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별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1
파블로 네루다 지음, 남진희 옮김, 엘레나 오드리오솔라 그림 / 살림어린이 / 2010년 7월
절판


기대되는 시리즈, '초등학생을 위한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입니다.

파블로 네루다가 어린이를 위해 쓴 시에 그림을 그렸어요.
그림을 그린 엘레나 오드리오솔라는 스페인 사람으로 동화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에요.
부드럽고 차분한 색조, 은은한 분위기를 살리는 여백 활용을 잘 하는 작가입니다.

표지 그림이 딱 오드리오솔라의 스타일을 잘 드러내주는데요,

톤다운된 색조, 단순한 그림에 배경이나 소품, 옷에 들어가는 패턴,
너른 여백에 하나씩 툭 놓여져 있는 오브제 혹은 오브제처럼 놓여 있는 사람

첫번째 제목 페이지에 있는 그림이에요.

위를 올려다 보고 있는 여자 무릎에는 자고 있는 고냥이
여자를 올려다보는 개

의외로 첫번째 그림이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들었어요.

'말없이 솟아 있는
높다란 빌딩 꼭대기
그곳에서
고요한 어두움을 향해 몸을 기울이면
꼭 밤하늘을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나는
간절히 원하는 마음을 담아
영롱한 별 하나를 조심스레 떼어 내요.'

새까만 밤 속에 푸르스름한 건물들,이 작가의 '별'을 표현하는 방식이 무척 맘에 들어요.
까만 밤 속에 바스라지는듯한 하얀 빛. 소년이 몸을 내밀어 별을 따고 있고
다른 건물에서는 소녀가 몸을 내밀어 소년을 바라보는 작은 대칭의 모습입니다.


훔친 별을 주머니에 넣고 거리로 나온 소년

소년 주위를 바스스 부서질것 같은 별빛이 둘러싸고 있어요.

'수정을 닮은 투명한 별은
수줍게 떨고 있어요.'

별빛을 뿌리며 집으로 돌아가는 소년

집에 돌아온 소년은 침대 아래에 별을 숨겨 두지만,
별빛은 이불을 뚫고, 집 천장과 지붕을 뚫고 한없이 퍼져 갑니다.


'늘 익숙했던 집 안의 사물들이
마치
태어나 처음 대하는 것들처럼
불편해지기 시작했어요.'

이 책은 아마 '사랑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야' 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일 꺼에요.
별을 몰래 따왔는데, 사랑을 주머니에 담아서 침대 밑에 꽁꽁 숨겨 놓았는데,
주변의 모든 것들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대요.

사람들이 별빛을 쳐다보며 모여들어요. 수근대기 시작하죠

별을 가지고 나온 소년은

'서쪽을 향해
서쪽을 향해
걸어갔어요.
버드나무 숲 아래로
고요히 흐르는
맑은 초록빛 강을 향해 걸어갔어요.'

'나는
얼음처럼 차가워진 별을 집어
물속에
살며시
놓아 주었어요'

'작별 인사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어요'

글도, 그림도 여운이 많이 남는 그림책입니다.
네루다의 시는 원서로도 더 궁금하구요.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일 것 같은 그림책입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듯한 그림책입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이드 2010-08-18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차가워진 별을 강에 놓아주는 장면은 약간 섬찟하다.
별은 물고기와 함께 몸을 날렵하게 흔들며 사라지지만, 왠지 제 자리에 잘 있는 별을 떼어낸 소년의 어린이스러운 집착이 별을 죽이고, 수장한 것 같은;; 그런 생각이 들게 만들어.

오늘밤 본 이 책은 그런 느낌, 이 다음에 보면 다른 느낌일지도.

stella.K 2010-08-19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예쁜 책이군요. 감탄 중~^^

하이드 2010-08-19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볼 때마다 다른 느낌이에요. 글도, 그림도. 아마 보는 사람마다 또 다른 느낌일꺼라고 생각해요.
좋지요 . 헤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