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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두의 악마 2 ㅣ 학생 아리스 시리즈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시공사 / 2010년 6월
평점 :
<월광게임>, <외딴섬 퍼즐>에 이은 학생 아리스가와 아리스 시리즈 세번째다. 이 작품 후 15년 후에 네번째 시리즈인 <여왕국의 성>이 나왔고, 저자는 이 시리즈를 5편 완결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네번째 시리즈가 나온 것이 2007년, 15년만이니 다섯번째가 언제 나올지는 요원하지만, 한국 독자들에게는 이제 시리즈의 세번째를 접하게 되면서 진정 그 독특함이 빛나기 시작하는 즈음에 '여왕국의 성'을 가까운 시간 내에 만나보기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듯하다.
잡설이 길었다.
<월광게임>에서 아리스가와 아리스와 미스터리 클럽 EMC는 화산 분화로 고립된 캠핑장에서의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고, <외딴섬 퍼즐>에서는 제목 그대로 고립된 섬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쌍두의 악마>에서는 시코쿠 산속의 폐촌이 무대이다. 전 두 작품에 비해 긴 분량인만큼, 더욱 정밀하고, 밀도 있는 미스터리를 볼 수 있다. (양이 많다고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시리즈는 다행히! 그렇다.)
아리스를 화자로 이루어졌던 전작들에 비해 이 작품은 유일한 여자 멤버인 마리아와 아리스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사건의 배경도 두 곳이다.
<외딴섬 퍼즐>의 외딴섬에서 끔찍한 살인사건들을 목도하게 된 마리아는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고 훌쩍 떠나 여행을 하던 중에 외부인을 들이지 않는 고립된 예술가 마을인 기사라 마을에 정착하게 된다. 부모와의 연락도 뚝 끊고 몇달째 두문불출하게 되자 마리아의 부모는 아리스네를 찾아 마리아를 구해줄 것을 부탁한다.
기사라 마을에 들어가기 전 나쓰모리 마을에서 에가와 선배를 포함한 추리연구회 회원들은 기사라 마을에 들어갈 방법을 논의한다. 어째저째 에가와만이 들어가는데 성공하고, 에가와는 마리아를 만나 오해를 풀고 다음날 마을에서 나오기로 하는데, 그날 밤 큰 비가 내려 기사라 마을과 나쓰모리 마을을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가 파괴되고 전화마저 끊기게 된다.
그리고 다음날 기사라 마을에서는 화가인 오노가 마을 뒷쪽의 거대한 종유동굴에서 살해당한채 발견된다.
사건을 해결하는 에가와 선배,
그리고 나쓰모리 마을에서도 살인이 일어나고, 그 사건의 미스터리를 푸는 아리스를 비롯한 추리연구회 회원들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를 말하자면, 저자 아리스가와 아리스는 '90년대의 퀸'이라고 불리운다. 그런만큼 그의 추리소설들도 '본격'을 지향한다. 저자는 워낙 '독자에게 도전!' 으로 유명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무려 세 번이나 중간에 '독자에게 도전한다!' 가 나온다. 나로 말하면 두 번째 맞췄다. ( 얼마전 본 미드 수사물에 이 트릭이 있어서 때려 맞출 수 있었다나 뭐라나) 맞추고, 못 맞추고를 떠나서 모든 정보를 펼쳐놓고 맞춰봐! 라고 독자에게 도전하는 페어한 미스터리다.
방황하는 마리아의 마음이 잘 나타나있다. 대학생이니 '질풍노도의 시기' 라는건 좀 안 맞을지도 모르지만, '외딴섬 퍼즐'의 그 사건에서 큰 충격을 받은 마리아가 예술가 마을에서 한층 성장하는 모습도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남자 작가 치고 제법인걸?)
이 작품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마리아 공주를 구출하러 온 추리연구회의 기사들(?)' ? 마리아와 아리스의 러브라인이라는건 모호하지만, 무튼, 둘은 애틋하다.
유머코드 또한 이 작품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재미있고, 때때로 웃기며, 논리도 있고(whodunit), 동기도 있으며(whydunit), 시리즈물이라 주인공네들의 이야기를 최소 3편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보장되어 있다.
순서대로 읽어야 할까요? 라고 묻는다면, 보통의 나라면, '당연하쥐' 라고 말하겠지만, 뒤의 해설가의 말처럼 이 작품을 읽고 역주행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뒤에 나온 야마구치 마사야의 해설이 무척 재미있다.
대단히 재미있어서 누구라도 붙잡고 추천하고 싶은 정도는 아니지만, 흠잡을 곳 없고, 재미있고,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그 재미가 더해 간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 예술가 마을인 기사라 마을에는 전직 아이돌인 유이가 있다. 음.. 이름이 모처럼 유이라서, 읽는 내내 유이를 생각했다. 나만 그런건 아닐꺼야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