌륭하다)
아마존의 리뷰들을 봤는데, 이 책의 배경이 1919년 보스톤, 미국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아마존 리뷰들이 의외로 실망스럽다. 역사소설이 아니라, 데니스 루헤인의 책으로 본 평들이 대부분. 뭔가 미국인들이 할 수 있는 리뷰가 있기를 바랬는데, 1919년이면 너무 먼 옛날인걸까?
여튼, 책도 잘 읽히고, 좋은 책이라고들 하고, 보스톤 경찰파업에 대해서도 엿 볼 수 있고, 그러니 계속 읽어볼 생각이다.
우울한 결말을 알고 보는 책이라, 읽기가 싫었나보다.
인종 차별과 노동착취가 대놓고 이루어지던 시기, 얼마전 읽은 처칠에 대한 책들에 1차대전과 2차대전이 나오는데,
1919년은 1차대전 종전 직전의 미국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국의 입장에서 본 그들의 참전과 종전에 대한 이야기도 우울하지만, 흥미롭다.
그간 데니스 루헤인의 책들에서 보지 못했던 장면들이 많이 나오는데, 인물에 대한 묘사 외에도 도시나 분위기 묘사가 그렇다.
하드보일드 멜랑꼴리한 느낌이 나는 우울한 역사 소설을 상상한다면 얼추 맞을지도.
종전을 바라며 검은 울 십자가를 뜨개질해서 술집 한 벽에 붙여 놓는 술집 주인 이야기가 스치고 지나가는데,
그 술집 벽의 검은 울 십자가들이 왠지 생생하게 상상이 되어 버려 마음에 붙어 버렸다.
그 십자가들이 전쟁에서 죽은 많은 사람들 뿐만 아니라, 그 도시에서 죽을 많은 사람들, 인간성을 잃은 사람들과 문명에 대한 복선같이 느껴져서 말이다.
...
그리고 이 책,


<원죄자>를 읽고 좋았어서, <도망자> 신간을 사려다 예약판매여서, <실종자>를 샀는데, 그러니깐, 9월 말에 말이다.
<원죄자> 만큼 재미나지는 않다. 오리하라 이치의 자 시리즈는 실제 사건에서 모티브를 따왔고, 실제 사건이 등장하는데, 아, 실제 엽기 연쇄 살인 사건.이라고 하자.
<원죄자>는 혼자 사는 여자를 대상으로 성폭행하고 불지르는 범행을 반복한 연쇄강간살인마 (으... 끔찍하다)
<실종자>는 초등학생을 살해하고 엽기적으로 절단하는 범행을 저질렀던 고베의 소년 A ( 일본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낯익은 이야기일 것이다.)
<도망자>는 동료 호스티스를 살해하고 얼굴을 일곱번이나 성형하며 도망쳤던 후쿠다 가즈코 사건 ( 그러니깐, 이 책이 읽고 싶었다구) 을 다루고 있다.
<실종자>에는 <원죄자>에 이어 범죄전문 르뽀작가가 나온다. 흥미롭게 진행되고 있으니, 다 읽고 나야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가 가능할듯. 의외로 지금까지 읽었던 오리하라 이치의 책들이 다 평작 이상이었으니, 이 책도 기대한다.
...그렇게 <작가 수업>을 다 읽고, <운명의 날>과 <실종자>를 번갈아 읽고 있다. 야구 지고, 안 하니 책이 마 쑥쑥 읽히네
가을은 야구의 ... 독서의 계절!
그래도 다섯게임이나 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행복한 가을이다.
로이 감독 재계약 안 하면(혼자 맘속으로 협박중이다), 내년에는 잠실 떠야지. ..
라는 아, 이 페이퍼의 이상한 결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