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이 근처를 지날 일이 있으시거든,
늘 우산을 잃어버리던 조그만 조각가를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편지글, 일기글을 좋아하는데 ..
이름만 익숙하고, 그 깊은 이야기는 잘 알지 못하는 로댕의 이름에 따라오는 이름으로만 기억했던 이 여인의 편지글을 보는 것이 뜨끔해져 버렸다.
카미유 클로델의 300여개의 길고 짧은 편지글 대부분은 그녀가 누군가에게 쓴 편지이고, 그녀가 받은 편지는 '누구가 카미유 클로델에게' 라는 추측과 봉투만 남아 날짜별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니깐, 이건 대부분이 그녀의 이야기.
이유인즉슨, 그녀는 자신이 받은 편지들을 읽는 즉시 태워버렸고..
태워버렸고..
그녀에게서 받은 편지도 태우기를 바랬는데.
행복과 사랑의 편지 아주 약간. 그녀 인생에 행복과 사랑 아주 약간
배신과 뒷담화. 이런..
가난, 가난, 가난..
그리고, 정신병원에서의 나날들.

이런 내밀한 편지글들을,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았을 그 편지들을 집요하고, 집요하게 모아서 엮어서 책으로 냈는데,
그 조각조각들을 읽고 있으려니, 불편하다.
필라델피아에 있을 때에 기회가 날때마다 로댕박물관에 갔었다. 그 곳에서 카미유 클로델의 흔적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카미유 클로델의 이름을 들을 때면 로댕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철저하게 편지글로만 이루어진, 그리고 그 대부분이 카미유 클로델의 편지로만 이루어져 있어서, 그 행간의 드라마는 짐작만 할 뿐이다.
그녀의 인생이 궁금해졌고,카미유 클로델, 폴 클로델의 전기인 <위대한 열정>을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그녀의 편지를 훔쳐 보고, 내 맘대로 빚어낸 그녀 인생의 구멍을 메워야겠다.

책에 나온 카미유 클로델 작품 사진들은 흑백이지만 퀄러티가 높다. 큰 판형 (세로 25) 의 책에 적절한 여백과 작품 사진, 주석, 편지글이 짜임새 있게 들어가 있다. 도판을 보는 것도 충분히 감상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