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휴양지
로베르토 이노센티 그림, 존 패트릭 루이스 글, 안인희 옮김 / 비룡소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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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트릭 루이스의 글과 로베르토 인노첸티의 그림 <마지막 휴양지>의 이야기는 타이틀 페이지에서부터 시작된다.

상상력을 잃어버린 화가 ..

'나는 화가인데 어떻게 해야 하나? 앞으로 어떻게 일하고 그림을 그리고 살아갈까?'

'추억이란 낡은 모자일 뿐이다. 그러나 상상력은 새 신발이지. 새 신발을 잃어버렸다면 가서 찾아보는 수밖에'

여기, 상상력을 잃어버려 고민하는 화가가 있다.
추억을 욹어 먹는 것은 낡은 모자로 위안하는 것일뿐,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새 신발, 아니, 잃어버린 상상력을 찾기 위해 짐을 싸고, 길로 나서야 한다.

'외로움'을 따라 '망각 저편의 낭떠러지'를 지나고 '거미 번갯불이 지는 밤' 한복판을 달려

폭풍 몰아치는 바닷가 호텔 아래쪽에 빨간 자동차를 멈춘다. 마침내..

문가의 신비한 소년은 말한다.
'모든 것을 잊어버리세요. 여기는 마음의 평화를 잃어버린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휴양지'예요.

프런트의 앵무새가 꽥꽥거리며 방명록에 서명하라고 하고, 하녀가 그를 방으로 안내한다.

로베르토 인노첸티 그림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색바랜듯한 톤, 디테일한 묘사, 영화의 한 장면 같은 긴장감 도는 구도일 것이다.

장면 하나하나가 독자로 하여금 폭풍우 몰아치는 밤, 바닷가 낯선 호텔에 체크인 하는 이방인, 나그네, 순례자의 갈 곳 잃은 마음을 서늘하게 묘사하고 있다.

상상력을 잃어버린 화가 다음으로 이 이상한 호텔에 체크인한 손님은
목발을 짚은 외다리 남자. 방명록에는 해골 서명을 하고, 방으로 올라간다.

" 그런데 우리 호텔 손님들은 모두 이상한 것을 찾고 있어요. 당신은 무슨 이상한 것을 찾는 거죠, 순례자님?" 앵무새는 묻는다.

평범하지 않은 어떤 것, 정말 특별한 어떤 것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 하지만 그게 대체 뭐지?

내가 잃어버린 것은 상상력은 아닐지도 모른다. ... 하지만, 내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뭐지? 평범하지 않은 어떤 것. 정말 특별한 어떤 것은 ... 뭘까?

속속 들어오는 이상한 방문객들.

어제의 신비한 소년은 낚시를 하고 있다. 바닷가에서 떠 내려온 '병에 담긴 소식' 혹은 '소식이 담긴 병'을 낚는 걸까?

호텔의 다음 손님은 '주름 장식이 많은 흰옷 차림의 곱고 병약한 소녀와 간호사다.

아, 나 이 그림 무척 좋아해. 인노첸티는 1940년에 태어난 이탈리아 아저씨다. 산타클로스 분장하면 잘 어울릴 것 같은 푸근한 느낌의 아저씨인데, 그렇게 쨍쨍한 플로렌스에서 태어나 어쩌다 이런 톤의 색채를 담게 되었을까? 이 아저씨는 여자 그림을 왜 이렇게 예쁘게 잘 그리는 걸까? 섬세하고 사연있는 모습의 여자들 말이다. ( 인노첸티의 다른 작품 '신데렐라'에서도 잘 나타나 있듯이) http://blog.aladdin.co.kr/misshide/2393567

이 하얀 옷 입은 휠체어탄 병약한 소녀의 등장은 책 한페이지의 1/4을 차지할 뿐이지만, 시선을 잡고 쉬이 놓아주지 않는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손님은 미스터 그레이 .. 그의 주변은 온통 흑백이다.

아침식사에 한데 모인 다섯명의 투숙객들

상상력을 잃어버린 화가, 병약한 소녀와 간호사, 미스터 그레이, 목발 짚은 전직 해적(?)

왼쪽 구퉁이의 금붕어 잡으려는 고양이도 좀 주목해주시길!

소녀는 바닷가에서 책을 읽고, 목발 남자는 땅을 판다. 그 남자를 바라보고 있는 서부 개척시대에서 온 듯한 키 큰 남자. 그가 다섯번째 투숙객이다.

속속들이 모여드는 "이상한" 투숙객들

그들은 왜 '마지막 휴양지'에 모였을까.

그들은 '마지막 휴양지'에서 무엇을 찾고 있을까.

'마지막 휴양지'에서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간호사는 병약한 소녀를 방파제 끝으로 데려가더니 ... 물속에 풍덩!

하얀 큰 고래가 밀려오기도 하고...

몇몇 흥미로운 등장인물이 더 있고, 그들이 찾고 있는 것을 찾고 떠나는 장면들이 있고,
마지막에 홀로 남은 나그네는 어떤 결론을 안고 마침내 '마지막 휴양지'를 떠난다.

글과 등장인물과 그림이 그야말로 한 여름밤의 꿈과 같이 몽환적이고 문학적이며 그림같고, 한 편의 시와 같으며 동화같고, 미스테리하다.

이 책에 나오는 이상한 등장인물들들은 사실 독자가 익히 알고 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깐, 이 작품 속 화가가 '로베르토 인노첸티'인것을 포함해서 말이다.

'동화책'에서 '꿈' 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는 '마지막 휴양지'

한 번 빠지면 헤어나기 힘든 '마지막 휴양지'이지만,
동화속 주인공들과 함께 '내가 잃어버린 것'을 '찾아보는 것' 은 의미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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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0-04-03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뭐죠! 완전 최고에요. 이거 그림 진짜 이쁘다 ㅠㅠ 내용도 엄청 궁금해요. ㅎㅎㅎ


하이드 2010-04-03 13:24   좋아요 0 | URL
난 일러스트레이터 로베르토 인노첸티도 좋아하지만, 이 책의 내용은 정말 흥미진진!

따라쟁이 2010-04-03 1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화가 꿈 꿀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에 동의합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 좋아서 용기를 내 봅니다. 안녕하세요^-^

따라쟁이 2010-04-03 13:56   좋아요 0 | URL
아참참.. 이말도 해드리고 했는데.. "롯데야 제발 좀 이겨줘 제발!!" 여기도 적극 동의합니다.

하이드 2010-04-03 17:36   좋아요 0 | URL
롯데는 안 되네요. 언제까지 지나 두고봐야겠어요.

순오기 2010-04-03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하이드님의 그림책 리뷰는 제가 못 본 책만 올리시네요.
덕분에 즐감하고 있습니다~ 꾸벅!^^

bookJourney 2010-04-04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그림도, 글도 참 흥미진진하지요.
누가누가 나오는지는 안 쓰신 건, 책을 읽으실 분들의 궁금증을 그대로 남겨두려는 하이드님의 센스~~?! ^^