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처럼 프레젠테이션하라> 에 이어 <픽사 이야기>를 읽고 있다. 이 다음은 아마 <월트 디즈니>?
잡스 무한 찬양의 첫번째 책에 비해 일단 띠지에는 잡스가 나오긴 했지만, 잡스가 주인공인 책은 아니다. 간간히 등장한 잡스는 성격 더럽고, 가끔은 진짜 더럽고 (과일 위주 식단을 취하면, 씻지 않아도 된다고 해서, 직장에서 잡스만 혼자 일하게 했다는 일화라던가) 이기적인 모습에 대한 에피소드들이 종종 나온다. 물론, 잡스의 카리스마와 객관적으로 실패할 수 밖에 없었던 '픽사'를 성공시킨 불굴의 잡스..라는 결론이고 보면, 역시 잡스가 조연일 수는 없는건가?  

무튼,  <픽사 이야기>의 이야기는 나중에 마저 하고, 흐름출판에서 만든 <픽사 이야기>의 디자인 의도를 옮겨 보고 싶다.
특이하게도 책에 '디자인 의도'가 나와 있다.  

   
 

본문 디자인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잘 읽히는 책'입니다.
글자 간격을 좁힌 것은 책 읽는 속도감을 고려한 것입니다. 그러나 글자끼리 붙지 않도록 했습니다.
예를 들어 '가는'의 글자 간격이 너무 좁아져서 '기는'과 헷갈려서는 안됩니다.
단어 간격은 글자의 3분의 1을 띄워서 글줄이 돋보이도록 했습니다.
단락의 오른쪽 끝은 단어별로 잘라서 줄을 바꿨습니다.
이렇게 하면 단어가 한 덩어리로 읽히기 때문에 읽는 데 편리합니다.
글줄 길이가 9센티미터이기 때문에 한 줄을 읽는 호흡이 조금 빠른 편입니다.
한 쪽에 26행을 배치한 것은 쪽수가 지나치게 늘어나는 점도 고려해서 조정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책 본문의 느낌은 '위에서 아래로'가 아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진행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기업의 역사 이야기가 다음 장으로 또 다음 장으로 넘어가듯이 시간의 흐름과 책의 흐름이 어울리도록 한 것입니다. 본문디자인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의견을 편집부로 보내주시면 더 좋은 책을 만드는 데 참고하겠습니다.  

 
   

 내용이야 어떻든, '디자인 의도'라는 것을 넣었다는 점이 상당히 신선하고, 신경 쓴 티가 난다.  
책은 잘 읽힌다. (잘 읽히는 것에는 디자인 보다는 책의 내용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글 줄이 돋보이고 그런건 잘 모르겠고, 단락의 오른쪽 끝을 단어별로 잘라서 줄을 바꿨을 때 일어나는 일은  

      캣멀이 박사 논문에서 정리한 세 가지 개념, 즉 바이큐빅
패치, 제트-버퍼 그리고 텍스처 매핑만으로도 그는 엄청난
성과를 거둔 셈이었다. 그 뒤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응?  

하더라도 그의 이름은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 영원히 남을
터였다.
  

글 줄의 길이가 짧아서 호흡이 짧은 것은 맞는데, 그렇기에
속독법에서처럼 책의 한 줄의 중간을 힘주어 보며 왼쪽 오른쪽, 다시 왼쪽 오른쪽이 아니라
위에서 아래로 훑어 내려가게 되는데,
아니면 설마 집중해서 왼쪽 한페이지를 한 번에 보고, 오른쪽 페이지를 한 번에 보고, 책장을 넘기는 말하는 것만으로도 뇌주름이 꽉 조이는 그런 속독법을 이야기하는 건.. 아닐테지.  

기업의 역사에 관한 책이라서 한 장 한 장 넘어가는 시간의 흐름이 책과 어울리게 했다는 건 .. 잘 모르겠지만,
무튼, 그런 의도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되어 좋다.  

버뜨..............버뜨!!  

제본은 왜 이러시렵니까?  

누가 이렇게 책 제본 거지 같은 책은 처음 본다며 이야기 한 걸 분명 봤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책을 펼치는 순간 '앗' 했다는  

이건 분명 책을 펼치면 종이가 후두둑 떨어지기 직전의 그 느낌. 이 전 페이퍼에서 30도로 펼치고 봐야할 기세! 라는 건 좀 과장이지만, 책을 다 펼치지 못하고, 고개를 갸웃갸웃하면서 책장 속을 들여다 봐야 했다. 그냥 맘껏 보고 환불 받아버려. 싶기도 했지만, 그건 그것대로 귀찮아서.  

약해보여도 의외로 튼튼한가? 는 시험해보고 싶지 않고, 그냥 조심조심 깨끗이 볼 따름이다.  

 

 

 

 

   이강룡의 <뚜껑 대신 마음을 여는 공감 글쓰기>를 읽었다.

 책이 뭐 이리 짧어? 괜찮.. 하는데 벌써 끝났네? 헐랭한 편집에 200페이지가 안 되는 책이었군. (안에 그림도 많아서 더..) 책이 짧다 여겨지고, 본전 생각이 나는 건 책 탓이다.  

글은 재미있게 읽혔으나, 괜히 맛 봤다 입맛만 배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서민 교수 에피소드와 알라딘 중고샵 이야기가 나와서 반가웠다.  

글쓰기의 쪽집개 과외 같은 느낌.

무슨 글쓰기 시험 볼 것도 아니고 .. 그나마 짧고..
별로 이 글 읽는다고 블로그나 트위터에 조회수가 올라가고, 방문자가 많이 올 것 같지는 않은데?  

글쓴이가 가져 온 예들은 재미나고 머리에 쏙쏙 들어왔는데, 직접 드는 예시들 중 한 반정도는 공감 안 갔다. 
   

분량이 많아서가 아니라 안정효의 <글쓰기 만보>는 두고두고 생각해도 좋았었네.  

표지에 눈 감고, 번역을 포기하고 본다면,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는 빌 브라이슨.
아, 이 재미를 내가 왜 그동안 놓고 있었지. 나를 그야말로 깔깔대고 웃게 만드는 남자.  

이 책들고 영국 일주 하고 싶다!  

이치는 미국에서 자랐지만 (20살까지) 영국에서 20여년을 보냈고, 그래서 미국인, 영국인의 정체성에 빌 브라이슨의 정체성을 범벅해서 가지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라인들이 너무 많은 거지. ㅎㅎㅎ
아슬아슬하다.  

하지만, 어떤 남자가 뒤져서 관에 들어가 있지 않아서 재미 없었다. 고 한건 120% 번역의 삽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깐, 동서 미스터리북스를 읽을 때 '월거리 저널' 같은게 나온다고 해서, 번역 욕하면서 힘뺄 필요 없이, 그러려니.. 하고 읽듯이, 빌 브라이슨의 국내 번역본도 그렇게 읽으면 맘 편하다.  

오늘 밤에는 무슨 책을 읽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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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0-09-24 1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텔톤 예쁘다...전 아무래도 파스텔톤(여러가지 색)에 약한거 같아요 ㅋㅋ

하이드 2010-09-24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텔톤이라는게 보통 이야기하는 여리여리한 연핑크, 연하늘색 이런거 아니고, 여러가지 색을 파스텔톤이라고 하는거엥? 그러니깐, 저 위에 픽사 이야기 표지 보고 하신 말씀 맞지요? 오오.. 새로운 거 알았다. ^^

Kitty 2010-09-24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아뇨 보통 얘기하는 그게 맞아요. 파스텔톤 색상 여러 개 모아놓은게 좋다고요 ㅋㅋ
이 열악한 한글 구사 능력;; ㅋㅋ
그나저나 이밤중에 그 맛있는 빵 먹고싶어요!! 왜 파스텔톤 얘기하다가 갑자기 치아바타 생각이 나는거임? ㅠㅠㅠ

하이드 2010-09-25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런가요? ^^ 난 파스텔톤 하면 좀 더 여리여리한거 생각해서, 픽사 컬러는 원색에 가깝다고 생각했거덩요. ㅎ
키티님, 위에 daum view 의 daum 도 이뻐요? 헤~

종이달 2022-09-29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