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렇게 리뷰를 쓴다면- 책과 리뷰어, 소셜미디어
얼마전 미치오 슈스케의 <술래의 발소리> 40자평을 올리면서 '에도가와 란포의 휴대폰 소설 버전에 정신분석학을 가미한 듯한 단편집' 이라는 평을 남긴 적 있다.
'휴대폰 소설'이라는 것은 일본에서 유행하였고, 사실, 휴대폰 소설이라는 것을 지나가면서 봤을 지언정 제대로 본 적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한다만, 기본적으로 장난 같은 말로 이루어진 가벼운 글들. 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사키 도시아노의 <전자책의 충격>에 '정통 문학, 라이트 노블, 휴대폰 소설' 을 분류해 놓은 것이 나와 옮겨둔다.
아하, 이런 것이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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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소설의 독자들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것일까? 그녀들은(혹은 그들은) 평소에 책을 많이 읽을까? 사고(思考) 실험을 한 번 해보자. 편의상 소설을 정통 문학, 라이트 노블 그리고 휴대폰 소설의 세 가지로 분류해 보겠다.
정통 문학에는 순수문학과 대중문학, 추리물 등이 포함된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설이며, 무라카미 하루키, 기리노 나쓰오, 에쿠니 가오리 등 다양한 작품들이 여기에 속한다. 이 분야의 작품들은 독자에게 새로운 세계관이나 철학을 제시하며 선명한 독서 체험을 선사하는 특징이 있다. 한마디로 '이야기'를 만드는 분야다.
라이트 노블은 '스즈미야 하루히' 시리즈나 '풀 메탈 패닉' 등이 대표작인데, 이야기에 주안점을 두지 않고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캐릭터 소설이다.
휴대폰 소설을 위의 두 가지 장르와 비교해 보면, 스토리와 캐릭터 두 측면에서 모두 빈곤하다. 이야기는 어디선가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은 통속적인 내용이고, 등장인물도 평범한 여고생뿐이다. 도대체 휴대폰 소설은 어떤 면에서 여성 독자들에게 어필한 것일까?
여기서 위에 언급한 세 가지 장르의 대표작을 인용해 보겠다.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즐거워?" 마리가 물었다. "응.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하늘을 나는 것 다음으로 즐거워." "하늘을 날아 본 적이 있어?" 다카하시는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지은 채, 잠시 시간을 끈다. "아니, 하늘을 날아 본 ㅈ거은 없어." 그가 말한다. "예를 들어 본 거야. 어디까지나." -< 어둠의 저편>, 무라카미 하루키-
"그러니까 좋은 남자를 찾아서 시내를 걷는 짓은 그 녀석이랑 하라고. 데이트도 하고, 일석이조 아니야?" 그날 아사히나와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며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너는 남자랑 있어도 불편해하지 않잖아. 너의 그 기묘한 성격을 드러내지 않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야." "흠, 남자 같은 건 없어도 그만이야. 연애감정 따위는, 말하자면 잠깐 정신이 혼미해진 거야. 정신병의 일종이라고." -<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다니가와 나가루 -
"응? 좋아 좋아 ♪ 야마토는 너무 취한 거 아냐~!!" "나 안 취했는데~ 아하하~ 안 취했다구~." "오~ 같은 알바를~ 근데 너희 둘이 사귀어?" "에~ 미카랑 야마토가?? 설-마, 아냐 아냐!!" "우리는 그냥 친구라구~ 그치 미카?"
- <연공>, 미카 -
(... 아, 어떤 의미에서 대단하다고 느끼고 있다. 휴대폰 소설;; 압도당한다.고 할까 ㄷㄷㄷ )
이렇게 보면 한눈에 알 수 있다. 휴대폰 소설인 <연공>이 압도적으로 구어체 그대로의 리얼리티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은 훌륭하지만 "음악을 연주하는 것은 하늘을 나는 것 다음으로 즐거워"라고 말하는 남자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스즈미야 하루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너는 남자랑 있어도 불편해하지 않잖아. 그 기묘한 성격을 드러내지 않을 때의 이야기지만 말야." 같은 대화는 분명 오타쿠적인 문맥에서 파악해야 하는 표현으로, 지방에 살고 있는 추리닝 남녀들에게는 전혀 리얼리티가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요? 이 문장을 어떻게 오타쿠적으로 파악해야 하나요??)
그에 비해 <연공>의 표현은 지방의 노래방에 가면 실제로 이렇게 말하는 젊은이들이 있을 법할 정도로 리얼하다. 휴대폰 소설의 매력은 일상의 회화나 정서 등에서 느껴지는 압도적인 디테일과 리얼리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마법의 i란도'의 유사 마리 프로듀서는 이렇게 말한다.
학교 뒷길에서 우연히 만날 때 하는 이야기, 교실 안에서 주고받는 이야기, 아니면 엄마가 도시락을 싸 줄때 느끼는 감정 같은 디테일이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휴대폰 소설가들은 자신의 체험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한다. 멋진 표현이나 새로운 세계관을 구축하는 순수문학 지망생들과는 이 지점에서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휴대폰 소설은 기존에 '문학'이나 '소설'이라고 분류되던 콘텐츠와는 다르게, 독자와 피자 쌍방이 어울려 함께하는 공간을 만들기 위한 시스템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다. 즉 자신과 공유 공간을 연결하는 장치로서 일상의 리얼리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 나랑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네', '나도 똑같은 경험을 했는데' 하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휴대폰 소설은 콘텐츠가 아니라 콘텍스트(context: 맥락)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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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볼 때, 미치오 슈스케의 책은 정통문학이니 휴대폰 소설 버전이라는 건 거의 전혀 아니다 ^^;
뒤로 가면 휴대폰 소설에 대한 저자의 관점이 나오고, 더 뒤로 가면 다른 챕터에 휴대폰 소설에 열중하는 지방인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나오는데, 로드사이드, 지방, 도시와 같은 문제(혹은 문화) 까지 다루고 있는 것이 흥미로웠다.
여튼, 나는 라이트 노벨도 좀 궁금했고, 휴대폰 소설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있었는데, 아, 대충 이런 것이구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