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의 충격 - 책은 어떻게 붕괴하고 어떻게 부활할 것인가?
사사키 도시나오 지음, 한석주 옮김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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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논할 수도 있겠지만. 
리뷰 제목은 진심이다. 이 책 정도는 읽고 전자책을 논하던가. 시중에 '전자책' 사태(?)에 대한 책이 없기도 하지만, 이 책은 전자책과 그것을 둘러싼 거대 기업( 아마존, 애플, 구글 , 그리고 대형 출판사들) 의 피 터지는 싸움 (그러나 독자로선 강건너 불구경, 재미있는 불구경 ) 그것이 '책' 이 아니라도,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새로운 세계를 꿈꿔볼 수 있게 하는 ( 꿈이 너무 거창하다면, 예상해볼 수 있게 하는) 유익하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휙휙 변하고 있는 현재진행형의, 그리고 날고 기는 천재들도 '예측'으로 '행동'하고 있는 지금이지만, 그래서, 미안하게도 지켜보는 입장에서는 더욱 재미나다.  

약간,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자책이 종이책을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어떤 종류의 책에 한해서는 (그리고, 그 어떤 종류는 독자의 수요에 따라 서서히 정착될 것이다) 종이책의 지분을 차지할 수 있겠으나, 음반이나 영상과는 비교도 안 되는 오랜 역사와 그 오랜 역사 또한 별로 변하지도 않고 살아 온 '책'이라는 것의 완벽함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나는 초긍정적으로 더욱 다양하게 책을 읽게 되는, 종이책, 전자책, 그리고 또 뭐가 개발되던지간에. 책에 돈을 더 쓰는, 책시장이 더욱 활발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자책의 충격>은 적나라한 제목보다 더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전자책' 뿐만 아니라 '음반'과 '영상'의 사례들도 있는 것은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그 선례를 보기 위함이다.  - * 크리스 앤더슨 <프리> 함께 읽기 추천 - 

총 5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뒤에 '보론'으로 '그렇다면 우리의 전자책은?' 의 장이 들어가 있다. 아주 쓸모없는 마지막 장이다. 재미도 없고, 유익하지도 않은 저자의 글과 비교되는 뒷 맛 안 좋은 장.  

저자의 글은 명료하고, 재미나고, 종종 카리스마까지 있게 전자책을 둘러싼 현 상황을 조명하고 있는데

1장 '아이패드'와 '킨들'이 바꾼 것. 에서부터 아마존과 애플의 전자책 전쟁을 둘러싼 바로 얼마전에 읽은 기사들까지도 잘 정리해 두었다. '인터넷'에서 '쪼가리 기사'로 읽는 것과 이렇게 '책'으로 읽는 것의 차이를 크게 느끼고, 역시 '책' 이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으니, 전자책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종이책의 필수불가결함을 보여주는 격이라고 할까  

킨들이 이제서야, 이.제.서.야. 한국 배송이 가능해 졌고, (이달 말부터인데, 현재는 품절상태) 아이패드는 아직 우리나라에 들어오지도 않은 상태이니, 이미 둘 다 활용하고 있는 일본 저자가 쓴 이 책은 ( 저자가 이 책을 쓰는 시점은 일본에서의 아이패드 출시 직전이다.) 우리나라 독자가 읽기에는 충분히 최신이다. 

1장과 2장 전자책은 플랫폼 전쟁이다. 에서 '책의 앰비언트' , 책을 너무나도 쉽게 사서 읽을 수 있는 환경 조성, 그리고, 그와 같은 환경을 만드는 '플랫폼'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왜 킨들이 성공했는지, 아이패드가 어떻게 위협이 되고 있는지, 그리고 왜 일본 출판사들이 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고 있다. 

일본 출판사들 뿐만 아니라, 미국 출판사들도 그렇게 밝아보이지 않는데, 거대 음반사들이 애플 덕분에(?) 망했던 것처럼, 망하지는 않을지라도, 그들에게 '전자책'과 '전자책으로 인한 패러다임'이 얼마나 위협적인지에 대해 책의 전반에 걸쳐 나온다.

음반의 경우 '음반사가 망한거지, 음반 문화가 망한 것이 아니다' 라는 이야기는 의미심장하다. 출판사가 망한다고 해서 '도서문화'가 망하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심도 깊게 나와서, 이 책이 그저 뉴스에서 볼 수 있는 정보를 모아 놓고, 정리해 둔 것에 그치지 않고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3장에서 '자가 출판의 시대', 4장에서 '일본 출판사가 망하는 이유'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 '책의 미래'를 논하고 있다.

'자가 출판'이라는 것이 일견 멀고, 돈 안 되는 이야기로 보이지만,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코비 (<성공하는 사람을 위한 일곱가지 습관>의 저자) 의 사례에서 보듯, 출판사에서 인세를 받는 것이 아닌, 서점과 직접 계약해 수수료를 받는 (단어의 차이겠지만, 벌어들이는 돈이 따블, 따따블이 되는) 사례를 보면, 이건 메이저 파이이고, 무명 저자인 개인이 하는 자가 출판의 경우에도 그 가능성이 무한해 졌다. 라는 점에서 공급자에게도 수요자에게도 이것은 희소식이지, 나쁜 소식이 아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지 않는 이상, 대형출판사들에게만 나쁜 소식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 대형 음반사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잔뜩이었지만, 그 중에서도 음악가 마쓰키 아유무의 사례는 정말이지 흥미로웠다.

거대 기업 vs. 소비자가 아닌 누구나 소비자와 공급자가 될 수 있는 세상.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방법이 줄과 빽 없이도 무궁무진한 세상.
가치를 만들어내고, 가치를 인정해줌으로써, 더 밀도 있는 문화를 만들어내는 세상

'전자책의 충격' 이후 도래하는 새로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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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새로운 문화의 막을 여는 계기 : 전자책의 충격
    from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2010-08-16 20:31 
    사진 : 사람과 책(2010. 08 Vol.74) 표지 예전에는 (예전이라 해도 얼마되지 않는다) 이메일(email)이라 불렀지만 지금은 그냥 메일이라 부른다. 얼마 가지 않아 이북(ebook)을 그냥 북(book)이라 부르게 되지 않을까? 전자책, 이북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말이라 생각한다. 이 말처럼 되려면 이메일보다는 많은 시간이 흘러야 될 것이다. 하지만 쉽사리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편지의 역사보다는 책의 역사가 길..
 
 
하이드 2010-08-16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정말 재미나다. '모든 것은 책으로 통한다' 는 믿음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소바이블이라고 해도 될 정도. 크리스 앤더슨의 <프리>, 그리고 그 이전의 <롱테일 법칙>은 고전중의 고전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 다시금 깨닫게 되고,

일본의 책읽는 문화에 대해서도 부러워하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루체오페르 2010-08-16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덕분에 이 책에 대해 잘 알게 되었습니다. 좋은 책인것 같습니다.

전자책의 충격...아마 몇년,10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어느순간 삐삐가 휴대폰으로, 스마트폰으로 바뀌고 차량 네비게이션이 당연시 되는 시대가 온것처럼(뭣보다 우리 부모세대가 우리들 때의 시대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던 컴퓨터가 지금은 인류에게 있어 너무 중요하듯이) 전자책이 일상화된 세상이 와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SF적으로 생각해보면 음향,영상,홀로그램도 지원되는 전자종이가 나올지도 모르고요. 미래에 대한 상상과 기대는 항상 즐거움과 희망을 가져다 줍니다.^^

하이드 2010-08-17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도발적이라고 생각했는데 ^^; 다음뷰에 걸렸네요. 리뷰 더 잘 쓸걸 'ㅅ'

루체오페르님, 그죠, 이 책 재미있었어요. 제 덕분에 알게 되셨다니 뿌듯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