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콤 글래드웰의 <그 개는 무엇을 보았나>를 읽고 있다.  그러니깐, 가오루 여사의 <마크스의 산>과 함께 한 챕터씩 뜨문뜨문.

이 책은 현재 각 서점 '경제,경영', '자기계발' 분야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는 출간즉시 베스트셀러이긴 한데, 사실, 경제, 경영, 자기계발외에 심리, 사회학 등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칼럼들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고, 통찰력도 있는 좋은 글들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리뷰를 쓰겠지만, 서문격인 '나의 글쓰기의 원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 페이퍼를 열었다.  

그의 간단한 약력은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넘어와 워싱턴포스트에서 일하다 뉴요커로 옮겨, 뉴요커의 유명한 칼럼니스트가 되고, 지금은 저술가로 출간한 모든 책이 꾸준히 지금까지도 베스트셀러 순위 정복 (그러니깐, 우리 정도의 시장에서뿐만 아니라, 그 큰 미국 시장에서 말이다.) 

이 책의 서문을 보고 처음 알게 된 것은  

그의 어릴적 꿈은 변호사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대학교 4학년 때, 광고 일을 하기로 결정하고, 토론토에 있는 18곳의 광고대행사에 이력서를 보냈지만, 돌아온 것은 순서대로 벽에 붙여놓았던 18장의 불합격통지서. (그걸 지금까지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지만, 성적이 좋지 않아 불가능. 1년간 해외로 나가는 장학금을 신청했으나 거기서도 탈락.대학 졸업후 조그만 잡지사 아메리칸 스팩테이터에서 일하다 워싱턴으로 이사해 그 이후는 우리가 아는 위의 약력과 같이 승승장구다.  

지금 그의 화려한 모습을 보면 떠올리기 힘든 멀지 않은 과거의 참패이고, 그 난관을 넘어 지금의 말콤 글래드웰이 있다고 생각하니, 새삼 그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이 책 자체도 재미나지만, 서문격의 글도 꽤 재미있어, 기회 있으면 한 번 찾아서 읽어보길 권한다. (아쉽게도 미리보기에서는 바로 본문으로 넘어가서 이 글을 볼 수 없다.)

그 글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그의 '아이디어 찾는 비결' 에 대한 토막을 옮겨 본다.  

아이디어를 찾는 비결은 모든 사람과 사물에는 그들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믿는 것이다. '비결'이라고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믿음을 갖기란 매우 어렵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세상, 사물, 사람, 일이 흥미롭지 않다고 가정한다. 그래서 텔레비전 채널을 10번이나 바꾸다가 11번째에 겨우 멈춘다. 서점에 가면 12권의 소설책을 뒤적인 후에야 겨우 1권을 고른다. 우리는 걸러내고 순위를 매기고 판정한다. 사실 이것은 당연한 행동이다. 세상에는 너무도 많은 것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을 쓰려면 이러한 본능과 매일 싸워야 한다. 가령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샴푸가 흥미롭지 않다고? 그렇지 않아. 틀림없이 흥미로운 구석이 있을 거야. 설령 그렇지 않다 해도 다른 소재로 이끌어줄 거야.'
아이디어를 찾는 또 다른 비결은 사회적 권력과 흥미로운 지식의 양이 비례할 것이라는 편견을 버리는 데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사람 중에서 힘 있고 유명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 내가 마이너 천재들에게 관심을 보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야깃거리를 찾아 꼭대기에서 헤맬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중간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실제로 세상은 중간에 있는 사람들이 움직인다. 케첩에 대한 흐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준 데이브도 중간에 속한다. 꼭대기에 있는 사람은 지켜야 할 위치와 특권이 있기 때문에 자의식이 강하다. 그 자의식은 '흥미로움'의 적이다.
'주방의 제왕'이라는 글에는 아널드 모리스(Arnold Morris)의 이야기가 나온다. 어느 여름날, 그는 뉴저지 해안에 있는 자기 집 주방에서 내게 '다이얼-오-매틱(Dial-O-Matic)'이라는 채소 절단기를 홍보하는 시범을 보였다. "여러분, 이리 오세요. 여러분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멋진 절단기를 보여드리겠습니다"라고 운을 뗀 그는 실물 대신 바비큐 양념봉지를 들고 "이걸 보세요"라고 말했다. 그는 양념봉지를 마치 티파니 꽃병처럼 들어올렸다. 아이디어는 바로 그런 곳에서 나온다. 뉴저지 해안의 주방 같은 곳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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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mundang 2010-04-08 1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웃라이어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어서, 이 책을 꼭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있습니다.
다만 책읽는 속도가 더디고 여기저기 다른 일들을 하느라 계속 미뤄지고 있지만요. ^^;

이 책은 같은 저자님의 신간인가보군요. 제목을 봐서는 내용을 알 수 없지만, 소개글을 보니 궁금해집니다.
서점에 가면 함 찾아봐야겠어요. 좋은 책 소개 감사드려요~

하이드 2010-04-08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웃라이어는 전작에 비해서 별로라는 평이 있어서, 저도 서점에서 대충 훑어 본 정도인데요, 이 책은 정말 좋으네요. 결국 아웃라이어도 주문해서 지금 오고 있습니다. ^^ 오래전에 읽었던 티핑포인트도 꺼내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