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글쓰기는 부가적인 활동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여섯 번째 우선순위를 차지한다. 시간이 소요되는 일이다.
그러나 나의 저술활동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본업과 연결되어 있으며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라는 취미활동을 하는 동시에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만든다. 나는 평생동안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으며 많은 책을 출간하였고 즐기고 있다. 이런 활동을 통해 글쓰기가 다른 사람들이 골프나 하이킹, 기타 스포츠를 즐기는 것만큼 훌륭한 여가활동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글쓰기는 내게 정신을 흩뜨리는 활동이 아니라 현재의 고객들이나 향후 고객들에게 관심 있을 만한 분야에서 기분 전환을 할 수 있는 활동이다. 나는 일을 하면서 '포브스'에 수백 편의 칼럼을 기고했으며, 수십 편의 주요 기사, 연구 논문과 저작활동을 해 왔다.
그러나 매번 글을 쓸 때마다 나는 책상에 앉아 주제를 찾으면서 쓰려는 글에 정말로 집중한다. 독자들이 지금도 앞으로도, 그리고 수십 년이 지난 후에도 계속해서 내 책을 읽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1993년 저서에서 이 책에 대해 이미 언급한 바 있다. 글쓰기는 생각하는 바를 진짜로 이루어지도록 집중하게 만드는 특징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에도 사람들이 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나와 고객들, 그리고 희망하건대 독자 여러분에게도 도움을 주는 좋은 일이 되길 바란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설명하는 데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우리 회사 영업부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재무 설계사나 금융전문가가 무엇인가에 정신을 빼앗겨서 걱정이 된다면 그에게 질문하고 확실하게 전달하라. 정지갛고 올곧은 재무 설계사라면 이런 질문으로 기분 나빠하지 않을 것이며 당신이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쉽고 편안하게 설명해 줄 것이다. 만일 이들이 설명하지 못하거나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면 이는 더욱 명확한 적신호이다
캔 피셔 <금융사기>中
켄 피셔의 <금융사기>를 읽었다. 생각외로 아주 재미나게 읽었다. 쉽지 않은 주제를 쉽고, 재미나게 이야기하는 저자의 내공이 돋보이는 책이었다.
위의 이야기가 나온건 '다른 데 신경 많이 쓰는 재무설계사를 경계하라'는 이야기를 하면서이다. '글쓰기'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글쓰기'라는 취미로 업계에서 자신이 오래도록 쌓아온 노하우를 독자들과 나누는데서 진심으로 기쁨을 느끼는 것도 보기 좋지만, 내 눈길을 끌었던건 '정확히 말해서 여섯 번째 우선 순위'를 차지하는 글쓰기였다.
인생의 우선순위라는 거. '책읽기'는 나에게 몇번째 우선순위쯤 될까? 그런거 생각해본 적 없다. 나의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들이 아마 '가족'을 꼽을 것이다. 안 그럴 것 같지만, 나에게도 최고의 우선순위는 아마도 '가족'이다. 좀 더 넓혀서, '가족'과 '친구' 라고 해두자.
지금 읽고 있는 조지 베일런트의 <행복의 조건(원제 : aging well)>에 의하면, "행복하고 건강하게 나이 들어갈지를 결정짓는 것은 지적인 뛰어남이나 계급이 아니라 사회적 인간관계다" '47세 즈음까지 형성된 인간관게'는 방어기제를 제외한 어떤 다른 변수들보다 훨씬 더 이후의 인생을 예견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형제자매간의 우애가 특히 더 큰 영향력을 끼친다.
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외동은 '행복'의 가장 중요한 조건 중 하나를 박탈당하고 나이 들어가는 것인가?
가족과 친구를 뺀 나의 우선순위는 무엇일까?
가족도 친구도 아니고 '일'만이 우선순위인 적이 있었다. 그건 나한테도 너무 당연했고, 가족들에게도 너무 당연했다. 얼마전 <토요타의 어둠>을 읽으면서 산재로 남편을 잃은 부인의 ' 함께 식사할 시간을 만들기도 힘든 것이 너무나 힘들고' 로 시작하는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없는 것에 대한 토로가 나오는데, 나는 그 상황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가족하고 같이 식사를 해?' '그게 뭐가 중요해?' '일보다 더?' 등의 반문이 백스물여섯개는 터져 나오더라. 그 상황이 얼마나 이해가지 않았는지, 그 즈음에 나를 만난 모두는 그 이야기를 들어야했다. ^^;
그렇게나 거품 물면서 '일하러 가느라 가족하고 밥 못 먹는게 뭐가 그렇게 큰 일이야?' 라고 말하는 내가 있고, 그런 나를 바라보며, 내가 너무 보통의 현실 '즐거운 나의 집'이라는 현실(??)에서 괴리되어 있나 약간 걱정 스러워하는 내가 있었다.
그렇다고해도 가족이 나의 가장 큰 우선순위인 것은 변함없다. 단지 ... 왜 가족끼리 같이 밥을 먹어야 하는지 이해 못하는 나사 하나 빠진 애일뿐..
무튼, 가족과 친구를 뺀 나의 우선순위. 이전에는 일이었지만, 지금은 뭘까?
켄 피셔라는 훌륭한 사람은 '글쓰기'를 여섯번째 우선순위라고 하며 저렇게나 열심히, 잘, 글을 쓰고 있는데, 나에게는 도통 우선순위라 할만한게 없지 않은가??
뭘 하며 만시간을 보내서 달인이 될까. 라는 질문은 내가 그렇게나 좋아하고, 하고 싶어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찾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건 인생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질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잘자잘하게 업무 중의 우선순위를 정하며 하나씩 클리어하고, 체크박스에 체크하는 그런 우선순위말고, '나'란 인간의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생의 우선순위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