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즈를 읽는 중 -1
셜록 홈즈는 벽난로 선반 구석에 놓아둔 약병을 내리고 산뜻한 모로코 가죽 상자에서 피하 주사기를 꺼냈다. 그리고 희고 길며 신경질적인 손가락으로 주사기에 약을 채우고 왼쪽 셔츠 소매를 걷어올렸다. 그는 잠시 생각에 잠긴 눈으로 힘줄이 불거진 팔뚝과 손목을 바라보았다. 팔에는 주사바늘 자국이 무수히 남아 있었다. 그는 결국 주사기를 살에 꾹 찌르고 조그마한 피스톤을 눌렀다. 그리고 흡족한 듯 긴 한숨을 내쉬며 벨벳 쿠션을 댄 안락의자에 몸을 묻었다.
어린이용 홈즈에서 어른용 홈즈로 넘어가면서 호들갑 떨며 충격적이다. 홈즈가 이럴 줄 몰랐다. 했던 부분
'혹시 오늘 현장 조사를 나갈 일은 없나?'
'아니, 이제부터 코카인이나 해야지. 난 두뇌 활동 없이는 살 수 없네. 그게 없으면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살겠나? 여기 창가로 좀 와보게. 정말 어둡고 우울하고 공허한 세상 아닌가? 저기 누런 안개가 길에서 흘러다니는 걸 좀 보게. 이보다 더 지루하고 무미건조한 세상이 어디 있겠나? 여보게 왓슨, 나한테 능력이 있으면 뭘 하겠나? 그걸 발휘해 볼 기회가 없는데. 진부한 범죄, 진부한 삶, 지상에서 진부한 것을 빼면 아무것도 없네'
홈즈의 런던에 대한 이야기 읽으니, 망구엘 아저씨의 글이 생각 나는데, 찾아봐야지. 근데, 책이 어디 있는지 몰라 흠.
'아, 공범에 관해서 뭐 대단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은 아닐세. 자네도 곧 모든 걸 알게 될 거야. 흠, 아침 공기가 참으로 상쾌하군! 저 작은 구름 좀 보게. 꼭 커다란 홍학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분홍빛 깃털처럼 보이지 않나? 런던 하늘의 구름 둑 위로 붉은 태양이 고개를 내밀려고 하는군.'
앗! 홍학이다! 얼마전에 플라밍고를 플라멩코랑 헷갈려 플라멩고라고 올렸는데, 혹시 -in이 불어처럼 엥으로 읽힐지도 몰라.라고 잠시 생각했지만, 그럴리가 ^^: 무튼 난 플라밍고를 좋아해
이건 오래전 우에노주에서 찍었던 하트플라밍고
'내게는 더할 나위 없는 게으름뱅이의 소질과 무한히 정력적인 활동가의 소질이 같이 있지'
한 세번쯤 읽으면, 그 책이 좋은지, 싫은지, 어떤지 이야기하기가 힘들어진다. 어이, 세 번이나 읽었으면 좋아하는 거 아니야? 그런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